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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北, 2월부터 '사살 명령'…밀수 중국인들도 사망"

북·중 접경지역 단둥 르포 ①

[월드리포트] "北, 2월부터 '사살 명령'…밀수 중국인들도 사망"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을 취재차 다녀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때는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실종된 시기였습니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 공무원은 21일 오전 소연평도 남방 2km 해상에서 실종됐는데, 북한은 이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웠습니다. 일부 언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 지침에 따라 이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 중국인이 접근하자 북한 군인들 몰려나와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단둥은 평안한 분위기였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중국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저녁이면 시민들이 압록강변에 나와 자유로이 산책하고, 낮에는 압록강에서 물놀이까지 즐겼습니다.

반면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 신의주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겉으로는 고요했습니다. 북한 군인 외에 다른 북한 주민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압록강변으로 나오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중국인들을 접촉하게 되면 코로나19가 어떻게 전염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압록강변을 순찰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내심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물놀이를 하던 한 중국인이 헤엄쳐 북한 쪽으로 접근하자 삽시간에 북한 군인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중국인이 헤엄쳐 접근하자 북한 군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압록강 중에서도 강폭이 좁은 곳은 얼마든지 헤엄쳐 닿을 거리였습니다. 혹시라도 북한군이 사격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이 중국인은 다시 헤엄쳐 돌아 나왔습니다. 북한 경비정이 순찰을 도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배에 단 인공기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압록강의 북한 경비정 모습

● 대북 무역상 "북한군 사격, 3~4월에도 있었다"

북한이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사살한다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3월이었습니다. 당시 이런 방침이 담긴 '고지서'가 중국 온라인에 나돌았는데, 중국 당국은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부인했습니다. 그러다가 9월 10일 주한미군 사령관에 의해 이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에이브럼스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회의에서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에 특수작전부대를 배치하고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에 대해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국경 폐쇄 조치로 밀수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북한 당국이 개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둥에서 취재하던 도중 북한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는 이모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씨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대북 무역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인이 북한 사람과 무단 접촉하면 무작정 사살한다는 통보가 내려왔다"고 확인했습니다. 변방 부대에 그런 포고가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대북 무역업을 하는 이 모 씨

이 씨는 실제로 사살된 사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3월 말과 4월, 중국인 밀수꾼들이 북한에 물건을 들여가다가 발견돼 사살됐다고 했습니다. '사살 포고'가 처음 내려온 건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나지만 코로나19가 한참 확산하던 2월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유엔의 대북 제재 이후에도 코로나 사태 전까지는 북한과의 교역이 잘 됐다고 밝혔습니다. 밀수도 성행했는데, 변방이 하도 크니까 북한으로 몰래 들어갈 수도 있고, 북한 쪽에서도 몰래 넘어왔다고 했습니다. 압록강 중간에서 배 타고 만나 물품을 주고받는 것도 가능했다고 전했습니다. 강변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중국과 북한 양측이 어느 정도 묵인해 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8월 중순부터 교역이 완전히 중단됐고, 지금은 4~5m 크기의 쪽배를 타고 가도 전부 적발된다고 이 씨는 설명했습니다.

● "북한 주민 한 달 격리…남포·강계에서도 격리"

그렇다면, 북한의 허가를 받고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어떤 조치를 취할까. 취재진은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 주민 김 모 씨도 만났습니다.

단둥에서 만난 북한 주민 김 모 씨

김 씨는 1월에 북한에서 중국으로 왔다가 국경이 봉쇄되면서 8개월째 못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본국에서는 '가족들은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 쓰고 병 걸리지 말고 있다가 국경 문이 열리면 그때 들어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들어오지 말라는 지시는 1월 18일에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당국의 허가만 받으면 지금도 입국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외국에서 들어오면 격리를 하는데, 원칙은 14일 격리이지만 북한 주민들에 대해선 한 달 동안 격리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것도 입국하는 도시와 관계없이 여러 지역에서 격리를 한다고 전했습니다. 신의주로 들어가더라도 평안남도 남포에서, 심지어 함경북도 강계에서 격리를 시킨다고 했습니다.

대북 무역업을 하는 이 씨에게도, 북한 주민 김 씨에게도 북한의 코로나 상황이 어떤지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알 수가 없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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