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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근 3년 비 예보 정확도…일본 73%, 한국 66%

[취재파일] 최근 3년 비 예보 정확도…일본 73%, 한국 66%
● 예상보다 많은 비, 비도 안 오는데 호우경보

지난 8월 6일, 기상청은 8월 7일에서 8월 8일까지 광주에 50~10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8월 7~8일 동안 광주에는 516mm의 많은 비가 쏟아졌고, 침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8월 4일, 기상청은 종일 서울에 호우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수량이 90mm 이상이거나 12시간 강수량이 180mm 이상으로 예상될 때 내려집니다. 즉 12시간 이내에 많은 비가 예상될 때 호우경보를 발령해야 하는 겁니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서울의 호우경보 구역을 △서북권 △동북권 △서남권 △동남권 총 4권역으로 나눴습니다. 8월 4일에는 서울 서북권에도 호우 경보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 서북권이자 종로에 있는 기상청 공식 관측소에 내린 비는 3.9mm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 서북권의 호우경보는 잘못 내려졌다는 겁니다.

예보가 맞지 않더라도 호우특보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최대한 실황과 가까운 기상 상황을 전달했어야 하는데, 예보도 엇나가고, 예보와 다를 바 없이 호우특보를 운용하다 보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호우경보가 내려진 겁니다.

기상예보는 분명히 과학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과학적 한계에 도달한 걸까요? 우리와 날씨가 가장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 비 예보 정확도, 우리나라 66%, 일본은 73%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2019년 기준 92.7%입니다. 생각보다 높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맑은 날씨 예보까지 포함된 수치입니다. 맑은 날을 포함한 예보 정확도는 맑은 날이 많은 나라일수록 유리합니다. 1년에 비가 30일밖에 오지 않는 건조한 나라라면, 기상 당국이 1년 내내 날씨를 '맑음'으로 예보해도 예보정확도가 90% 넘게 나옵니다.

따라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건 '비 예보 정확도'입니다. 비 예보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강수맞힘확률 POD(Probability of Detection)를 살펴보겠습니다. POD를 구하려면 비 예보를 했을 때 비가 온 날, 즉 <비 예보가 맞은 날>의 수치와, <비 예보를 하지 않았는데 비가 온 날>을 계산해야합니다. 세계 기상기구(WMO)가 제안하는 POD의 계산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POD=(비 예보 맞은 날)÷(비 예보 맞은 날 + 비 예보 안했는데 비가 온 날)

우리나라의 최근 3년 비 예보 정확도(POD) 값을 보면 평균 66%입니다. 비 오는 날씨를 3번 중의 2번 맞춘다는 겁니다. 이 수치가 아마 여러분이 체감하는 예보의 정확도와도 비슷할 겁니다. 2017년 62%, 2018년 66%, 2019년 70%로 3년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일본은 포착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포착률, POD, 즉 일본의 비 예보 정확도는 최근 3년간 평균 73%로 나타났습니다.

기상 예보는 과학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일본의 비 예보 정확도는 우리나라보다 7%나 높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 예보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얘깁니다.
우리나라 강수맞힘확률(POD)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 그러나 일본보다는 낮다.

● 예보정확도 증가? 기상청 신뢰도는 오히려 감소

기상청이 당면한 과제는 단순히 예보 정확도뿐만이 아닙니다. 문제는 신뢰도입니다. 기상청은 매년 '기상업무 국민 만족도 조사'를 시행해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조사합니다. 기상청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도는 2017년 70.8점, 2018년 70.3점, 2019년에는 69.3점으로 최근 3년간 계속 감소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상청의 강수예보 정확도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강수예보 정확도는 상승하는데, 기상청의 신뢰도는 거꾸로 감소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일본 기상청의 예보정확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답을 알 것 같습니다. 우리 기상청의 문제는 부실한 정보공개와 일방적인 소통입니다.

● 일본, 예보 틀린 횟수와 이유까지 세세하게 공개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정보량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예보의 정확도가 몇 %인지 월별로 숫자 하나씩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를 볼까요? 예보 정확도, 맑을 날을 맞추는 확률, 비 오는 날을 맞출 확률, 예보가 빗나갈 확률, 24시간 예보의 정확도, 3일 예보의 정확도, 1주일 예보의 정확도 등 모든 예보에 대해서 정확도 통계를 분석해 올려놨습니다.

우리나라 예보정확도는 어느 시점에 대한 정확도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은 전국 단위가 아니라 각 지역별 예보 정확도까지 세세하게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오키나와 같은 경우 예보 정확도가 평균보다 조금 더 낮은데, 해당 지역의 예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까지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시간대별 예보 정확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해 그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각 지역별 예보의 정확도를 세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의 예보 정확도와 제주도의 정확도와 강원도의 정확도가 모두 다를 텐데, 우리나라는 전국 평균값 1개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뒤에 도쿄에 놀러 가려 하는데 일주일 뒤 도쿄 날씨 예보가 얼마나 잘 맞는지, 오키나와의 이틀 뒤 예보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잘 맞는지, 일본사람들은 이런 정보까지 제공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강수 예보 정확도는 전 세계 대부분의 기상 담당 기관이 공개하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 WMO가 예보 정확도 공개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정보의 정확도까지 알아야,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옆 나라보다 예보정확도가 떨어지는 기상청은 설명마저 부족합니다. 특히 지나간 날씨에 대해서는 일방적이고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하다보니 국민들의 신뢰도가 상승하지 않는 겁니다. 1시간마다 날씨를 알려준다고 소통이 잘 되는 게 아닙니다. 국민들과 소통하려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야 합니다. 예보가 빗나가서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면 그 이유도 스스로 세세히 밝혀야 합니다.

하지만 기상청은 예보에 대한 불신이 터져 나올 때마다, "기후 변화 때문이다", "여름철은 변동성이 크다", "기상 예보에는 과학적 한계가 있다", "우리 예보 정확도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예보가 맞은 지역이 더 많다"라는 말로 논란을 피하기 급급합니다.

불친절한 설명으로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는 건 아닌지, 예보 정확도는 늘어나고 있다는데도, 국민들의 신뢰가 거꾸로 감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른 나라는 어떤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부터 기상청 스스로 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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