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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수습 교육이라며…하루 10시간 '무급' 버스 운전

<앵커>

입사 전에 수습 교육을 하는 회사가 많죠. 이런 경우에도 일을 한 거니까 회사가 일정 수준의 임금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의 일부 버스 회사 기사들이 하루 10시간씩 운전을 하고도 이 돈을 못 받고 있다고 제보를 해 왔습니다. 이유가 뭔지 저희 취재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고 경기도도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현정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시내버스 기사 A 씨. 재작년 한 운수회사에 정식 채용되기 전 4주간 수습 교육을 받았습니다.

첫 주는 하루 8시간 운전석 옆에 앉아 노선을 익혔고 이후 3주간 감독자가 탄 버스를 직접 몰았습니다.

정식 기사들과 똑같이 하루 14시간 넘게 직접 운행했지만 급여는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A 씨/버스기사 : 노조위원장님을 먼저 만나서 수습기간에는 무보수로 진행한다는 서약서랑, 대신 식사를 제공한다는 그런 계약서 같은 걸 쓰고 해요. 그 한 달 동안은 (경제적으로) 좀 곤혹스럽죠.]

부당한 처우를 견디다 못해 올해 초 일을 그만둔 기사 B 씨는 노동청에 회사를 신고해봤지만 교육 전 작성한 동의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B 씨/전 버스기사 : 노동청 직원이 그거(수습 동의서)를 갖고 와서 보여주더라고요 . (본인이) 사인하지 않았냐고. 근데 저는 이게 강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사들과 똑같이 일했는데도 무보수 동의서를 썼단 이유로 공짜 노동을 한 셈인데 버스회사는 일을 시킨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버스회사 관계자 : (희망자가 있으면) 동의서를 받아서 저희들 차량을 이용해서 자기네들 자체적으로 교육을 받는 거죠. 중간에 못 하겠으면 그냥 가는 거고, '근무하고 싶습니다' 해서 지원해서 오면 그 사람들은 별도 면접 보고 (채용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근로계약을 맺기 전이라고 해도 운전이라는 실질적 노동을 했다면 급여를 지급하는 게 옳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유재원/변호사·노무사 : 근로계약을 체결했느냐, (계약서)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휘 아래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무를 했느냐 여부가 (관건입니다.)]

특히 근로계약 전 불안정한 교육생 신분을 악용해 노동력을 착취할 수 없도록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필요도 있습니다.

경기도는 도내 운수회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생 공짜 노동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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