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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돋보기] '샤이 트럼프'의 위력, 이번에도 통할까?

[美대선 돋보기] '샤이 트럼프'의 위력, 이번에도 통할까?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둔 마지막 일요일이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큰 폭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11개 언론 및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를 종합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자료 기준으로 10월 31일 현재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7.8% 포인트 차로 앞서 있다. 11개 기관의 조사 결과가 모두 바이든의 우위로 드러났는데, 이코노미스트와 CNBC 결과에서는 격차가 무려 11% 포인트에 달했다. 2016년 유일하게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했던 라스무센 리포트의 조사에서 조차 3% 포인트 차로 바이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이른바 '바이든 대세론'이 과장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진영은 여전히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2016년의 이른바 '샤이 트럼프' 트라우마 탓이다. 4년 전에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승자는 트럼프였다.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겉으로는 이를 드러내지 않는 '샤이 트럼프'의 표심을 여론조사가 담아내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진영은 여전히 자신들의 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2016년에 경험했듯이 여론조사는 현실과 괴리된 수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4년 전 대역전극의 원동력이었던 '샤이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사업가 출신 '워싱턴의 이단아'가 영부인 출신 정치 엘리트를 꺾었던 4년 전과는 모든 면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2016년의 뼈아픈 실수를 계기로 여론조사 기술은 한층 발전했고, 무엇보다 숨어있던 트럼프의 지지자들, '샤이 트럼프'들이 자체가 변했다.

2016년 대선 전 여론조사 결과 (사진=위키피디아, 연합뉴스)

● 2016년 여론조사는 틀렸다?

여론조사 결과와 최종 결과가 달랐지만, 엄격히 따지면 2016년에도 여론조사는 틀리지 않았다.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지지 후보를 조사한 결과다. 그리고 실제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에서는 클린턴이 300만 표를 더 얻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건 미국의 독특한 선거방식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 개개인의 표를 합하는 대신 주별로 유권자들의 표를 집계해 승자를 가린 뒤, 승자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식한다. 최종 결과는 투표 수가 아니라 확보한 선거인단 수로 가린다. 이 때문에 클린턴은 더 많은 유권자의 표를 받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뒤져 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여론조사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4년 전 트럼프 승리의 원동력은 북부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에서 승리였다. 이민자에게 문을 닫고 교역에 장벽을 높여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약속에 저소득 노동계층인 블루칼라 유권자들은 열광했다. 저학력 백인들이 주축인 이들은 드러내지 않다가 트럼프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4년 전 여론조사는 이들을 놓쳤다. 이를 계기로 대부분의 조사기관이 이번 선거에선 표본 선정에 '학력' 변수를 추가했다. 이 때문에 이번 여론조사에선 '샤이 트럼프'의 주축이었던 저학력 저소득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이 누락될 구멍이 그만큼 작아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지자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샤이 트럼프'는 더 이상 '샤이'하지 않다.

우파 성향의 케이토 연구소는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서 미국인의 62%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길 두려워하는데, 주로 보수층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2016년 '샤이 트럼프'의 규모는 유난히 컸다. 전문가들은 그 중요한 이유로 트럼프가 이른바 '비주류' '이단아'였다는 점을 꼽는다.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쏟아내는 언행으로나, 경력으로나, 어느 모로 보든 2016년의 트럼프는 내놓고 지지한다고 말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이는 후보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적잖은 유권자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2020년 트럼프는 더 이상 '비주류' '이단아'가 아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다. 지지자 입장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울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집단 팬덤에 가까운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고한 결속력은 인종차별 시위와 코로나 국면에서 수시로 드러났다. 미 전역에서 성조기를 들고 인종차별 시위대에 맞불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마스크 반대' 팻말을 들고 코로나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모닝컨설트 등 여론조사 업체들은 트럼프의 지지층은 더 이상 '샤이'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들에게 트럼프는 부끄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이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드라이브인 유세에 참가한 바이든 후보 지지자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1/3로 줄어든 부동층…'히든 바이든'도 있다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을 추정하기 위해 주목할 지표 중 하나는 부동층의 규모다. 2016년 여론조사에서 부동층 비중은 13~20%에 달했다. 이 가운데 60%는 트럼프를, 30% 정도가 클린턴을 찍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대선에서 현재까지 여론조사에 나타난 부동층 비중은 3~8% 정도다. 부동층의 규모가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는 건 그만큼 '샤이 트럼프'의 절대 규모도 줄어들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10월 31일 기준으로 트럼프와 바이든의 최소 격차는 3%다. 부동층이 모두 트럼프로 돌아선다면 2016년에 이어 다시 한번 트럼프의 극적인 역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대부분의 전망이다. 데이비드 바커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는 이번 선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라고 보는 기록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정의했다. 지난 4년 간 트럼프의 행적들, 특히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인종차별 이슈와 코로나 국면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이미 트럼프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낙제점'을 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도 트럼프의 '실패'에 실망해 등을 돌린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른바 '히든 바이든'의 존재다. '샤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히든 바이든'도 정확한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예상보다 훨씬 클 수도 있고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만, '샤이 트럼프' 자체의 영향력만 놓고 본다면, 2016년 같은 '돌풍'이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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