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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 같아요" 집콕 초등생들 어떻게 지낼까

<앵커>

2020년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 날이 더 많은 한해였습니다. 특히 신입생들은 새로운 학교를 익히고 새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한 초등학생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지민/초3 학생 : 유튜브만 계속하니까 인터넷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친구들아, 코로나 끝나면 꼭 같이 만나서 오래 놀자.]

이렇게 코로나는 어린 학생들의 공부하는 방법부터 친구 사귀는 방식까지 많은 걸 바꿔놨습니다. 그 과정에서 혹시 우리 아이들이 잃은 건 없는지도 어른들이 챙겨봐야겠습니다.

안서현 기자, 정혜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안서현 기자>

책장 넘기는 소리, 공책 위에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소리, 아무 말 없이 공부하는 모습만 담긴 두 시간짜리 이 영상.

조회 수가 10만 회에 달합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인 '공부 브이로그'로, 공부하는 모습을 가공 없이 길게 찍어 온라인으로 공유합니다.

일종의 영상으로 찍은 공부 일기입니다.

[권나경/고3 학생 : '누군가 나를 공부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이런 생각으로 공부를 하려고 하니까 남을 의식해서라도 좀 열심히 하려고 하면서 집중력이 좋아졌던 것 같아요.]

구독자들은 이 영상을 켜 놓고 공부합니다.

코로나19로 학교나 독서실을 못 가면서 떨어진 긴장감을 온라인으로나마 끌어 올리려는 겁니다.

조용히 공부만 하는 모습을 누가 볼까 싶은데 일부 영상은 조회수가 수백만 회나 됩니다.

공부 브이로그

[최서윤/중3 학생 : 보통 집에선 잘 공부가 안되잖아요. 남들이 공부하는 걸 보면서 '나도 공부해야지' 자극이 되니까 (공부 브이로그를) 보는 것 같아요.]

1년 가까이 '집콕' 중인 초등학생들까지 공부 브이로그 열풍에 동참했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친구들과 함께할 수 없는 일상을 영상으로나마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은 이유가 큽니다.

[박지민/초3 학생 : 유튜브만 계속하니까 인터넷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친구들아, 코로나 끝나면 꼭 같이 만나서 오래 놀자.]

SNS에도 '공부 인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공부 계획을 세우고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건데, 인스타그램의 경우 관련 게시물만 5백만 건에 달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비대면 자율학습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 실시간으로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중계하며 접속자 모두가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랑혁/온라인 독서실 업체 대표 : 저희 온라인 독서실 가입자 수나 스터디룸 수 자체가 (작년과 비교해) 거의 4배 정도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빚어낸 이런 새로운 교육 풍속도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습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전국 청소년 4백 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사용 실태를 조사했더니, 3명 가운데 1명꼴로 온라인 수업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학업의 효율에 좋지 않았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수업이 몸에도 무리를 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서 따온 '줌 피로'라는 개념이 등장했는데, 장시간 온라인 수업이 뇌를 피로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참석자 모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한 번에 많은 사람의 얼굴을 계속 봐야 하는 방식이 뇌에 과도한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코로나19 때문에 교육 환경은 충분한 검토를 할 겨를도 없이 급하게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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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기자>

올해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한 초등학교 신입생은 모두 42만 6천484명.

이 가운데 등교일수를 40일도 채우지 못한 1학년 어린이 3명을 만났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2020년의 1학년은 어땠을까.

유행 단계가 높아지거나 기침이나 열 같은 증세를 보일 때마다 등교를 하지 않다 보니 언제 학교를 가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Q. 학교는 언제 가요?

[손주희 : 아직 잘 모르겠어요.]

[유주안 : 그건 모르겠어요.]

[이은솔 : 홀수 짝수 나눠서?]

그러다 보니 이제 8살이지만, 스스로도 학교 공부가 부족했다고 느끼는 모양입니다.

[이은솔 : 학교에서는 수학 공부도 하고 다른 공부도 많이 하고.. (그런데 집에 있으니) 강아지들이랑 놀고..]

[손주희 : 글자를 빨리 배워야 해요 저는. 글씨를 잘 못 쓰겠어요.]

학교에 가지 않다 보니 가정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냐는 질문에는 모두 '엄마'로 대답을 시작합니다.

[이은솔 : 어쩌다 엄마, 아빠가 시키면 한 번씩 수학 (공부) 해요.]

[손주희 : 엄마가 계속..]

[유주안 : 엄마가 이제 공부하라고 이렇게 말해요.]

무엇보다 아쉬운 건 또래와의 교류입니다.

Q. 1학년이 되고 가장 기대했던 건?

[손주희 : 친구를 사귄다는 거예요.]

[유주안 : 쉬는 시간이요.]

[이은솔 : 친구들이 많은 거요.]

학교 간 날짜도 며칠 되지 않지만, 종일 마스크를 쓰느라 친구들 얼굴을 제대로 본 건 급식 시간뿐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멀리 떨어진 자기 자리에 앉아 큰 소리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유주안 : (자기 자리 앉아서) 이름을 불러서 같이 이야기하자고 하면 선생님이 허락해줘요.]

이마저도 학교에 가야 가능했습니다.

[이은솔 : 친구들 보고 싶어요.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요?) 그리운 노래 쳐요, 피아노로.]

[김현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우리 (대비책은) 지나치게 수업과 학력에 맞춰져 있다는 아쉬움이 있죠. 내가 이 사회의 일원이라고 하는 자신의 소속감과 정체감이 성장과 심리적 안정에 필수적인 영양소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코로나 19로 전례 없는 교육 환경이 만들어진 상황.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채워줄지 치밀한 연구가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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