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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빠지고 철사로 대충…스스로 만든 '죽음의 크레인'

<앵커>

앞서 보신대로 타워크레인은 한번 사고가 나면 사람이 숨지거나 또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3톤 미만 소형 크레인 사고가 잦은데, 올해에만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소형 크레인 약 600대를 검사해봤더니, 결함을 포함해 지적 사항이 4천 개 가까이 나왔습니다.

사람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건지 박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부산, 타워크레인 머리 부분이 뒤로 꺾이다가 두 동강 납니다.

끊어진 크레인이 차량이 줄지어 선 인근 도로를 덮쳤는데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가 날 뻔 했습니다.

[현장 목격자 : 나왔는데 뚝 떨어지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죽을뻔했어요.]

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사고는 크레인 결함 때문이었습니다.

T자형 타워크레인을 임의로 L자형으로 개조해 사용했는데, 문제는 크레인 머리와 몸통 연결 부위 나사가 설계보다 4개나 부족했던 겁니다.

지난 2월, 서울 용산에서도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밑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고 직후엔 크레인 지지선이 풀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해 난 사고로 추정됐는데, 정밀 조사에서 기계 결함으로 드러났습니다.

타워크레인을 지탱하는 선은 모두 철심으로 만들게 돼 있는데, 타워크레인 전체를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선의 일부를 버티는 힘이 약한 섬유로 만든 겁니다.

황당한 건, 부산 크레인은 사고 한 달 전, 서울 용산 크레인은 사고 5개월 전 정기검사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단 점입니다.

2018년 이후 사고가 난 크레인은 모두 40여 대인데 이들 모두 설치할 때 받은 검사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업체 관계자 : (2~3시간 진행하는 검사 때)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는데요. 볼트가 쫙 있습니다. 그런데 구조물이다 보니까 가리는 부분들이 있어요.]

사고가 이어지자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전국 공사 현장에 설치됐거나 설치 예정인 소형 크레인 1,200여 대를 전수 검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사에선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확인됐습니다.

크레인 지지대 부분에 나사가 빠져 있는가 하면 지지대와 체결이 아예 안 돼 있거나 철사로 아슬아슬하게 묶어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이원희 국장/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동조합 : 정확히 체결이 안 된 상태예요. 공간이 떠있죠? 힘을 받게 되면 붙고 반대로 돌게 되면 떨어지고….]

나사를 제대로 안 조여 조금씩 움직이는 곳도 부지기수.

[이원희 국장/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동조합 : 실물을 보지 않고 서류만 보고 사인을 해줬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 거예요. 실제 검사했던 각 기관에서도 인정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검사를 내줬는가. 자기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크레인 594대를 검사했는데, 무려 4천 개 가까운 지적사항이 나왔습니다.

그중 고발, 과태료, 벌점 이상 처분을 받은 크레인도 무려 141건이나 됩니다.

문제는 당초 살펴보기로 한 1,200대 크레인 중 절반 정도만 검사한 채 점검이 마무리됐단 점입니다.

코로나19와 폭염, 조사원 피로도 등을 이유로 애초 예고한 검사를 끝내면서 나머지 600대의 크레인은 점검을 받지 못한 겁니다.

검사에 동참한 노조 항의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국토부는 수시로 설치됐다가 철거되는 소형 크레인 특성 때문에 공사장 내 설치된 크레인 위주로 검사를 진행했다며 추가 점검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국토위) : 적합 판정을 받았던 타워크레인 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주의라고 많이 얘기됐지만, 그 문제점이 구조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잇따른 타워크레인 사고에 제작 결함이 발견된 크레인 7대는 등록이 말소됐고, 270여 대는 리콜과 판매 중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소형 크레인 사고는 오늘도 또 일어났습니다. 크레인 구조물이 휘면서 무너질 뻔한 겁니다.

정부가 검사를 공언하고도 마무리하지 않은 나머지 600대도 정밀 점검이 재개되지 않으면 크레인 사고는 또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영상취재 : 김명구 · 공진구,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이준영, 자료제공 :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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