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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의사이자 작가이며 유튜버, 어떻게 다하냐고요?

양성우 | 글 쓰는 내과 의사. 책 <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 저자.

내 나이 마흔을 넘겼지만 후배들에게 남길 조언은 딱히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부족한 사람이 맞다. 후배들에게뿐만 아니다. 의사로서 전문지식을 가지고는 있어도 그저 진료를 볼 뿐, 더 나아가 전문가에게 강의를 하기엔 아직 부끄럽다. '나 이런 사람이오'하기엔 더더욱.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 콘텐츠 선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기도 했다. 어떤 것을 고르더라도 부끄러움이 앞을 가렸다. 결국 의대생을 대상으로 내과 강의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지만, 이 역시도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삶을 살아내니 차곡차곡 성과가 쌓이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내가 이런저런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내가 봐도 참 많은 일을 해냈다. 시험을 보고 합격해 전문의가 되었고 개업을 했다. 힘들었던 내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도 수필 책 한 권을 출간했다. 그동안 단편 소설도 4편이나 썼다. 강의, 유튜브 방송 (거의 매일 업로드), 정기 칼럼 연재, 한 달 10여 권의 독서까지. 아이도 둘이나 태어났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결과가 모두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참 열심히 살았다.

"아니, 어떻게 이 일들을 다 하세요?" 이런 나를 지켜보는 가까운 이들의 단골 질문이다. 나 같은 작은 사람도 이런 말을 듣는데 유명인들이야 오죽할까. 어떤 유명인은 저 질문에 "나는 스스로에게 확신이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를 믿고 노력했다"라며 멋진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그리 대단한 대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내 나름 '시간 활용 노하우'가 있었으니,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시계 타이머 시간 약속 (사진=픽사베이)

#1. 위기의식을 가지니 해결방법이 떠올랐다

가장 예측하기 힘들었던 시간 운용의 어려움은 육아에서 왔다. 부모가 되니 내 시간이 전혀 나질 않았다.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동의할 것이다. 의대 시절, 교수님 한 분은 '육아를 하면서 나는 어떻게 자기계발을 했는가'에 대해 강의를 하셨다.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강의였다. 다들 어린 학생들이라 하품을 하며 들었지만 만학도인 내게는 다르게 와닿았다. 교수님이 얼마나 처절하게 시간을 만들어 냈는지 절절히 느껴졌다. 아이를 재우고 이런저런 가장의 의무를 다하고 나면 밤 11시가 된다고 하셨다. 그럼 그때부터 새벽까지 인문학 공부를 하셨다고 했다. '통섭'이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유명한 이화여대 최재천 박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니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훌륭한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 시간을 따로 '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됐다. 레지던트 업무, 게다가 내과라면 그 업무의 부담이 과중하다 못해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따로 내 시간을 내기는커녕 피곤해 쓰러져 자기에 바빴다. 더군다나 업무 시간이 규칙적이지를 않으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따로 뭔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쳇바퀴 돌 듯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런 일상을 혐오하는 마음이 가슴 저 깊은 곳에 생겼다. 벗어나야 했다. 위기의식이 생기니 뭐든 해야겠다고 마음이 먹어졌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내게는 글쓰기였다. 학생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칭찬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글을 쓰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자투리 시간을 찾아냈다. 아무리 시간이 없다 해도 5분씩 10번 정도, 1시간은 만들 수 있었다. 출근할 때, 화장실 갈 때, 밥 먹을 때 등 5분씩 쪼개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컴퓨터 앞에 늘 쓸 수 없으니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또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쓰기 위해 클라우드를 열었다. 그 좋아하던 웹툰 보는 것도 포기하고 시간을 얻으니 성과가 꽤 빠른 속도로 자라났다. 마치 혼자 쑥쑥 자라나는 것처럼, 내가 한 일이 아닌 것 마냥 말이다.

#2. 내 열정을 광고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생긴다

내가 하는 일을 주변에 많이 광고하기 바란다. 친구들도 좋고 SNS 친구도 좋다. 처음에 "난 이런 일이 하고 싶다"하면 주위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무 성과도 없는 이를 대단하게 보는 이는 없다. 시간이 지나 작은 성공들이 모이고, 그 경험의 반복을 나 혼자만 알면 그냥 사라지지만 나누는 순간 사람들은 내 일을 구경한다. 타인들은 내가 하는 일에 관전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성공하면 축하하고, 실패해도 즐거워한다.) 나의 경우 소설을 쓰겠다고 주위에 알리고 시작했다. 첫째 주에 시놉시스를 완성했고, 둘째 주에 캐릭터 관계도를 만들었다. 셋째 주에는 소설 몇 문단을 완성했다. 그리고 넷째 주, 글이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를 만났다.

"아, 내 글 너무 별로다. 진짜 소설은 못 쓰겠어. 다른 거 쓸래."

'그래, 술이나 먹자. 뭔 소설을 쓴다고 하냐?'라며 핀잔이나 줄 줄 알았던 친구의 대답은 의외였다. "설정은 훌륭한데, 여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약하지 않아? 그리고 도입부가 좀 억지스러우니까 다듬어보는 게 어때?"라며 의견을 주는 것이 아닌가. 내 글을 한 번도 안 읽어본 줄 알았는데 이런 피드백을 받으니 힘이 났다. 다시 긍정의 에너지가 생기니 글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소설뿐 아니라 모든 게 그랬다. 어떤 일이든 몇 달을 버티면 누군가는 피드백을 줬고, 작은 성과가 하나씩은 생겼다. 공모전을 찾다 보니 작가들의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됐고, 모르는 이의 소중한 댓글 하나를 품고 계속 도전하니 반드시 좋은 일이 생겼다. 막다른 곳에 몰렸을 때는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조언을 구하면 그래도 쓸 만한 답이 반드시 하나는 있었다. 초반에만 무식하게 버티면 된다. 그리고 버팀의 일지를 계속 광고하고, 발전의 일기를 모두에게 공개하자. 그러면 그런 내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귀인이 어느 순간 나타난다. 고마운 그분은 앞으로 다가올 내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시켜 주신다. 버팀이란 귀인을 만나기 위해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 하나, 이렇게 모두에게 알리면 나는 관전의 대상이 된다. 장점은 조력자를 얻는 것이지만, 실패했을 경우 비웃음을 견뎌내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 실패의 경험을 창피해 하지만 않으면 된다. 사실 남들이 다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서, 잘되지 않으면 비웃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도라는 경험은 내 안에 남는다. 당연히 다음에는 더 나을 수밖에 없다.

#3. 정 안 되면 잠을 줄여라

정 시간이 안 날 수도 있다. 나는 그럴 때 앞에 언급했던 최재천 박사처럼 잠을 줄였다. 사실 중년의 나이에 잠이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금과 같아 잠을 줄이는 건 큰 부담이 된다. 수면이 부족하면 당뇨 환자의 당 수치는 상한선 위로 널뛰고, 식도 안으로 내시경을 넣으면 누런 신물이 홍수를 이룬다. 그래서 나는 항상 7시간은 확보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계속 그렇게 살 이유는 없다. 수면 부족도 일시적이다. 가끔 성과는 집중할 시간이 없으면 찾아오지 않기도 한다. 자투리로 만들어 낸 성공들이 너무 작다면 연속된 시간을 확보해 보자. 잠이란 금을 썼으니 집중력도 크게 발휘된다. "한 달 안에 반드시 해 낸다!"라는 독한 마음가짐도 같이 생긴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그것 역시 좋다.
나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고, 오늘 그 길을 걷는다.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까.
인잇 양성우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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