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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모부 죽인 사람' 제동에도 특사단에 '金 만나겠다'"

"트럼프, '고모부 죽인 사람' 제동에도 특사단에 '金 만나겠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취임 초기 '최대 압박'으로 대북 기조를 설정, 긴장 고조 국면을 이어가는 와중에서도 극적인 해빙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막후에서 긴박하게 이뤄진 움직임에 대한 뒷얘기들도 담겼습니다.

책에 따르면 대북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뒤 현지 시간으로 2018년 3월 8일 백악관을 찾은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당초 첫날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각료들에게 간단히 브리핑한 뒤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특사단이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및 각료들과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왜 내가 그들을 지금 보면 안 되는가'라며 즉흥적으로 정 실장 일행을 집무실로 불렀습니다.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이 했다는 4가지 약속을 전달하자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고모부도 서슴없이 죽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의 약속을 믿는 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보좌관의 '주의'를 묵살한 채 "나는 기꺼이 김을 만날 의향이 있다"며 정 실장에게 이를 발표하라고 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발표 성명과 관련해 정 실장과 함께 작업하라고 지시했는데, 맥매스터 보좌관과 당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의도가 잘못 전달되지 않도록 정 실장과 마주 앉았다고 우드워드가 책에 썼습니다.

우드워드는 "그것은 거의 한 시간 걸린 협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특사단 면담 당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에티오피아 출장 중이었고, 현 국무장관인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도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습니다.

폼페이오 당시 국장은 지나 해스펠 당시 CIA 부국장, 앤디 김 당시 CIA 코리아 미션센터센터장과 모인 자리에서 정 실장 일행의 발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아무도 그 답을 알지 못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3월 초 폼페이오 CIA 국장은 은퇴한 한국계 CIA 요원 앤드루 김을 만났고, 이 만남은 한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CIA 코리아 미션센터 설립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부터 얼마 뒤인 3월 17일 경제·수사·군사·외교적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필요하면 비밀공작까지 수반하는 최대 압박 정책을 대북 정책 노선으로 확립하게 됩니다.

폼페이오 당시 국장은 앤드루 김에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상위 의제라면서 북 위협 제거 및 핵무기 폐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구했고, 앤드루 김이 시너지 창출을 위해 흩어져 있는 인력을 한 텐트 아래 불러모아야 한다고 하자 코리아 미션센터장을 맡도록 했습니다.

우드워드는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북한에 대한 군사 작전을 계획했고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은 외교적 노력을 했다면서, 앤드루 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을 승인하는 공식 지시에 서명할 경우 북한 지도자를 무너뜨릴 비밀공작 계획을 세웠다고 책에 썼습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에 따라 코리아 미션센터가 북한 체제 전복에 대한 시나리오도 시야에 뒀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만 이는 북한을 상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견지한 정권교체와 정권붕괴, 흡수통일, 침공이 없다는 이른바 '대북 4노(NO)'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우드워드는 CIA 지도부가 과거 이라크 침공 당시 사담 후세인 타도 문제와 관련, 대통령에게 비밀공작 옵션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책임 방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곁들였습니다.

극단적으로 위험하긴 해도 비밀공작을 통한 후세인 타도가 생명과 비용 면에서 그 대가가 덜했을 것이라고 우드워드는 책에 썼습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11월 방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러는 사이 김 당시 센터장이 취한 첫 번째 조치는 그가 20년 전 구축해놨던 북한 정보 당국과의 오랜 막후 채널 접촉에 손을 뻗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책에 따르면 백악관은 만남을 승인했고 김 당시 센터장은 제3국에서 북측과 '접선'했습니다.

김 당시 센터장은 대북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짜 목적'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지만, 북한 역시 '관여'를 원한다고 평가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 썼습니다.

다만 북한이 어떻게, 언제 관여하려 했는지는 불분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던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은 북미 간 물밑 모색이 이뤄지는 동안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우드워드는 틸러슨이 스웨덴을 통한 전통적인 국무부의 대북 채널을 가동했었다고 책에 썼습니다.

틸러슨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폼페이오 당시 국장을 찾아갔습니다.

폼페이오는 채널을 항시 열어두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틸러슨은 폼페이오가 정직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우드워드는 북한이 미국을 상대하는 데 하나의 교훈을 익혔다면서 김 당시 센터장이 북측 카운터파트들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협상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계획이 쉽사리 탈선,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북한으로서는 4년에 한 번씩 미국 대선이 열리는 것을 고려할 때 새로 선출된 미국 대통령과 조기에 협상을 시작,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최상의 경로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방북하려고 했지만, 대선에 승리한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인이 원하지 않자 레임덕 와중에 방북 계획을 취소했던 과거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북한이 조기에 트럼프와 상대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김 당시 센터장이 전했다고 우드워드가 책에 썼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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