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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동료에 '지인 능욕' 피해 여경 "난 장난감이었다"

경찰 동료에 '지인 능욕' 피해 여경 "난 장난감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내게 도대체 왜 이렇게 했을까. 스스로 수천 번 질문했습니다. 이제 그 질문의 답을 압니다. 피고인에게 저는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오늘(2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성지호 정계선 황순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울 모 지구대 소속 김 모 경감(경위로 강등)의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자인 경찰관 A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인터넷 '랜덤채팅방'에서 동료 여성 경찰관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언어 성폭력을 저지르고 전화번호를 공개해 추가 성폭력 범죄를 유도한 혐의(정보통신망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 음란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A 씨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모르는 남자의 메시지를 받고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고통은 피고인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낯선 남자들의 연락에 무방비로 얼마나 난도질당했는지,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다 얼마나 많은 주변 사람을 잃었는지,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모를 것"이라며 "누군가는 피고인이 잡혀 끝난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피해자들은 낯선 전화가 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건)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법정에는 A 씨를 비롯해 피해자들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부터 9개월간 경찰 내부 인사망으로 알아낸 후배 여성 경찰관들의 신상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고 피해자들이 스스로 음란한 언행을 한 것처럼 꾸몄습니다.

랜덤채팅방 참여자들은 김 씨가 공개한 휴대전화 번호로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적 메시지와 사진을 전송하고 수차례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재판은 쌍방 항소로 이뤄졌습니다.

김 씨 측은 양형 부당과 법리적으로 무죄 취지를 주장했고,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김 씨 측은 "피고인이 랜덤채팅방 참여자들에게 피해자들 번호로 전화를 걸게 한 점에서 전화만 걸고 받지 않은 전화에 대해선 처벌 조항에 포함되기 어렵다"며 "이런 범행을 제외하면 총 9개월간 7번의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 (범행의) 반복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 입장에서 특정 번호로 수십 통의 전화가 계속 걸려올 때 굉장한 노이로제와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데 전화만으로는 공포심을 유발할 수 없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이라며 법리 오해 주장은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김 씨 측에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탄원서를 보면 피고인 측이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시 한번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데 합의를 얘기해 괴롭히는 일이 벌어지면 양형 참작의 중요한 이유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찰청은 피의자 특정 후 징계위원회를 통해 김 씨를 1계급 강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형 판결이 확정될 경우 김 씨는 당연퇴직 됩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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