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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성폭력 근절' 외치는 국회…성희롱 예방 교육 명단 첫 공개

<앵커>

2부에서 저희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내용은 국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입니다. 그동안 성폭력 사건 불거질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성범죄를 근절시키겠다, 또 그걸 위해서 제도 만들겠다며 앞다퉈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성태/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8년) : 국회가 뒷받침해서 이런 성폭력을 제도적으로 근원적으로.]

[우원식/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18년) : 국회가 제도적 대안 만들고 모범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그 결과 이런저런 법이 만들어졌는데 저희 취재 결과 정작 국회에서는 성추행과 성희롱이 여전하고 의원들은 성희롱 예방 교육조차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 실태를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 판다 팀이 최고운, 권지윤, 김관진 세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최고운 기자>

국회의원으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한 여성 보좌진.

용기를 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 : 국회의원들의 독방이 있거든요. 그 쪽에 보고를 들어가게 됐는데 보고받을 때 제 손을 어루만지면서.]

국회 내 성희롱과 성추행, 여전하다고 털어놓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 : 늦은 밤에 음란한 사진을 한 번 보내온 적이 있어요. 대꾸도 하지 않고, 무서워서 그냥 지워버렸죠.]

메신저

이 보좌진만의 일일까.

비대면으로 전·현직 여성 보좌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국회의원과 노래방을 가면 블루스를 춰야 하고 국회의원이 누구를 대접하는 날이면 옆에 앉아 술시중을 요구받습니다.

밥은 예쁜 여자랑 먹어야 한다거나 예산 따려면 여성 보좌진과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의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좌진 채용 권한을 국회의원이 쥐고 있으니 일반 기업보다 문제 제기가 더 어렵습니다.

은밀한 성희롱, 성추행뿐 아니라 국회 안팎, 공개석상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이 난무합니다.

[한선교/전 새누리당 의원 (지난 2016년) :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 웃지 마시고.]

[유은혜/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과하세요. "내가 좋아?"가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송영길/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지난달) : 그냥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건데.]

입으로는 성폭력 근절을 외치지만 정작 언행은 딴판인 국회의원들.

끝까지 판다 팀은 국회의원들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문서를 하나 입수했습니다.

<권지윤 기자>

끝까지 판다팀이 입수한 이 문건은 국회사무처가 실시한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석한 국회의원 명단입니다.

처음 공개되는 건데 18대 국회인 2010년 8월부터 20대 국회가 끝난 지난 5월까지 약 10년간입니다.

이 기간 전체 국회의원 648명 가운데 성희롱 예방교육을 수강한 의원은 모두 32명, 1년에 고작 3명 정도 받은 셈입니다.

20대 국회만 보면 민주당에서는 김해영, 남인순, 문미옥 의원 등 8명, 야당에서는 김정훈, 김중로, 송희경 의원 등 9명, 모두 17명이 교육에 참석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이수한 7명을 포함시킨 건데도 의원 300명 가운데 5.6%에 불과합니다.

이 성희롱 예방교육, 해마다 실시하는데 남인순, 이종명 두 사람만 두 차례 들었고 나머지 15명은 한 차례만 참석했습니다.

법에 따라 직장인이나 공무원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마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난이 일자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의 국회사무처 예방교육 수강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는데 발의한 의원 12명 가운데서도 사무처가 실시한 교육을 수강한 사람은 김해영 전 의원 단 1명 뿐이었습니다.

[김해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저는 (국회사무처 교육) 공지가 나온 것을 보고 참석을 했었는데요. (교육은 도움이 되셨어요?) 몰랐던 부분도 있고 또 기존에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 더 이렇게 교육을 통해서 각인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은 당규에 성평등교육이 명시돼 있고 자체 교육도 했다고 밝혔지만, 강제가 아니다 보니 불참할 때 불이익도, 참석했는지도 검증할 길이 없습니다.

실제 복수의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은 "당규에 그런 조항이 있는지 몰랐다" "20대 국회 회기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하거나 "총선 출마자를 상대로 성인지 교육을 한 것 같은데 선거 준비에 바빠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실토했습니다.

끝까지 판다팀 취재에 응한 국회의원들은 모두 국회의원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요, 김관진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국회

<김관진 기자>

국회의원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1년에 한 차례 이상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는 법, 발의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18대 국회부터 지난 20대 국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발의됐습니다.

그런데 발의만 됐습니다.

18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도 안 시키고 그대로 폐기됐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상임위에 올라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20대 국회, 이번에는 상임위 소위원회까지 올라갔는데 하지만 결과는 역시 폐기입니다.

폐기된 법안 들여다보면 성희롱 예방교육뿐 아니라 성 비위 의원에 대한 징계조항이 있습니다.

성희롱과 성폭력, 성매매 등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징계안을 반드시 석 달 안에 심사하도록 해 어물쩍 넘어가지 못하도록 한 부분입니다.

여기에 징계로 제명된 국회의원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왜 이 법안들, 의원들이 처리하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의원 자신들을 견제하는 법안은 만들지 않으면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관련 법은 대폭 강화됐습니다.

직장 안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는 것은 의무화됐는데 1년에 한 차례 이상 받아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 조사와 처벌 규정이 있어서 직장 안에서 성희롱이 일어나면 곧바로 조사해야 하고 피해자가 조직 안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을 경우에는 사업주가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김영란/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 :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어떤 교육을 사실 못 받으면 (자신의 성인지 감수성이) 되게 높은 거라고 우리가 착각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우리 국회의원들도 이런 젠더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좀 인식하고….]

솔선수범은 못할망정 자신들은 쏙 빼놓고 남들만 규제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자'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의원들의 말이 영혼없는 공허한 말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박선수, CG : 이유진·최재영·이예정·성재은)     

▶ 성희롱 예방 교육 없는 국회, 성폭력 현재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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