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무릎 꿇리고 '몸에 폭죽'…中 초등생 학폭 현장

13일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한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동급생을 폭행하는 영상입니다.

중국 초등학생들이 동급생을 폭행하는 영상(화면출처=웨이보)

● 발로 밟고 옷에 폭죽 넣어 불 붙여…피해 아동은 울기만

이 영상은 12일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류저우시에서 촬영된 것인데, 한 학생을 서너 명이 발로 밟고 슬리퍼로 때리는 등 말 그대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길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하고, 쓰러져 있기도 하고, 폭행을 피하려 웅크리기도 합니다. 저항도 못하고 울기만 합니다.

초등학생들의 집단 폭행 장면(화면출처=웨이보)

반면 가해 학생들에게서는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한 가해 학생은 성냥에 불을 붙여 피해 학생의 외투 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피해 학생의 주머니가 폭죽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폭행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이렇게 폭력적이고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소름이 돋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합니다. 괴로웠을 피해 학생 때문에 마음이 아파집니다.

이 학생들이 몇 살인지는 중국 언론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초등학생(小學生)이라고만 전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피해 학생이 너무도 앳돼 보인다는 것입니다.

가해 학생이 성냥에 불을 붙여 피해 학생의 외투 주머니에 넣고 있다. 주머니에는 폭죽이 가득 차 있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화면출처=웨이보)

● 중국 네티즌들, 폭행 영상에 분노…"가해 학생 처벌해야"

이 영상은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찍은 것이라고 합니다. 폭행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류저우시 교육 당국은 여러 차례 피해 학생 집을 찾아갔는데, 처리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처리했습니다.

13일 오전에만 1억 명이 넘는 중국 네티즌들이 웨이보에서 이 영상을 봤습니다. 한 영상에는 댓글이 1만 3천 개 넘게 달렸습니다. 사건 사고가 많은 중국에서도 이 영상은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대부분 가해 학생들의 도 넘은 폭행을 비난하거나 피해 학생을 불쌍하게 여기는 댓글들입니다. '어린 나이에 이 얼마나 사악한지, 상상하기 힘들다', '나이는 핑계가 안 된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라는 글들입니다. '악마'라는 표현을 써가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대응을 요구하는 글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미래를 누릴 자격이 없다', '가해 학생들이 자신들도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폭력으로 가르쳐야 한다', '나는 폭력에 반대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폭력이 어느 정도 정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내용 등입니다.

나아가, 중국의 법 개정을 요구하는 글들도 있습니다. '준법 미성년자는 보호하되, 법을 위반한 미성년자는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 '14세 미만이라도 형사 책임을 면해 줘서는 안 된다',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빨라서 12세 때 이미 성인과 같은 해를 끼치기도 한다'는 글이 이어졌습니다.

웨이보 영상에 달린 댓글. '14세 이하라도 형사 책임을 면해 줘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중국 형법상 '14세 이하'보다는 '14세 미만'이 정확한 표현이다.

● 중국 '형사책임 연령 인하' 법 개정으로 이어지나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촉법소년'이란 제도가 있습니다. '촉법소년'은 범법 행위를 저질렀어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걸 말합니다. 대신 가정법원 등을 통해 감호 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와 같은 보호처분을 받게 됩니다. 한국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즉, 14세 이상은 형사책임을 지지만 14세가 안 되면 죄를 지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중국은 형사책임 연령이 한국보다 높습니다. 중국 형법은 16세가 넘어야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16세 이하가 처벌을 전혀 안 받는 것은 아닙니다. 14세 이상 16세 미만도 처벌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형법은 고의 살인, 고의 상해에 따른 중상이나 사망, 강간, 강도, 마약 밀매, 방화, 폭발, 마약 투입 등 8가지 중범죄로 그 경우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감형을 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최근 이런 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형사책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13세 소년이 이웃 10세 소녀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소년은 14세가 되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경찰에서 '교화'와 '재교육' 조치만 받았습니다.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에 중국의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형법 개정안을 심의했습니다. 12세 이상 14세 미만이 고의로 살인하거나, 고의 상해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처벌 가능한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두 살 더 낮추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경우에도 죄질이 나쁘고 최고인민검찰원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추가로 달렸습니다.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추진하는 것인 만큼, 이대로 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어린아이들을 처벌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교육을 통해 다시 사회로 복귀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올라온 동영상은 이런 생각에 회의를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교화와 처벌,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충격'이 중국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