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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세먼지 제대로 보자…'천리안 2B호' 초미세먼지·미세먼지 원인 물질까지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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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가 어제(18일) 천리안 2B호가 찍은 한반도 주변의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2월 19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의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이후 영상 공개는 처음이다. 지난 5월에 해양수산부에서 천리안 2B호에 탑재돼 있는 해양 카메라의 관측 자료는 공개한 적은 있지만, 대기질을 본 영상은 아니었다. 천리안 2B호는 기존에 쏘아 올린 천리안 1호와 천리안 2A호와는 다르다. 기존의 두 위성들은 기상관측 위한 위성으로 구름의 발달과 이동, 태풍의 발달과 소멸, 전선의 생성과 이동, 황사 등 다양한 기상 정보를 관측했다. 비교적 입자 크기가 큰 황사 정도까지는 관측이 가능했지만, 고농도 초미세먼지 사례가 빈번한 한반도의 경우 더 정밀한 관측이 필요했다. 그리고 총예산 3천867억과 9년의 개발 끝에 조금 더 정밀하게 미세먼지 관측이 가능한 천리안 2B호를 지난 2월에 쏘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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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한반도 미세먼지 '나쁨' 수준인 날의 천리안 2B호 영상 ㅣ 빨간 부분이 미세먼지)


● 천리안 2B호는?

천리안 2B호는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환경위성이다. 천리안 2B호는 자외선 영역을 관측에 사용하는데, 그동안 다른 위성에서 사용해왔던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영역보다 파장이 짧아 더 작은 미세입자까지 관측이 가능해졌다. 현재 관측 수준은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의 약 1/30에 해당하는 초미세먼지(PM2.5) 수준 정도까지다. 또, 그동안 국내 위성으론 측정이 불가능했던 미세먼지의 기체 원인 물질(SO2, NO2)도 포착해 냈다. 연세대학교 김준 교수 연구팀이 자외선을 이용한 미세먼지 분석의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이번 영상으로 실시간 미세먼지의 흐름과 원인 물질들을 관측할 수 있어 앞으로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도 2021년 이후 tempo라는 이름의 정지궤도 환경위성을 발사할 예정인데, 자외선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분석하는데 보통 2~3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미세먼지 이슈가 우리나라보다 적긴 하지만, 당장 우리의 기술이 앞장서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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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이산화질소 관측 자료 ㅣ 지난 8월 이산화황 관측 자료)

위성 자료는 보통 전 세계가 각국에서 관측한 자료를 공유하는데, 그동안 참고해 왔던 국외 위성 미 항공우주국의 OMI와 유럽 우주국의 TROPOMI의 단점도 극복했다는 평가다. 해외 위성들은 저궤도 위성인데, 지구 자전 속도보다 빨라 한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반면 천리안 2B호는 정지궤도 위성으로 지구와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면서 한반도 주변과 동아시아 지역의 상황만 감지한다. 1일 1회 촬영을 했던 국외 위성보다 10배 많은 1일 10회 촬영이 가능한 것이다.

● 미세먼저 원인물질 파악 왜 중요?

이번 영상에선 미세먼지를 나타내는 AOD(Aerosol Optical Depth) 값 외에도 기체 형태인 이산화황(SO2)과 이산화질소(NO2)의 흐름도 포착됐다. 미세먼지는 고체인데, 왜 기체 상태인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의 영상 공개가 주목을 받을까? 이유는 이 기체 입자들이 대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로 바뀌는 것을 2차 생성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겪는 미세먼지 중 절반이 훨씬 넘는 70% 정도가 이러한 화학반응을 거쳐 생성된다. 우리로선 바로 미세입자 형태로 나오는 1차 생성물보다 더 주목해야 될 이유이다. 또 정지궤도 위성에서 촬영하다 보니 기존의 위성이 놓치는 사각지대도 관측이 가능해졌다. 가령 구름이 많이 낀 지역은 국외 위성에서 관측이 안됐는데 천리안 2B호는 같은 장소를 실시간으로 촬영하다 보니 구름이 갠 뒤의 영상 촬영이 가능해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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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이산화질소 관측 비교 ㅣ 미국과 유럽 관측 자료 중 빨간 원 부분은 관측 안된 부분)
*AOD : 빛이 미세입자에 의해 투과율이 달라지는 것을 정량적으로 계산한 값

● 앞으로 남은 과제는?

천리안 2B호의 특장점은 자외선을 이용해 초미세먼지부터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까지 잡아낸 다는 것이다. 자외선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파장이 짧은 빛이다. 즉 태양빛이 없으면 천리안 2B호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현재 기술론 밤사이 유입되는 먼지의 흐름은 측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밤사이 측정은 적외선 영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론 어려운 상황이다. 또 적외 영역은 자외선 영역보다 파장이 커 초미세입자들을 관측하기 어려운 과학적 한계도 존재한다.

천리안 2B호는 이미 쏘아졌다. 지난 10월 말 우주궤도상 시험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영상도 공개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문가 검토를 마친 뒤 실시간 관측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말 그대로 기술 개발이 아닌 이제 현업이다. 천리안 2B호가 주는 현업의 이점도 잘 살려야겠지만, 남겨진 과제도 분명 해결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밤사이 측정을 위해선 현업과 다른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업과 R&D 사업은 분명 다르다. 환경부와 과기부 등 관련 유관기관이 분담된 업무는 하되, 이런 R&D 사업을 위해선 아끼지 말고 정보를 적극 공유해야 한다. 또 관련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도 필요하다. 천리안 2B호가 남긴 과제 역시 빠른 시일 내 해결해 24시간 미세먼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과학 기술이 개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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