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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도소에 박제된 교수, 성범죄자 아니었다

<앵커>

성범죄나 강력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는 민간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들어보셨을 겁니다. 범죄자에 대한 사법부 처벌이 약하다며 익명의 운영진이 110여 명의 이름, 사진 같은 개인정보를 공개해왔는데 지난주에는 사이버 성범죄 혐의로 여기에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 의대 교수는 성착취물을 구매하려 했다고 이름이 올랐는데 스스로 경찰 수사를 받으며 무고함을 입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사이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반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6월 채정호 가톨릭의대 교수가 성착취물을 구하려 했다는 내용과 함께 채 교수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담은 글이 디지털 교도소에 게시됐습니다.

채 교수가 보낸 메시지라며 텔레그램 대화 사진도 첨부됐습니다.

채 교수에게는 욕설 문자와 전화가 하루 100통 넘게 쏟아졌습니다.

[채정호/가톨릭의대 교수 : 새벽 2시 3시를 가리지 않고 전화가 계속 왔고, 문자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그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욕, '죽어라, 너는 살 필요가 없다, 왜 사니' 이런 식의 어떤 죽음을 유도하는 그런 문자들이 많이 왔고요.]

채 교수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텔레그램 대화 캡처가 조작된 정황을 경찰에 알렸습니다.

휴대전화 단말기도 경찰에 넘겨 포렌식을 맡겼습니다.

두 달 넘게 수사한 경찰은 해당 텔레그램 대화가 조작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채 교수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10만여 건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디지털 교도소에 게시된 내용과 문자 작성 습관 등이 다르다며 동일인이 아니라고 본 겁니다.

채 교수는 협박 문자를 보내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들에 대한 추가 고소도 검토 중입니다.

[채정호/가톨릭의대 교수 : 막상 피해를 당해보니까 일종의 조리돌림이고 좌표 찍기…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한 개인의 인격을 완전히 거의 말살하는 것이거든요.]

디지털 교도소가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국가 형벌 체계를 벗어난 사적 응징이라는 점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습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은 외국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경찰은 그중 일부를 특정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유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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