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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고 돌연 "공구 반납하세요"…죽음 내몰려

<앵커>

경남 거제에 있는 한 대형 조선소 하청업체 대표가 최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줘야 할 돈을 제대로 안 주고, 또 단가를 마음대로 깎는 조선업계의 고질적 관행 때문에 평소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다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대표 김 모 씨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 씨가 삼성중공업 1차 하청업체인 A사의 재하청을 받는 B사 대표를 맡은 지 두 달 만입니다.

유족들은 받아야 할 공사 대금이 1억 5천만 원인데 A 업체가 6천여만 원만 주겠다고 해 김 씨가 큰 고통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김 씨 아내 : (남편이) 제발 도와달라고… A 업체 소장님한테 내가 기라면 길 테니까… 제발 도와달라고 사정을 했어요.]

A 업체는 숨진 김 씨와 계약서로 합의한 내용이라고 주장합니다.

[A 업체 대표 : 계약 조건이라는 건 나중에 적더라도 이게 합당하지 않으면 서명 안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김 씨와 A 업체의 계약서를 보면 공사 금액란이 아예 비어있거나 공사가 모두 완료된 날 계약서가 작성됐습니다.

'선시공 후계약', 작업을 시킨 뒤에 계약서는 나중에 작성하는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부당 하도급 거래입니다.

[김경습/삼성중공업 노조위원장 : 회사에서 의도적·계획적으로 두 번째 계약서는 안 쓰는 거죠. 먼저 일부터 시켜놓고 일 다 끝내고 나니까 이번처럼 제일 마지막 날에 (후려치는 겁니다.)]

[B 업체 직원 : 아침에 바로 메시지가 왔어요. '팀장님(대표님) 개인 공구 및 공통 공구 반납하세요' '어? 형님 이게 뭐예요' 이랬었거든요. 우리 작업자들은 그만두라는 거예요.]

작업 시작 뒤 계약서를 써 일감 내용을 부당하게 변경해 단가를 후려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 하청업체들의 주장입니다.

[이장호/공인노무사 : 원청에서 적정한 공사 금액을 바로 밑에 있는 하수급인에게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맨 아래 있는 물량 팀장에게까지 문제들이 전가되지 않았나.]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3만 8천여 건의 하도급 작업에 대해 사전에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대금을 깎은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36억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삼성중공업 측은 하청과 재하청업체 간의 일이라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박선수, VJ :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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