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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북·미 관계 변화 쉽지 않아…북한,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인터뷰] 자오후지(趙虎吉)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도 당장 북·미 관계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시간적으로 북한은 여유롭지 못하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자오후지(趙虎吉) 전(前) 중국공산당 당교 교수는 최근 SBS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북·미 관계에 대해 "북한과 미국의 핵심 변수들이 변하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임명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단계적 접근과 제재를 강조하는 이란식 해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바이든 당선과 관련해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오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섣부른 예상은 자제하면서 북한 상황에 대해 "지지부진한 경제 개혁에 코로나19, 수해까지 겹치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다"고 진단했다. 북한 내부의 위기가 외부로 전달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교수로 25년간 재직한 자오후지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미·중 관계에 대해 자오 교수는 일부의 기대와 달리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중 갈등이 구조화됐기 때문에 바이든 취임 이후에도 관계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갈등은 장기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견제가 중국의 발전은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중국의 애국주의를 고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오후지 전 중앙당교 교수는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베이징대 정치행정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 고급 간부를 양성하는 국립 교육기관으로, 핵심 간부들은 이곳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시진핑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도 집권 전 중앙당교 교장을 맡았었다.

●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북·미 관계는?

당장은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핵심 변수들의 변화가 없다. 미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 핵이 미국 본토의 안전을 위협하느냐'다. 두 번째는 핵 확산 문제, 세 번째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미국이 그동안 북핵 문제를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는 점이다. 사실 트럼프는 북한의 핵 개발이 멈춘 뒤 북한 문제에 진지하게 대한 적이 없다. 미국 본토 안전에 위협이 줄어들었으니 급할 것이 없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핵심 변수다. 하나는 국가 안전이고, 두 번째는 통치 능력과 정당성을 증명해야 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군 정치,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이제 '경제 우선 정책'으로 중심을 옮겼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 변수들을 변화시킬 요인이 없기 때문에 미국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바로 관계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바이든은 국내 통합과 중미 관계, 동맹 관계 복원 등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내년 중순은 돼야 미국의 대북정책이 잡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국무부 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지명했다. 블링컨 내정자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을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 북핵 문제 해결 방안과 가능성은?

지금 북·미 관계의 핵심은 '누가 먼저 행동하느냐'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다고 보지 않는다.

북한의 인구는 2,500만으로 중국 지린성과 비슷한데, 그만큼의 재정을 가지고 핵과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경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선군 정치를 해오면서 국가 안전이 가장 우선이었기 때문에, 경제 구조도 군(軍) 산업 중심이다. 이런 경제가 정상 가동되려면 세 가지 조건 필요하다. 첫째는 대량의 군수품 시장이 있어야 된다는 것인데, 결국 큰 전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물자 조달 등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세 가지가 모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개발 성공은 불가능하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성공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가 풀어지면서 국가 안전이 보장됐고, 군 관련 산업을 민간으로 대량으로 돌린 데 있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는 젊다는 것. 경험과 실권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손에 권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치 이념이 확고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아버지 김정일은 21년을 할아버지 김일성 밑에 있었는데, 김정은은 바로 홀로 섰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외국 유학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지만 선진국의 정치와 경제, 문화를 두루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세 가지는 결국, 가변성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정원은 북한이 바이든 당선 이후 해외공관에 미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금 김정은이 선군정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 그리고 이제 경제 노선으로 돌린 것은 여러 가지 계산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생사의 결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 정책을 바꾸기 위해 많은 숙청을 하고, 군과 당, 정관계 구조를 재편하면서 군과 당의 많은 사업들을 전환했다. 또 이 사실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알렸다. 또 원로들을 거의 은퇴시키고, 젊은 사람을 대거 등용했는데, 중국 개혁개방 초기인 70년대 말 80년대 초에 권력구조 변한 것과 너무 비슷하다. 아주 큰 결심을 하고 바꾼 것이다.

이런 결단에는 국가 안전이 필수다. 김정은의 목표는 결국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통치 아니겠는가? 현 상황에서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을 동시에 같이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핵 개발 때문에 경제 건설을 포기할까? 김정은이 핵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그냥 한 것이 아니다. 이를 못 믿는다면 북핵 문제는 아예 전제가 없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을 포기하면서 오는 손해, 보장되는 국가 안전이 어느 정도일지, 또 제재가 풀리면서 오는 경제 개발의 성과가 얼마나 될지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송욱 취재파일용-자오후지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 북한의 현재 상황은?

김정은이 2018년 '경제 우선 신정책'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두 개의 악재가 더해졌다. 수재와 코로나19. 북한 입장에서는 아주 죽을 지경이고,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또 김정은이 지난 10월 열병식에서 인민들 앞에서 계산된 것으로 보이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최근 두 명에 대해 군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 인민들과 군인들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나올 때까지라도 잘 넘겨야 하는데, 북한 내부 위기가 심각하면 이를 밖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무엇인가 터트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북한을 둘러싼 관계가 매우 경직돼 있는데 중국보다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한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한국이란 건 분명하다.

● 대북 제재 속 한국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남북 관계는 세 가지 장애물이 있다. 이념과 체제 차이, 경제 차이, 국제 위상 차이. 이 장애를 극복하려면 고도의 정치적 지혜가 필요한데, 돌파구는 역시 경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는 남과 북이 함께 끌고 나가야 하는데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눈치만 봐서는 안되고, 치고 나가야 문제를 풀어낼 수가 없다. 지지를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할 때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가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안보 실장을 굉장히 경험 많은 분들로 교체했는데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송욱 취재파일용-자오후지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 바이든 취임 이후 미·중 관계 개선될까?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너무나 구조화됐다. 두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미국은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산업구조가 무너지고 중산층이 많이 타격을 입었다. 중국은 개혁개방과 세계화, 글로벌화의 물결을 타고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2018년 유엔 자료를 보면 중국은 유일하게 제조업 등 산업구조를 완벽하게 갖춘 나라다. 이 결과를 미국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을 모르고, 서구 정당 이론으로만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중국 공산당이 과거제도를 계승했다고 본다. 중국이 2000년 통합을 이뤄낸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가 과거제도이다. 역대 왕조들은 과거제도를 통해 엘리트들을 왕 주변으로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그리고 사서오경으로 엘리트 집단을 하나로 만들었다. 지금 중국 공산당에는 9천만 명의 당원이 있는데, 여기에 중국의 엘리트들이 거의 다 들어와 있다. 중국 공산당이 과거제도를 대체해, 엘리트들을 통해 중국을 하나로 통합해 내는 수단인 것이다. 서양 정당처럼 선거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또한 공동체를 강조하는 북유럽식 민주사회주의처럼 문명 가치관과 대치되는 게 전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신들의 시각으로 보니까 중국 공산당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고 구조적인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당선 선언 18일 후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충돌 대신 협력을 강조했다.

●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지 않은가?

바이든은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나 포퓰리즘과는 다르고, 국제기구와 동맹들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과 신기술을 중국이 선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바이든이나 트럼프 같을 것이고, 결국 중·미 갈등 관계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굉장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내 경제를 발전시키는 '내순환'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는 '외순환'이 보충하는 '쌍순환'이 그것이다. 내순환에는 특히 향후 5년 사이 5G 등 신인프라 건설에 30조 원을 투자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금 미국이 여러 가지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데, 이게 시간을 좀 지연시킬 따름이지 전체적으로는 그 추세를 막을 길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미국의 이런 견제가 중국에 애국주의를 고양시키는 영향을 가지고 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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