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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밀 유출', 방사청 또 몰랐다?…KDDX도 ADD도 '모르쇠'

[취재파일] '기밀 유출', 방사청 또 몰랐다?…KDDX도 ADD도 '모르쇠'
▲ 어제(20일) 방사청 국감 중 발언하는 왕정홍 청장

어제(2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가 열렸습니다. 예상대로 현대중공업의 차기 한국형 구축함 KDDX 기밀 유출 사건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현대중공업이 KDDX 기밀을 도둑 촬영해 빼돌렸고 사업도 사실상 따냈으니 이를 질타하는 의원들이 많았습니다.

뜻밖의 장면이 나왔습니다. 왕정홍 방사청장이 이번 사건을 몰랐다고 발뺌한 것입니다. 방사청 직원이 KDDX 기밀 유출 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방사청장은 "잠수함 관련으로 알았다"는 엉뚱한 답변을 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어서 답답할 따름입니다. 사상 최대의 국방과학연구소 ADD 기밀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왕 청장은 지난 정부의 일인 양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대부분 왕 청장 재임 중 벌어진 사건인데도 그는 그랬습니다. 방사청 2인자 강은호 차장은 ADD 사건이 보도되기 직전까지 몰랐다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말을 했습니다. 방사청 1, 2인자들이 이렇습니다.

현대중공업의 KDDX 모형

● "이번에 보도가 나오면서 구축함인 줄 알았다"

차기 한국형 구축함 KDDX 기밀 유출 사건은 한 달 전 SBS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별건의 잠수함 관련 협의 명목으로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방문해서 3급 비밀인 KDDX 개념설계도를 도둑 촬영한 사건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KDDX 본사업인 기본설계 사업자 평가에서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현대중공업은 개념설계도를 훔쳤을 뿐 손은 안 댔다고 말합니다. 엄정하게 따지면 훔친 것만으로도 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수주는 무효입니다.

어제 국감에서 방사청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했습니다. 민홍철 국방위원장이 "그 자료가 활용됐는지 방사청에서 확인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왕정홍 청장은 "확인을 했다", "영향을 미쳤다 안 미쳤다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이란 본사업 평가가 공정했는지 따지는 가처분 소송입니다. 방사청은 재판 결과를 보고 뒷일을 결정하자는 생각입니다.

이어 왕 청장은 설훈 의원 질의에 KDDX 도둑 촬영 건을 몰랐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습니다. "그 사건으로 연루돼 조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보고를 하면 잠수함 관련으로 이렇게만 알았는데, 이번에 (보도가) 나오면서 구축함으로…"라고 한 것입니다. 방사청장이 뉴스를 본 후에야 KDDX 사건을 알았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에게 KDDX 설계도를 가져다준 사람은 해군 장교입니다. 범행은 해군에서 벌였지만 그의 소속은 방사청입니다. 잠시 해군으로 파견 갔을 때 벌어진 일입니다. 그는 KDDX 기밀 유출 사건의 수사도 재판도 방사청에 재직하면서 받고 있습니다.

수사와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방사청은 그의 업무를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방사청장은 방송 뉴스를 보고서야 KDDX 사건을 알았답니다. 왕 청장 말대로 현대중공업은 차기 잠수함 장보고-Ⅲ의 기밀도 훔쳤습니다. 훈련함, 지원정 등 방사청과 해군의 기밀 총 26건을 빼돌렸습니다.

26건 중에 가장 묵직한 사업이 KDDX입니다. 방사청장이 다른 건은 몰라도 되지만 KDDX 사건은 알아야 했습니다. KDDX 사건을 몰랐다고 하니 KDDX 사업의 향방과 관련된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 ADD 기밀 유출도 지난 일?

사상 최대 ADD 기밀 유출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 4월 29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안규백 의원이 "왕 청장님 재임 기간 중에 있었던 일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왕 청장은 "그런 건 아닙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본인 책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됐습니다.

ADD 퇴직 연구원들이 기밀을 무더기로 들고 떠난 사건입니다. 어떤 퇴직자들은 국산 최신 로켓의 핵심 기술을 가지고 UAE로 출국해 송환할 수도 없는 골치 아픈 사건입니다. 대부분 2018년 왕정홍 청장 재임 중에 벌어졌습니다.

강은호 방사청 차장은 지난 6월 25일 국방부 기자설명회에서 "방사청은 ADD 사건을 4월 중순에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4월 26일 SBS 보도로 공개됐습니다. 4월 중순이면 SBS의 취재가 진행 중일 때입니다. 방사청과 SBS가 같은 시점에 ADD 사건을 알았다는 게 강 차장의 주장입니다.

ADD와 안보지원사령부, 국가정보원은 작년 12월 말 유출 사건을 인지해서 이런저런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방사청만 넉 달 뒤에 파악했다면 방사청은 누구를 관리 감독할 주제가 못될 정도로 무능한 것입니다. 방사청만 몰랐다는 강은호 차장의 주장이 미덥지 않은 이유입니다. 방사청 1, 2인자들의 면모가 이렇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영전설, 승진설이 끊이지 않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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