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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시인 정호승의 위로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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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진/앵커: 조금 전까지 답답한 소식을 여러분께 전해 드렸는데요. 지금 청춘의 시간을 지나고 있거나 이미 청춘의 시간을 지난 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분의 시는 다들 읽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셨던 분들도 정말 많으실 겁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정 시인, 정호승 시인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초대를 했고 찾아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호승/시인: 반갑습니다. 

▷ 주영진/앵커: 저희가 사실 정호승 시인을 초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얼마 전에 산문집을 내놓으셨더라고요. 

▶ 정호승/시인: 그렇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리고 기자간담회도 했는데. 보통 책 내면 이렇게 기자간담회를 하십니까? 

▶ 정호승/시인: 평생 두 번째 해 봤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지금까지 신작 시집이 13권이고 산문집이 한 서너 권 되는데 저는 공식적으로 기자간담회를 해 본 적은 없는데 산문집만 두 번 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산문집만. 

▶ 정호승/시인: 그래도 우리가 책이 나왔을 때 스스로를 기념하고 공적으로 기념하는 일은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책은 단순한 산문집이라기보다는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그러니까 우리가 시를 쓸 때 그 시의 배경이 되거나 계기가 된 그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서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서사를 시와 함께 한데 모아서 이렇게 독자들 앞에 내놓으면 시를 이해하는 데 보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주영진의 뉴브 인터뷰 정호승 시인

▷ 주영진/앵커: 책을 갖고 나오신 것 같은데요. 지금 책 제목이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 정호승/시인: 그렇습니다. 

▷ 주영진/앵커: 책을 쓰시면서 제목을 정말 생각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물론 출판사에서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만 이렇게 제목을 정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 정호승/시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삶의 어느 순간순간에 내가 정말 지금 외롭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럼요. 

▶ 정호승/시인: 나이가 들었거나 또 젊은 청년 세대거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저도 삶의 어느 순간에 내가 지금 참 외롭구나라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결국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죽음이 인간의 본질이듯이 외로움도 인간의 본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본질을 가지고 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사람이니까, 인간이니까 외로운 거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이해를 통해서, 외로움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그 이해가 깊어지면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시가 있는 수선화에게 관련한 산문을 쓰다가 마지막, 그 산문의 마지막 구절이 그렇지만 나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고 썼는데 그 부분이 제목으로 결정되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을 하실 거예요. 시 제목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수선화라는 제목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 시 구절은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텐데 그렇다고 한다면 정호승 시인의 시작. 시인으로서 천착하고 집중해 왔던 것은 결국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 이런 겁니까? 

▶ 정호승/시인: 그것만은 아니고요. 시는 우리 어떤 삶의 일상 속에 수없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제 우리가 마음의 눈으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제가 시인이라고 해서 저 혼자만 이런 삶의 어떤 비밀들. 삶의 비밀을 크게 이야기하면 태어난다는 사실, 인간으로. 사랑한다는 사실 또 죽음이라는 사실. 이러한 것들이 삶의 비밀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비밀을 삶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느냐 그것을 저는 이제 시의 방법으로 표현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시를 생업에 바빠서 쓰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 대신 똑같이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저는 다른 사람 삶의 가슴속에 있는 그런 비극과 고통 이러한 것을 시의 그릇으로 제가 표현했을 따름이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주영진의 뉴브 인터뷰 정호승 시인

▷ 주영진/앵커: 저희가 오늘 마지막에 아마 이 시,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수선화라고 하는 시는 아마 양희은 씨가 또 노래로 만들어서. 

▶ 정호승/시인: 그렇습니다. 

▷ 주영진/앵커: 노래를 한번 들려드릴 생각인데 한번 수선화는 워낙 유명한 시니까 잠깐 저희가 준비한 내용을 보면서 제가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내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다시 한번 읽어보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잘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정호승/시인: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도 잘하시는 거죠. 

▷ 주영진/앵커: 외롭다는 표현이 거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오네요. 

▶ 정호승/시인: 그래서 이 시는 이제 수선화에 빗대서 인간의 어떤 외로움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자 그런 뜻이고 삼라만상에 외롭지 않은 존재는 없다. 하나님도 절대자도 인간이 사랑해 주지 않으니까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산 그림자도 물론 해가 지는 거지만 우리 집 앞마당에 너무 외로워서 인간의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 사라지는 거다. 종소리도 자기 존재의 어떤 그러한 외로움을 우리 인간의 가슴속에 울려 퍼지고, 울려 퍼지게 하고 사라지는 거다. 그러한 존재의 모든 사물들의 외로움을 수선화의 어떤 연약한 꽃대 위에 핀 수선화의 연노란 꽃빛에 비교해서 인간의 외로움의 색채, 외로움의 본질을 한번 노래해 봤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고. 많은 독자들이 이 시를 자신의 삶의 어떤 외로움을 위로해 주고 위안하는 시로 소유화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고 읽는 사람의 것이죠. 저도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읽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좋다고 느껴지는 시들은 제가 읽으면서 제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니까 많은 독자들이 이 시를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외로움의 어떤 고통이 뼈저리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 주영진/앵커: 선생님, 그리고 더군다나 지금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2020년 올 한 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암울하고 절망적인 한 해로 아마 기억하지지 않을까 싶은데. 선생님께서 보시기에는 코로나19 언젠가는 끝이 나겠죠. 제가 기자간담회 때 하신 말씀을 읽었습니다. 이 절망을 인내하면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믿고 계십니까? 

▶ 정호승/시인: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왜냐하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니까요. 저는 이 코로나 시대가 우리 삶의 어떤 절망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 연꽃을 생각해 보면.

▷ 주영진/앵커: 연꽃. 

▶ 정호승/시인: 연꽃이나 수련. 연꽃이나 수련은 오물투성이인 더러운 그런 진흙투성이인 그런 물속에 뿌리를 내려서 맑고 순결한 꽃을 피웁니다. 그러면 연꽃이나 수련에게 있어서 그 진흙투성이인 그 더러운 오물투성이의 물은 고통이죠. 고통이자 절망입니다. 고통과 절망 속에 뿌리를 내려서 맑고 아름다운 순결한 그런 희망의 꽃을 피운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지금 현재 절망의 뿌리를 내고 또 희망의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인생의 어떤 그런 소중한 덕목 중에 하나가 인내입니다. 

▷ 주영진/앵커: 인내. 

▶ 정호승/시인: 그렇죠. 참을 ‘인’ 자는 칼 ‘도’ 자 더하기 마음 ‘심’ 자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까? 마음 ‘심’ 나의 심장에 이렇게 칼 ‘도’ 칼끝이 다가와 있는 이런 상황이 오늘 우리의 삶의 상황이 아닐까. 그러면 그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견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견딤이라는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자어로 표현하면 인내겠죠. 우리가 참고 견디지 못하면 오늘을 살아갈 수 없다는 교훈을 주는 코로나 사태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 주영진/앵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을 보면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오늘 선생님 나오신다고 해서 저도 선생님 시를 한번 쭉 읽어봤습니다. 선생님 한번 나오신 김에 대단히 어려운 부탁. 선생님 시 중에 산산조각이라는 시가 있는데. 

▶ 정호승/시인: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한번 시청자분들께 잠시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직접 한번 좀 낭송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정호승/시인: 네, 있습니다. 이 시 또한 많은 독자들이 자기 자신의 시로 향유하고 있는 것을 제가 보고 느낄 때 시는 역시 읽는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가장 첫 페이지에 있는 시가 산산조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낭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이러한 시입니다. 

▷ 주영진/앵커: 저도 기억납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정호승 시인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무엇보다 코로나19, 우리가 이 절망적인 상황을 인내하고 견뎌낸다면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는 그 말씀이 특히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오늘 나오신 김에 저희가 아까 말씀드렸던 수선화라는 시를 양희은 씨가 노래로 만들었는데요. 양희은 씨의 노래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같이 들어봐 주시죠. 

▶ 정호승/시인: 그러겠습니다. 

주영진의 뉴브 인터뷰 정호승 시인

▷ 주영진/앵커: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적이고 감동인 것 같습니다. 이 노래 들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 정호승/시인: 이 노래를 통해서 시와 노래는 한 몸이기 때문에 시가 노래화되는 어떤 기쁨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도 느끼고 또 역시 외로움은 인간의 어떤 본질이기 때문에 잘 참고 견뎌 나가야 한다. 왜라고 생각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스스로 위안을 받게 됩니다. 

▷ 주영진/앵커: 외로울 때 왜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본질이니까 견디자 이 말씀도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오늘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정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 정호승 시인과의 인터뷰를 끝으로 해서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래 여러분 꼭 찾아서 다시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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