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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②] 거리에 깔린 십자가…새 길 찾는 목사들

<앵커>

교회를 떠난 교인들을 개신교에서는 가나안 성도라고 부릅니다. 가나안은 원래 팔레스타인 지역의 옛날 이름으로 성경적 의미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거꾸로 읽어보시죠. 믿음은 있지만 교회에 가지 않는 개신교인을 빗대서 표현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개신교 인구의 20%, 약 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싶지만 교회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은 한국 개신교의 아픈 현주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교회의 위기를 절감하면서 새 길을 찾는 목사들을 소환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우리나라 교회 수는 8만여 개로 추정됩니다. 8만 7천여 개인 치킨집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교인은 주는데 교회 수, 목회자 수는 줄지 않는 겁니다.

세습, 돈 문제 등에 이어 올 한해 코로나 사태는 교회에 대한 실망감을 키웠습니다.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일부 교회, 이로 인한 감염자 속출로 개신교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배덕만/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 : 기독교인은 정말 다르구나. 이기적인 사람들을 넘어서는 더욱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전혀 안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비난과 조롱을 당하는 게 아닌가.]

거리의 수많은 십자가를 보며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는 최주광 목사는 부업으로 목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주광 목사 : 처음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이렇게 교회가 많은데 왜 교회가 또 있어야 하느냐?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다가….]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에게 다가가 포교하는 최 목사, 스스로 번 돈으로 목회 활동을 하는 만큼 헌금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최주광 목사 : 헌금을 통해 교회 재정이 운영되다 보니까 돈 앞에서 많이 비겁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거죠. 돈 때문에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진리는 말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교단은 목회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목사가 다른 직업을 갖는 걸 금지합니다.

하지만 최 목사처럼 이를 거스르는 목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큰 교회, 많은 교인, 외형 확장에 집착해 온 개신교 '팽창주의'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박종현 목사 : 먹고 사는 문제를 교회에서 해결하는 것만 깨끗하게 포기하면 그래도 우리가 좀 더 본질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기독교인의 소명.

개신교 위기에 대한 답은 그 소명의 충실한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최주광 목사 : 예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느냐면 너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교회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거죠.]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진, VJ : 김준호)  

▶ [끝까지 판다①] 헌금 사라져도, 목사엔 토 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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