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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용기 낸 장재인 "뿌리가 생긴 기분…더이상 수치심 불어넣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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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재인이 과거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일을 고백한 이후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장재인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여러개의 글을 올렸다. 오랫동안 마음의 병에 시달려왔다는 고백부터 10대 시절 겪은 성폭력 피해까지, 그의 이야기는 무거웠다.

첫 번째 글에서 장재인은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11년이 걸렸다"며 "저의 첫 발작은 17살 때였고, 18살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 폭식 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장재인은 마음의 병을 꾸준히 치료해왔고, 다행히 현재는 많이 호전됐다며 "어릴 적에, 나랑 똑같은 일 겪고도 아님 다른 아픈 일 겪고도 딛고 일어나 멋지게 노래하는 가수들 보면서 버텼다"면서 "내가 그랬던 거처럼, 내가 받은 그 용기를 내가 조금만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그럼 내가 겪었던 사건들도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이 최악의 상황에도 저를 붙잡았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럴 수 있다면 참 맘이 좋겠다 싶다"라고 음악으로 다른 이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 글에서 '18살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이 뭔지 언급하지 않았었는데, 두 번째 SNS 글로 인해 성폭력 피해였음이 드러났다.

첫 번째 글을 보고 쏟아진 누리꾼들의 위로에 장재인은 두 번째 SNS 글에서 "감사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앨범은 그 사건을 계기로 시작이 됐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장재인이 언급한 '사건'이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18세 무렵에 당한 성폭력 피해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 이후 저는 1년이 지나, 19살에 범인을 제대로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저에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제 또래의 남자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아이 역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하여 그렇게 됐단 이야기였다"며 "한 겨울 길을 지나가는 저를 보고, '저 사람에게 그리 해오면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약속했던가 보더라. 이 사실이 듣기 힘들었던 이유는, 그렇게 그 아이 역시 피해자라면, 도대체 나는 뭐지? 내가 겪은 건 뭐지? 라는 생각이 가장 가슴 무너지는 일이었다"라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이제 어른이 되어 분별력이 생겼다는 장재인은 "그때 '이 일이 생긴 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많은 성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며 "나는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가수를 보며 힘을 얻고 견뎠다. 혹시나 혹시나 아직 두 발 발 붙이며 노래하는 제가 같은 일, 비슷한 일을 겪은 누군가 들에게 힘이 됐음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의 과거 상처를 용기 내 고백한 장재인에게 누리꾼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이에 장재인은 다시 SNS에 "막상 말하고 나니 너무 힘들다"라는 심경을 표현하면서도 "가슴이 안절부절 합니다만 주시는 댓글 보며 안정시키려 노력 중이다. 그저 고맙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는 이런 일을 밝히는 게 큰 힘이 되던 때였는데, 지금은 어떤가? 세상이 조금 나아졌나? 아니면 그대로인가? 어릴 적 어른들이 쉬쉬했던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니 조용히 넘어가라 했던 것처럼 난 오늘 일을 후회할까? 난 이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며 세상이 달라졌음을 믿는다고 밝혔다.

이후 장재인은 "너무나 노곤한 하루지만 뭐라 해야할까. 뿌리가 생긴 기분"이라며 "한 순간도 주변에 솔직할 수 없었기에 그게 참. 뿌리 없이 둥둥 떠있는 그런 느낌을 줘서 참 아팠는데, 이 이야길 꺼내며 친구들과 남모르게 생겼던 벽이 허물어진 거 같아, 평생 감히 기대치도 않던 뿌리가 생긴 기분이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아울러 "혹시나 저의 소식이 불편하셨다면 미안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건에 더이상 수치심을 불어넣진 말자 우리. 향기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 감사하다"며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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