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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낚싯배 타나'…배도 다리도 없는 섬마을

<앵커>

섬에 사는데 다리도 없고, 딱히 배편도 없다면 육지를 어떻게 오고 가야 할까요? 이런 처지에 놓인 섬 주민 1,800명 정도가 돈을 비싸게 주고 낚싯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배, 안전하지가 않습니다.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통영 육지서 남쪽으로 3.5km.

주민 17명이 사는 작은 섬 오곡도는 지난 2006년, 타는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뒤 공식 배편이 끊겼습니다.

배편이 없는 만큼 이곳 오곡도 주민 17명은 10분 거리 육지를 오가기 위해 이렇게 낚싯배를 빌려 타야만 합니다.

섬마을 이장, 고정옥 할아버지도 통영 시내에서 열리는 수협 회의에 참석하려고 왕복 6만 원을 썼습니다.

[고정옥/통영 오곡도 이장 : 수협에서 회의가 있어서 갔다가 오는 길이에요. 이렇게 한번 왔다 갔다 6만 원이에요, 6만 원. 왕복에.]

가장 큰 걱정은 갑자기 몸이라도 아프면 어쩌나, 하는 겁니다.

[고정옥/통영 오곡도 이장 : 몸이 아프든지 그러면 (가장 걱정이에요.) 나이 많고 그러면… (육지에 살면 119라도 오고 하는데 섬 안에서는 혹시 그런 일 있으면 어떡해요?) 그러면 죽든지 말든지 그것은 할 수 없지요.]

이렇게 유람선이나 여객선 같은 공식 배편이 닿지 않고 다리도 없는 섬은 전국 73곳, 주민은 1천785명입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낚싯배를 빌려 타야 하는데, 비싼 운임도 문제지만 안전 문제도 큽니다.

2016년부터 지난 7월까지 여객선 등 공식 배편에서 일어난 사고는 289건, 사망이나 실종은 단 한 명도 없었던 반면, 같은 기간 낚싯배의 경우 1천148건 사고가 일어나 20명이 숨졌습니다.

국회에서는 섬 교통수단을 대중교통에 포함하고, 노선 운영 등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됩니다.

[정점식/국민의힘 의원 : 교통편조차 없는 섬 주민들께서는 기본권이 박탈된 상황입니다. 섬지역 교통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적자노선 보조금 범위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대상 인구가 적다지만, 교통은 국민 기본권에 해당하는 만큼 교통 소외 지역 주민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이용한,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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