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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어떻게 볼 것인가 - 내용 분석과 판단 기준

[취재파일]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어떻게 볼 것인가 - 내용 분석과 판단 기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24일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로 제시한 것 중 계속 논란이 되고는 있는 것은 이른바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 문건'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은 11월 26일 대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문건 내용 전부를 공개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사찰'의 대상이 된 판사들 중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판사에 대한 불법 사찰'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기분은 나쁘지만 불법 사찰이라고까지 할 것은 아니다.'라고 반응하기도 합니다.

여러 언론사 보도를 살펴봐도 문건에 대해 관점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한 대목을 뽑아서 부각하는 기사들이 주로 눈에 띌 뿐, 전체 내용을 공정하고 상세하게 소개하거나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문건이 불법 사찰에 해당한다는 관점을 가진 언론사는 "우리법연구회"나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 여부" 등 판사의 성향 관련 정보나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무서운" 내용이 문건에 포함돼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불법 사찰이 아니라는 관점을 취하는 언론사는 법조인 대관에도 나오는 개인 취미 등 대수롭지 않은 정보가 대부분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문건에 나오는 내용(정보) 전체를 분류하고 분석해 논란이 없는 대목은 어느 곳이고, 논란이 있는 대목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 문건을 '불법 사찰' 문건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정확한 문건 제목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입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2020년 2월 26일에 생산한 문건입니다. 분량은 9쪽이고 작성자는 성상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입니다. 이 문건에는 검찰 지휘부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특수·공안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13개 재판부의 판사 37명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 '불법 사찰 의혹' 문건 전체 내용의 분류와 분석

37명 판사에 대해 문건에 기재된 정보 전체는 다음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아래 카테고리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는 문건에 없습니다. 문건 내용 분석을 위해 정보의 성격에 따라서 제가 분류한 카테고리입니다.

(문건 전문은 취재파일 하단에 올려놓겠습니다. 제가 설정한 카테고리와 내용 분류가 적절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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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기재 정보에 대한 분류 및 분석

(문건 내용 전체를 8가지 카테고리로 재분류)

1. 담당 피고인 이름 / 이름 / 기수 / 재판장 또는 주심 여부 언급: 37명 전원

2. 출신 고교 / 대학 언급: 37명 전원

3. 과거 주요판결 언급: 14명 (주로 재판장의 주요판결 위주)

4. 신규 전입 사실 언급: 5명

5. 출간 저서 언급: 1명

6, 과거 주요 보직 및 우수법관 선정 경력 언급: 12명

7. 세평 - 재판 진행 및 증인 신문 스타일 평가 언급 : 13명

8. 세평 - 특정 연구회 언급, 가족관계, 사건사고, 취미 등 언급 : 3명 (분량은 4문장)

"<세평>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특이사항> ○○○○ 2차장의 처제"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15. 휴일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

"법관임용 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재직 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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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별 내용 분석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추미애 장관이 '재판부 불법 사찰 문건'이라고 규정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성격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8개의 정보 분류 카테고리 중 1~6번까지의 항목은 완전히 공개된 정보입니다. 법관의 이름이나 과거 주요 판결, 재판부 신규 전입 여부, 출간 저서, 주요 보직 및 우수법관 선정 경력은 모두 법조인 대관까지 볼 필요도 없이 인터넷 기사 검색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9쪽 분량의 문건 내용 대부분은 7번 항목, 즉 재판 진행 및 증인 신문 스타일 관련 정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관의 재판 진행 및 증인 신문 스타일에 대한 분석이 문건 작성의 주된 목적이라는 점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세평"의 대상이 된 법관이 볼 경우 기분이 나쁠 만한 대목도 적지 않지만, 이는 대부분 해당 법관의 재판에 들어갔던 공판 검사나 변호사 등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또한, 문건에는 각 법관들의 재판 진행이나 증인 신문 스타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섞여 있는데, 통상적으로 검찰에서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판사라고 여겨지는 법관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가 있고, 검찰에서 별다른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는 법관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적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문건 전문은 취재파일 하단에 첨부돼 있습니다.)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함.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재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스타일"

"검찰에 적대적이지는 않으나, 증거채부결정 등에 있어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주는 편(그래서 변협 우수법관으로 2회 선정된 것으로 판단됨.)"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다소 '보여주기식' 진행을 원하여 검사에게 검사석이 아닌 법정 중앙 증인석으로 나와 일어서서 쟁점 PT를 진행하도록 함. 법정 멘트들도 미리 재판 전에 신경 써서 준비한 느낌"

"피고인 불출석으로 인하여 아직 제대로 재판을 진행한바 없어 성향 파악 어려우나, 연로해 보이는 느낌이고, 재판 절차진행은 시원시원함"


결론적으로 문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7번 카테고리의 정보, 법관의 재판 진행 및 증인 신문 스타일에 대한 정보 수집이 위법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보의 내용 역시 재판의 한 당사자인 검찰 업무와 관련성이 분명히 있다고 보입니다.

● 논란 - "물의야기법관", "우리법연구회"는 왜 들어갔나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8번 항목입니다. 즉, 특정 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 관계, 취미 등에 대한 언급입니다. 9쪽 분량의 문건 중 모두 4문장이 언급돼 있습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대목은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15. 휴일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이라는 언급입니다. 추미애 장관이 11월 24일 윤석열 총장 징계 사유를 발표하면서 문건 내용 중 이 대목을 살짝 언급하자,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법원행정처 내부의 인사 자료 '물의야기법관 리스트'를 법관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대해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검사(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는 수사 자료인 '물의야기법관 리스트'를 활용하여 작성한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공판 과정에서 해당 법관과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와 관련된 일이 있어서, 이와 관련해 공판 검사 등에게 내용을 듣고 향후 변호인이 재판부 기피 신청 등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문건에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법농단 수사에 참여했고 현재 관련 공판을 담당하고 있는 단성한 검사도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는 파일에 암호를 부여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수사와 공소유지 목적 외에 어떤 식으로도 활용하거나 외부에 유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검찰관계자와 변호사는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문건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해 가을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재판부의 판사 중 한 명의 이름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인사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작성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는데,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과정에서 이를 증거로 제출하니까 변호인 측에서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즉,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보면 해당 법관이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으므로 증거 제출 방식을 바꾸자고 변호인이 검찰과 재판부에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은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측도 사실이라고 인정합니다.) 이런 일을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부 판사 중 한 명이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있다는 사실이 지난해 가을 이후 공판 과정 보고 등을 통해 검찰 내부에 알려졌고, 문건에 이 내용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물론 문건 작성자나 다른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과 달리 대검이 수사 자료인 '물의야기법관 리스트'를 불법적으로 활용해서 문건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과정에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와 해당 법관의 관계에 대한 재판장-검찰-변호인 사이의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이 객관적 사실이고, 이 일이 당시 검찰 내부에 보고됐던 것도 사실로 보이는 만큼, 굳이 '물의야기법관 리스트'를 불법 활용해 해당 정보를 수집했을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대검 감찰부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입니다.

"우리법연구회"라는 언급도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법연구회'라는 단어는 "우리법연구회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라는 짧은 문장에 한 번 언급됐을 뿐입니다. 이는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법관들을 분류했다거나, 우리법연구회라는 점을 근거로 부정적 평가를 하거나 적대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눈에 띄는 경력 중 하나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보면 문건 작성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비합리적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이것을 두고 특정 판사가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했다는 정보를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수집한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법연구회'가 언급된 대목을 포함해 해당 판사에 대한 '세평'은 다른 판사들과 달리 오히려 긍정적 평가 일색입니다. 문건 전문 참조.) 특정 판사의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는 이미 오래 전에 언론에 보도된 [우리법연구회 판사 명단]을 통해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판사에 대해 "○○○ 2차장의 처제"라는 정보가 기재돼 있는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이 역시 처음에는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 2차장의 처제"라는 내용은 일단 틀린 정보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판사는 ○○○ 차장검사의 처제(부인의 여동생)가 아니라 처형(부인의 언니)이었습니다. 또, 해당 판사가 ○○○ 차장의 처형이라는 사실은 해당 판사 또는 해당 차장과 같은 대학을 나온 비슷한 또래의 법조인 사이에서는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법조를 담당하는 몇몇 기자들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문건 작성일 이후에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해당 판사는 ○○○ 차장검사의 처형'이라는 정확한 정보가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관계 정보를 검찰이 불법적으로 수집했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문건에는 다른 판사의 가족관계는 언급돼 있지 않습니다.

불법적 수집 여부와 무관하게 대검이 해당 판사와 검찰 간부의 가족관계에 대해 공소 유지 관련 참고 자료에 기재할 필요가 있냐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해당 판사에 대한 평가가 다른 판사들에 대한 평가와 다르게 긍정적 평가 일색이었던 점을 고려해 볼 때, 문건 작성자는 해당 판사가 검찰 간부와 가족관계 등 때문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던 것으로 추정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해당 정보가 전체 문건의 성격에 비춰볼 때 업무 관련성이 높다거나 필수적인 정보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판사가 대학교 때 농구를 잘했다는 대목 역시 불법 수집 정보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공소 유지 업무와의 관련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국 법조 문화를 비교적 현실적으로 다룬 드라마 [굿 와이프 Good Wife]에는 변호사가 판사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정기적으로 농구 시합을 하는 대목이 있고, 미국 연방대법원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한 제프리 투빈의 논픽션 [더 나인 The Nine]에도 연방대법관과 법조인들의 농구 경기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작성자로서는 문건이 일선에 배포된 이후 (문건은 해당 공판 업무에 관여하는 대검 일부 검사들에게 배포됐습니다.) 농구를 고리로 해당 판사와 교류를 시도하는 검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업무에 꼭 필요한 정보로 보이진 않습니다.

● 대검의 판사 정보 수집은 "불법 사찰"인가?

그렇다면 이상의 내용 분류 및 분석을 바탕으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생산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다른 취재파일에서 언급했듯이 민사상 불법행위인 "불법사찰"이나 형사범죄인 "직권남용"으로서의 "불법사찰"에 해당하기 위해서 중요한 기준은 1. 정보 수집 방식의 불법성과 2. 작성 목적의 불법성입니다.

일단 지금까지 본 것과 같이 문건에 있는 정보들은 공개된 사실을 단순 취합한 점이 명백하거나 (1~6번 카테고리), 지인 등을 통해 평가를 들은 것이거나 (7번 카테고리), 다른 객관적 사실을 감안할 때 불법적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지인을 통해 들은 것으로 보이는 정보(8번 카테고리)입니다. 정보 수집 방식의 불법성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작성 목적과 관련해서 윤석열 총장 측과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검사는 공판 지휘에 관여하는 검사들에게 공판 업무에 도움이 되는 참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주요 특수-공안 사건은 대검 반부패부와 대검 공공형사부가 지휘합니다. 관련 실무는 평검사인 대검 반패부 연구관과 대검 공공형사부 연구관들이 담당합니다.)

물론 알려지지 않은 진짜 작성 목적이 대검 감찰부 수사를 통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문건 내용 대부분이 7번 카테고리인 법관의 재판 진행 및 증인 신문 스타일에 대한 분석이라는 점, 법관의 성향을 일정 기준을 가지고 분류하나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 없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문건의 작성 목적이 공소 유지 지원 목적 외의 다른 것이라고 의심해 볼 만한 근거는 없어 보입니다.

● 직무 범위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징계사유?

그러나 민사상 불법행위나 형사범죄 성립 여부와 별도로, 각 검찰청의 공판부도 아닌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재판부 판사들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 행위 자체가 행정규칙인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에 규정돼 있는 해당 부서의 직무 범위를 이탈한 행위이며, 따라서 부적절한 행위이고 행정적으로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민사상 불법행위는 아니고 형사범죄도 아니더라도 행정적으로 "불법"인 행위이고 따라서 판사에 대한 "불법사찰"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검사는 우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하는 "수사정보"에는 수사 중인 사건 관련 정보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소 후 검찰이 공소유지 중인 사건 관련 정보도 포함되는 것이며, 이와 관련해서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를 규정한 내부 지침에도 설명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해당 정보 수집 행위가 직무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도 법무부와 문건 작성자 측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설사 기소 후 공소유지 중인 사건에 관한 정보를 "수사정보"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관련된 정보 수집은 직무범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도, 곧바로 불법행위나 징계사유가 성립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공무원이 행정규칙에 정해진 직무 범위에 벗어나는 일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부당행위나 불법행위, 또는 징계사유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직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는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에 보면 7조에 '인권정책관'의 직무 범위도 규정돼 있습니다. "검찰사무와 관련된 인권보호 정책, 인권침해 예방·감독, 검찰청 내 양성평등 정책 및 성비위 예방·감독 등 업무의 총괄 기획·조정·지휘 및 감독에 관한 사항"입니다. 이는 수사정보정책관의 직무 범위와 명백히 다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사정보"로 볼 수 없는 "양성평등 정책" 등에 대한 자료나 정보를 수집해서 보고했다고 해서 이를 부당행위나 징계사유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불법행위나 부당행위 또는 징계사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한 행동이 타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등의 부당한 행위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직무범위를 벗어난 정보 수집 행위라고 해도 이것이 양성평등 정책 관련 정보 수집 같이 타인의 권리 제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동이라면 징계사유로 볼 수 없겠지만, 직무 범위를 벗어나 누군가를 체포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징계사유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판사 관련 정보수집 행위를 양 쪽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될 것입니다.

● 판사 관련 정보와 대법원의 2016년 판결

이와 관련해서는 2016년 8월 17일에 대법원이 선고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판례를 참고해 볼만 합니다. 이 판결의 취지는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 없이 영리목적으로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한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여 위법한지 여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공개된 개인정보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하는 것은 원칙적 차원에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당사자 동의 없는 개인 정보 수집과 처리가 가능한데, 그 기준에 대해 대법원이 설명한 것입니다.

먼저 대법원은 선행 판례를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합니다.

"정보주체가 공적인 존재인지, 개인정보의 공공성과 공익성, 원래 공개한 대상 범위, 개인정보 처리의 목적·절차·이용형태의 상당성과 필요성, 개인정보 처리로 인하여 침해될 수 있는 이익의 성질과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그 정보처리 행위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어느 쪽 이익이 더 우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정보처리 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단지 정보처리자에게 영리 목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정보처리 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08다4243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49933 판결 등 참조)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대법원은 이미 공개된 정보를 제3자가 다시 이용하는 경우와 관련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다음을 제시합니다.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수집․이용․제공 등 처리를 할 때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러한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 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그 정보제공으로 인하여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그 정보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대법원은 이 같은 기준을 근거로 해당 사건에서 문제가 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더라도 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그와 같은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므로, 피고의 행위를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4다 235080 판결)

● 문건 작성의 법적 이익과 판사의 인격적 법익 따져봐야

이를 대검의 판사 관련 정보 수집 및 문건 작성 행위에 적용해보면, 공개된 정보 등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집해 관련 업무를 하는 검사들에게 제공한 행위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이와 같은 행위(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판사들의 인격적 법익에 비해 우월한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를 평가해야지만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문건 작성 행위가 부당하거나 불법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 수집 및 문건 작성 행위가 부당하거나 불법적이지 않다면 설령 이 행위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행정규칙 상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더라도 그 자체로 징계사유로 삼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이론적으로는 부당행위 여부와 관계없이 직무범위 이탈만으로도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 수는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극히 가벼운 징계에 해당할 것입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청구 사유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결국,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정보나 법조계 지인 등을 통해 알려진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행위가 기자, 시민단체, 법무법인 등의 판사 관련 정보 수집 행위처럼 이로 인해 얻어지는 법적 이익이 이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판사들의 인격적 법익에 비해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민간기관의 경우와는 달리 대검의 문건 작성으로 인해 얻어지는 법적 이익이 판사들의 인격적 법익에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는지가 징계 사유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 판단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률 용어를 빼고 평범한 말로 바꾼다면 직무 범위 논란을 떠나서 '공개된 정보를 이 정도로 이용하는 행위가 해도 괜찮은 정도의 행위이냐, 아니면 무리한 행위냐'가 대검의 문건 작성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취재파일을 통해 제시된 문건 내용 전체에 대한 분류 및 분석, 그리고 작성 경위 등에 대한 설명 등을 바탕으로 각자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취재파일을 쓴 목적

이 취재파일의 목적은 대검의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행위가 불법 사찰에 해당한다거나, 정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설사 불법 사찰이 아니고 징계 사유로 삼기에도 근거가 취약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여전히 이와 같은 행위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보다 각 사건을 담당하는 대검 부서나 고검 공판부 등이 맡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든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과거 논란 등에 비춰볼 때 이와 같은 판사 정보 수집이 다른 부당한 목적을 가진 활동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한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취재파일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거론하면서도 실제로 내용은 제대로 뜯어보지 않는 이른바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 문건의 내용을 정확하게 분류해 제시하고, 이에 대한 판단의 근거들을 제공하기 위해 작성됐습니다. 벌써 보름 가까이 대한민국 전체를 논란에 휩싸이게 한 윤석열 총장의 징계 논란,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데에 이 취재파일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첨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전문 (9쪽)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1쪽 내용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2쪽 내용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3쪽 내용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4쪽 내용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5쪽 내용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6쪽 내용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7쪽 내용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8쪽 내용

윤석열 총장 측이 제공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9쪽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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