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김재홍 前 컬링연맹 회장의 유체이탈 화법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취재파일] 김재홍 前 컬링연맹 회장의 유체이탈 화법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체육계에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간부급 경력 직원을 부정 채용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재홍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이 지난 18일 일간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컬링연맹에 감사 결과서를 전한 지 4일 뒤 나온 칼럼입니다. 참으로 옳은 지적입니다. 김재홍 회장은 감사 결과 드러난 연맹의 '부정 채용', '국고보조금 관리 위반',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책임자입니다. 해당 글에 이에 대한 언급은 한 글자도 없었습니다. 대한컬링연맹에 책임지는 이는 없습니다.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입니다. 칼럼은 고 최숙현 선수 사건에 안일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대한체육회를 비판하며 시작합니다. 정부가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엄중 경고', '사무총장 해임 요구' 처분을 했지만 체육회가 이의신청을 하며 책임을 피한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회장은 체육회의 수장이다. 설사 실제로 잘못이 없다손 쳐도 실무적이 아닌 도의적 책임을 더 크게 져야 하는 자리다"고 썼습니다. 통렬한 자기반성이면 좋겠지만 아닙니다.

이정찬 취재파일용

김재홍 회장 취임 뒤 컬링연맹에선 부실 회계, 부정 채용 의혹들이 잇달아 불거졌습니다. 특히 취임 한 달 뒤, 직원 채용 과정에서 김 회장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공정성을 훼손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았고, 2)특정인에게 유리하게 공고문을 수정했으며, 3)서류 점수 결과를 부정하게 처리했고, 4) 채점에 앞서 회장이 다른 면접관에게 특정인을 칭찬해 공정성을 훼손한 데다, 5) '3개월 수습 뒤 평가 과정'을 생략하고 특정인을 채용했습니다.

적어도 이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탈락한 12명의 다른 지원자에 대한 유감 표명은 한마디라도 있었어야 했습니다. 체육회는 해당 직원의 '합격을 취소'하라고 처분하며 김 회장 등 관련자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김 회장의 유체이탈 화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컬링연맹에 대한 대한체육회 감사가 한창이던 지난 4월 돌연 사퇴했습니다. 취임식 뒤 불과 8개월 만입니다. 그는 연맹 홈페이지에 "최소한의 정상화를 이루었다고 자평하며" 사임사를 올렸습니다.

이정찬 취재파일용

컬링연맹은 줄곧 '정상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갔습니다. 취임 직후 정관 및 규정에도 없는 인수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때 인수위원들이 직원들을 향해 폭언과 욕설을 일삼아 일부 직원이 정신과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감사결과 직장 내 괴롭힘, 인권 침해, 갑질이 있었습니다. 또, 김 회장은 회계감사보고서도 없이 총회에서 2019년도 결산을 처리하려다 반대에 부딪히자 의결을 종용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총회 직후 회의장엔 집행부 인사와 대의원이 주고받는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 [2020.02.19 8뉴스 단독] 욕설·몸싸움 난무…컬링연맹, 거듭되는 파행
▶ [2020.02.25 취재파일] 컬링연맹의 자충수…20차례 넘는 반대 의견 무시하고도 '거짓 해명'

김 회장은 "코리아컬링리그를 창설해 컬링 저변을 확대했으며, (중략) 올해 상반기 중 후원금 7억 8천만 원 약정 진행 등을 일구었습니다"고 성과를 강조했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코리아컬링리그를 진행하며 보조금 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이 감사결과 드러났고, 연맹의 재정 상황은 역대 최악입니다. 지난봄에는 사무처 직원들의 임금 체불이 있었고, 퇴사한 직원들에게 퇴직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전임 집행부 부회장단의 찬조금을 임의로 썼다가 소송에 휘말려 패소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당장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내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체육회의 지원이 끊기거나 축소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갑니다.

김재홍 회장은 취임 후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며 기자들과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습니다. 이 곳에서 김 회장은 컬링과 무관한 내용의 일간지 기고문을 일방적으로 공유했습니다. 욕설로 얼룩진 총회 직후 이에 대하 묻자 일방적이었던 소통마저 끊겼습니다. 수차례 그에게 전화와 문자로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재홍 전 회장을 연맹 명예회장으로 위촉한다'는 안건을 처리하려다 실패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연맹 이사회가 김 회장 사퇴 뒤 한 달 만에 관련 안건을 올렸고, 7월 대의원 총회에서 거부됐습니다. 컬링계에선 김 회장 측근들이 그를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내세우고자 포석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재홍 회장 칼럼의 마지막 문장으로 글을 마칩니다. "국민 생활체육을 챙기는 공공정책 수행자로서 그 바탕 위에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체육계의 진정한 리더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