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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로나 시대 여행, 트래블 버블이 숨통될까?

'여행자 격리 면제 협정' 어떤 식으로 시행될까

[취재파일] 코로나 시대 여행, 트래블 버블이 숨통될까?
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요즘,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트래블 버블'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지난달 15일 홍콩과 싱가포르가 "트래블 버블 협정 체결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도 계기가 됐는데, 이달 말에는 실제 시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Travel Bubble'은 우리말로 하면 '특정 국가 여행자 격리 면제' 협정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오는 입국자들에게 '호텔 또는 집에서 14일 격리'를 요구하는 방침을 대부분의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다 보니, 이 격리 기간을 없애주면 해외 여행자도 늘어나고 여행산업에도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는 취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당국이 이 협정을 맺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쓴 용어는 ATB(Air Travel Bubble)입니다. 여객기와 공항을 통한 입출국에 해당하는 협정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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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싱가포르 간 트래블 버블은 어떤 식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모두, 다른 나라들과도 비슷한 협정을 맺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곳 사이에 가장 먼저 시행되는 ATB의 구체적인 시행 방침이 앞으로 다른 나라들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홍콩 당국은 이달 말에는 실제로 양 지역 간 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이에 필요한 조치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대상자들은 14일 이상 해당 지역(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머무른 사람이어야 합니다. 즉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 내에 다른 해외 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여행의 목적에 대한 제한이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지만 아무 항공편이나 이용하는 것은 아니고 오로지 ATB 해당 여행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항공편을 지정하게 됩니다. 홍콩 당국자에 따르면 시행 초기에는 매일 한편 정도의 항공편이 있을 것이고 차츰 확대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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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검사는 어떻게? 검사비는 얼마?

여행자는 출발 72시간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이에 따른 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코로나 검사에 대해서는 '양측이 서로 인정하는 PCR 방식'이라는 것 외에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고 있는데요.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출발하기 전에 검사 확인서를 제출하면 그것 한 번으로 충족된다'는 전망도 있지만 다른 얘기도 있습니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출발 전에 검사 확인서를 냈더라도, 홍콩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검체를 채취해 2차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예상도 있습니다.

이 두 번째 검사는 생략하기로 합의한다면 여행자 입장에서는 더 간편해질 수는 있는데, 이 부분은 현지 전문가나 언론도 전망하는 게 조금씩 달라서 확정된 시행 방침이 나오는 걸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홍콩 당국은 이달 중순부터 시내 4곳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위한 공공센터를 운영할 것이라면서 검사 확인서가 필요한 여행자의 경우 홍콩 돈으로 240달러 정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원화로는 3만 5천 원 정도 되는 검사비입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사립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경우, 지금까지는 우리 돈으로 20~40만 원 정도가 필요했는데, 이에 비하면 검사비를 1/10 수준으로 크게 낮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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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든 가고 싶다"…문제는 항공권 가격?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이제는 어디든 비행기 타고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홍콩 사람들도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실제 트래블 버블이 시행됐을 때 항공권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양 지역 간 트래블 버블 협정 체결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난 직후, 하루 만에 홍콩-싱가포르 12월 왕복 항공권 가격이 60% 가까이 올랐다고 합니다. 당시 오른 가격이 홍콩 돈으로 3천30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 찾아보니 3천700달러 정도로 조금 더 오른편이었습니다. 왕복 항공권 가격이 우리 돈으로 55만 원 정도 되는 셈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그래도 이 정도면 여행 갈 만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더 오르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 관광산업에 도움될까?

홍콩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연간 입국자가 99.9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즉 지난해 대비 0.1퍼센트의 사람들만 입국했다는 의미입니다. 해외 여행자가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항공사와 여행사의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유명 대형 식당과 상점도 폐업하는 곳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코로나 확산 이전 시기에 홍콩을 찾았던 연간 5천600만 명 정도의 방문자 중 77%는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이 수치만 봐도 홍콩-싱가포르 간 여행 재개가 관광산업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서 홍콩 당국은 홍콩-중국 본토 간에 격리 기간을 없애는데 더 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홍콩-중국을 오가는 경우에도, 다른 나라에서 오는 입국자들과 마찬가지로 14일간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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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홍콩 당국은 '홍콩의 코로나 상황이 안정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즉 홍콩이 중국의 일부임에도 격리 기간을 두고 있는 것은 '홍콩은 풀고 싶은데 중국 본토에서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홍콩-본토 간 격리 기간을 없애는 논의가 올여름까지 상당히 진전됐지만 지난 7월 홍콩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이른바 '코로나 3차 파도'가 시작되면서 이 논의가 중단된 겁니다.

마찬가지로 중국 관광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코로나 3차 파도는 겪지 않았던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먼저 움직였습니다. 싱가포르는 11월 6일부터 중국에서 오는 방문객들의 격리 기간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공항에 도착 즉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으면 여행이 가능한 겁니다.

여행과 이동 수요가 가장 많다고 하는 연말과 음력설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베이징을 방문한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가장 중요한 의제가 바로 홍콩-본토 간 격리 기간을 없애는 것이며, 조만간 홍콩에서 본토로, 본토에서 홍콩으로 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희망 섞인 전망입니다. 트래블 버블 여행자들이 제출하는 검사 확인서만으로는 완전한 방역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긴 하지만 '관광산업과 일자리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막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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