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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학대받은 5남매 생이별…쉼터가 없다

<앵커>

세상에 나온 지 열여섯 달 된 아이가 어른들의 잔인한 학대와 폭력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일이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그전에 아동 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누구도 아이를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정부는 가정에서 학대당하는 아이들이 가해자와 떨어져서 따로 보호받을 수 있게 피해 아동 쉼터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학대당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쉼터에 들어가는 거 자체가 어렵고, 또 힘들게 자리가 나더라도 멀리 떨어진 데로 가야 해서 형제나 남매가 생이별을 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끝까지 판다팀이 이 문제 취재했습니다. 먼저, 권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부모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하다 발코니를 넘어 도망쳤던 창녕 9살 A 양은 병원치료를 받은 뒤 '쉼터'에서 보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학대 피해 아동이 모두 쉼터 보살핌을 받는 게 아닙니다.

인천에서 초등학생 형제 방임 학대 사건이 일어난 직후, 충북 진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6살, 7살, 9살 3남매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가 일을 가면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가지 않고 집에서 알아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진천 쉼터 관계자 : 아이들이 전자레인지나 내지는 가스레인지나 이런 것들을 쓸 때 굉장히 위험할 수 있죠.]

정부의 아동돌보미 서비스 제공도 거부한 아버지, 청결하지 못한 집에 방치된 아이들, 당국은 학대로 판단해 3남매를 아버지와 분리해 쉼터로 보내려 했습니다.

그런데 진천에는 누나가 갈 수 있는 여아용 쉼터만 있을 뿐 남동생 둘은 다른 지역에 있는 남아용 쉼터로 가야 했는데 그곳도 정원 초과라 못 갔습니다.

결국 3남매는 쉼터 대신 타지역 양육시설로 보내졌고 어린이집과 학교를 옮겨야 했습니다.

[진천 쉼터 관계자 : 아이들이 전학을 가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잖아요. 아동들이 거주하는 인근 지역에서 절대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되는데….]

진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원 초과는 비일비재하고,

[전남 쉼터 관계자 : 저희는 총원이 7명인데 지난주까지만 해도 9명이 있었어요. 지금도 정원 초과 상태예요.]

자리가 없어 최근 학대를 당한 한 5남매는 생이별을 해야만 했습니다.

[인천 쉼터 관계자 : 여아가 2명이고 남아가 3명인데 여아 남아는 어쩔 수 없이 나눠져야 되니까…. 남자아이가 제일 큰아이가 16살 그다음이 12살, 8살 이렇게 3명이 있는데 16살짜리하고 12살짜리만 (우리 쉼터에) 들어왔어요. 8살짜리는 우리가 장소가 그래(없어) 가지고…. 제일 나이 어린아이가 가는 바람에 아이들이 동생 보고 싶다고 마음이 아파 가지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 쉼터 숫자만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 전국의 쉼터는 여아용이 42, 남아용이 29, 모두 72곳에 불과합니다.

2015년 46곳에서 26곳 더 늘어났지만, 지난 5년 동안 학대 판단 건수는 1만 1천여 건에서 3만여 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야 하는 '분리보호 조치'는 해마다 3천 건 넘게 발생하지만, 쉼터 한 곳당 정원이 5~7명 정도라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지난해 기준 472명에 불과합니다.

결국 쉼터는 365일 정원 초과 상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 아동 수천 명은 쉼터에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양육시설이나 친척 집, 급기야는 학대가 일어나는 원 가정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박진훈, CG : 홍성용·최재영)  

▶ [끝까지판다] "쉼터 대폭 확충"…신청서 냈더니 우수수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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