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단독] 목숨 걸린 방폭복, 엉성한 자료만 믿고 계약

우리 주변에 폭발물 테러에 대비해서 군과 경찰이 EOD라는 폭발물 처리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폭발물 제거라는 매우 위험한 작업을 하는 요원들은 치명적인 부상을 막아줄 특수 장비, '방폭복'을 입게 되는데, 요원들이 '생명줄'이라고 부르는 이 방폭복 납품 과정에서 경찰이 시험성적서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며 주먹구구식으로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상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사내용>

지난 8월 경찰이 입찰을 통해 낙점한 독일제 방폭복입니다.

한 세트에 5천만 원씩 3세트, 총 1억 5천만 원어치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입찰 조건에는 감압 성능이 명시돼 있습니다.

감압 성능은 폭발 때 발생하는 엄청난 압력을 대폭 줄여서 장기 파열이나 고막 손상을 막아주는 핵심 기능입니다.

경찰은 60cm 거리에서 567g의 폭약이 터졌을 때를 기준, 헬멧은 94% 이상, 가슴 부분은 96% 이상의 감압 능력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하지만 SBS 취재 결과 제조사가 경찰에 낸 감압 능력 데이터는 엉뚱한 실험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헬멧은 94%, 가슴 부분은 98%의 감압 기능이 있다고 적었는데 이 자료는 3m 거리에서 10kg 폭약을 터뜨린 실험 결과였습니다.

경찰 조건대로 567g, 60cm 거리에서 한 실험 결과는 헬멧 86% 감압으로, 기준인 94%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김영수/폭발물 처리 전문가 (경력 39년) : (입찰 때) 동영상 자료부터 시작해서 책 같은 게 다 나오거든요. 그거를 믿고 일을 하는데, 대부분 맞춰보면 이렇게 (자료가) 틀리지는 않죠.]

[윤성연/폭발물 처리 전문가 (경력 39년) : 생명하고 바로 직결되는 거죠. 한 번 실수하면 돌아올 수 없잖습니까. 그나마 이거(방폭복) 믿고 들어가는데….]

취재가 시작된 뒤 경찰은 뒤늦게 독일 업체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2주 만에 돌아온 답은 더 나은 요약 자료를 보내주겠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엉성한 자료만으로 구매를 결정한 경찰은 제조사의 실험 영상과 구체적인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뒤 대응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박기덕, VJ : 이준영)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