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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줄어드는 ATM, 절반이 수도권 몰려있다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12일)은 세상이 바뀌면서 점점 줄어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네요. 현금 자동 입출금기 ATM 설치 여부를 따져봤더니 지역별로 격차가 상당히 컸다고요.

<기자>

네. 한국은행이 취합해 봤는데요, 흔히 생각할 법한 수준보다 지역별 격차가 더 컸습니다. 일단 ATM기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었고요.

단위면적 1㎢당으로 따져보면 그 편중현상이 더 두드러집니다. 서울에는 36대가 있습니다. ATM기가 필요할 때 그만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강원, 경북, 그리고 전남에는 같은 면적당 0.3에서 0.4대 수준에 그쳤습니다. 100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서울 인구가 1천만 명에 육박하니까, 그만큼 ATM 수요도 더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경북 인구도 270만 가까이 되고요.

강원이나 전남도 150만에서 200만 가까이 되는데 ATM 대수 차이는 100배가 넘게 나는 건 많이 불균형한 거죠.

게다가 "나는 현금 쓰는 게 더 편하다"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나잇대가 대체로 고령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불균형에는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 1위, 2위, 그리고 4위가 각각 전남, 경북, 강원이거든요.

사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에서 인구 10만 명당 ATM기 대수가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하기는 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금이 필요할 때 쉽게 구하기 어렵다. 현금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나라는 아직 결코 아니기는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서 지역별 격차까지 생각해 보면 그 분포나 관리에 있어서 보완할 점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한국은행도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역별 격차가 이렇게 큰 가운데 ATM 기기 숫자 자체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추세죠?

<기자>

네. 은행권 ATM기는 지금 전국에 5만 5천800대 정도 남았습니다. 가장 많았던 2013년과 비교하면 100대 중에 22대 꼴로 사라진 겁니다.

결제대행업체들이 편의점 같은 데 설치하는 CD기는 반대로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한데요, 줄어든 은행 ATM기의 3분의 2 수준 정도로만 늘어난 데다가 무엇보다 수수료를 1천 원 정도 내죠.

갑자기 현금 필요할 때 근처에서 찾아낸다 하더라도 선뜻 돈 뽑기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고요.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는 편입니다.

ATM기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지급결제수단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거든요.

ATM기를 두는 것도 비용이 들고, 종이돈을 찍어내는 것도 비용이 드니까 계속 줄여나가는 게 효율적인 방향이기는 하죠.

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현금 접근성을 전국에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하는 정책을 펴던 스웨덴도 최근에 정책을 미세 조정한 게 있습니다.

전자 지급결제를 장려하고 현금 유통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가면서 10년 정도 두고 봤더니 금융 취약계층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외딴곳에 사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생활 거래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스웨덴은 지급결제수단 디지털화는 그것대로 하되 최소한의 현금 접근성은 갖추자, 방향을 살짝 틀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런 제반사항 등을 검토해서 우리 금융당국이 앞으로 이 ATM 기기들을 관리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은행들과 함께 전국의 ATM 분포 망을 먼저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ATM기가 어디에 얼마나 있고 그중에 수수료 안 내도 되는 기계는 뭐고 이런 걸 다 알아내서 앱에 담아 제공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서비스들, 이를테면 편의점에서 맥주 4캔 1만 원어치를 사면서 10만 원을 결제하고 9만 원 현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현금 출금 서비스나, 현금으로 뭘 산 다음에 거스름돈은 카드에 넣어달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 이런 것들을 ATM 대용으로 더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편리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을 서비스들인데요, 이런 것들을 개발하면서 현금 접근성이 절실한 금융 취약계층을 확실히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별도로 같이 해야 할 겁니다.

예를 들어서 ATM 분포 데이터가 담긴 앱만 만든다고 하면 정작 가장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은 또 쓰기 힘들 수도 있겠죠.

버스정류장에 기다리는 버스 오는 시간을 보여주는 전광판 설치해 놓는 것처럼 주민센터 같은 데 아예 그 지역의 ATM 정보지도를 갖춘다거나, 앱에도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용 같은 것을 따로 두는 그런 보완책 같은 것을 강구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취약계층을 특히 염두에 두고 만드는 이런 서비스는 정작 소외가 더 가속화되지 않게 각별히 신경을 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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