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응급환자 살리려다 '쾅'…신호 어긴 소방대원은 '죄인'

<앵커>  

소방대원이 구급차를 운행하다가 사고를 낼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위급한 상황임을 인정해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많은 경우 경찰 수사와 소방본부 징계도 받아야 합니다. 

면책 기준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완해야 할 점은 뭐가 있는지, 손형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2월, 이곳 부산의 한 교차로 앞에서 긴급 환자를 이송하던 119구급차가 경차와 부딪혔습니다.

그런데 이 구급차를 운전했던 소방대원이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어떤 사고였는지 다시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구급차는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환자를 긴급 이송 중이었습니다.

직진 신호였지만 급하게 좌회전을 시도했는데, 갑자기 달려오던 승용차와 충돌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고, 손실에 대한 배상은 모두 보험으로 원만히 처리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구급차를 몰았던 소방대원은 신호 위반 혐의로 4번이나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야 했습니다.

내부 징계위에 회부됐지만 동료들의 탄원으로 겨우 징계를 면했습니다.

[공 모 소방사/구급차 운전 : 조사를 또 경찰서에서만 받는 게 아니고, 저희 내부에서도 그런 조사를 받게 돼 있어 가지고. 조사도 받고 내부 징계와 관련해서도 왔다갔다 해야되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런 처벌은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소방대원들을 위축시킵니다. 

[양 모 소방교/구급차 운전 : 피의자 신분이 된다는 게 내가 범죄자가 되고, 큰 죄인이 되는 거 같은 그런 심리적인 압박이 있더라고요.]

[공 모 소방사/구급차 운전 : 일하다가 이렇게 된 건데, 내가 큰 죄인이 된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이렇게까지 가니까 많이 좀 그랬습니다. 마음적으로 고통스러웠고. 억울한 면도 많았고, 그랬었습니다.]

물론 119 긴급차량 사고에 대해 면책조항이 있기는 합니다.

속도위반과 앞지르기, 끼어들기는 사고 책임이 면제됩니다.
 
그런데 긴급 환자를 이송할 때 생길 수 있는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 위반은 면책 대상이 아닙니다.

많은 구급차 사고가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을 침범할 때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겁니다.

[조준한/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 : (어쩔 수 없이) 소방차량이 신호를 위반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 경우에 사고가 발생하면 기본적인 형사처벌, 공소제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운전을 하게 되겠죠.]

긴급 출동 중 사고가 나는 경우, 지난 5년간 모두 544건, 한해 평균 100여 건 정도입니다.

매년 10건에서 20건 정도씩은 수사로까지 이어지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기소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중대한 운전자 과실이 없으면 소방대원들의 형을 면제해주자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박원수 의원/국민의힘 의원 (국회 행안위) : 이번에 관계 법규를 개정해서, 긴급 차량이 교통법규 위반할 때에도 최소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면책 규정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다만 사고 면책 범위를 과도하게 늘릴 경우,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반론도 있어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해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 김태훈 · 김용우, 영상편집 : 원형희, CG : 홍성용 · 최재영 · 성재은, VJ : 정영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