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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범죄자도 승객 태운다"…'콜뛰기' 없앨 방법은?

[취재파일] "성범죄자도 승객 태운다"…'콜뛰기' 없앨 방법은?
경기도 광주에서 '콜뛰기'는 그냥 '콜택시'였다.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허' 번호판의 렌터카가 달려왔다. 취재 도중 들른 음식점에서도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면 렌터카업체를 안내했고, 인터넷 맘 카페에서도 '콜뛰기' 업체의 전화번호가 공유됐다. 시민들은 "요금도 정해진 거리에 따라 받기 때문에 길이 막히는 시간에는 오히려 택시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곤지암역에서 만난 한 여성은 "밤 9시만 넘어도 택시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렌터카만 탄다"고 말했다.

렌터카로 돈을 받고 승객을 태워 이동시키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이런 불법 렌터카 영업은 30년도 더 됐다고 택시업계는 말한다. 단속하는 시청, 경찰 공무원들마저도 이용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없으면 곤란한 불법'이란 것이다. 광주 개인택시 조합 관계자는 "10여 년 전 한 검사가 집중적인 단속을 벌였는데 오히려 시민들이 타고 다닐 게 없다고 반발해 수사가 유야무야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법은 그렇게 오랜 시간 뿌리 내리며 일상이 됐다.

● 보험 처리도 안 돼…"성범죄자도 운전대 잡아"

콜뛰기는 불법이라 사고가 나면 문제가 생긴다. 렌터카가 종합보험을 들었어도 유상운송을 했기 때문에 보험 처리를 못 받는다. 책임보험으로만 일부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치료비도 제대로 못 받는다. 실제 지난 2월, 50대 여성 승객이 탄 렌터카가 앞차를 들이받아 이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렌터카는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불법 영업을 했기 때문에 이 보험으로는 전혀 보상받을 수 없었다.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까지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렌터카업체는 사실상 운전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게 한다. 실제 성범죄 전과자였던 한 기사는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업체가 딱히 범죄 경력 등을 요구하지도 않아서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들어가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3년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콜뛰기 단속을 벌였는데, 기사 4명이 성범죄 전력이 있었고 이 가운데 1명은 아동 성범죄 전과자인 사실이 밝혀졌다.

● 택시 회사처럼 '사납금'…"실태 파악 못 한다"

이렇게 별다른 채용 조건이 없는 건 업체 입장에서 기사 한 명 한 명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불법 렌터카업체는 택시 회사처럼 운영한다. 기사에게 사납금 명목의 돈을 받는다. 기사가 렌터카를 가져오거나 리스를 해오면 평균 70만 원 정도를 매달 받는다. 승객을 이어주는 조건이다. 업체가 렌트한 차를 기사에게 내줄 때는 70만 원에 더해 렌트 비용까지 받는다. 다만 이때는 렌트한 사람과 실제 운전한 사람이 달라서 종합보험은 물론 책임보험까지도 처리되지 않는다. 사고가 나면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단속 권한이 있는 경기 광주시청은 이런 업체가 몇 곳이나 되는지, 또 어떤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는지 파악조차 못 하는 실정이었다. 시청 관계자는 "렌터카업체가 보통 국세청에 사업자등록 신고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 대리운전 업체로 운영하기 때문에 시청에서는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을 적발해야 하기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도 안 되고 어쩌면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았을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30년째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 39만 인구에 택시는 427대…해법은?

불법 렌터카 영업이 기승인 건 근본적으로 택시가 너무 부족한 데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경기 광주의 경우 인구는 39만 명 정도지만, 택시는 개인과 법인을 모두 포함해 427대에 불과하다. 시청 관계자는 "인구 20만인 구리시의 경우 택시가 900대 정도인데 전국의 택시 대수를 조절하는 국토부가 증차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국토부는 "경기 광주의 경우 인근의 하남시를 공동구역으로 설정해 전체 택시 대수를 설정하는데 두 지자체의 입장이 달라 쉽게 증차를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시 증차는 여러 이해가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법인택시는 택시 수를 늘리는 게 회사의 이익이기 때문에 증차를 반기지만 개인택시는 수익 감소로 반발한다. 같은 택시업계 안에서도 이해가 상충된다는 뜻이다. 국토부가 최근 4차 택시 총량제를 통해 전국 지자체에 택시 대수를 내려 보낸 걸로 알려졌는데 이런 엇갈리는 이해 때문에 실제 광주에 택시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국토부 관계자가 "택시 증차 대신 지자체가 보조하는 '100원 택시' 등 각 지역의 상황을 반영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취재진에 밝힌 것도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당국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 할 정도로 콜뛰기 영업을 놔두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택시 대수를 늘리기가 어렵다면 불법 렌터카를 막기 위한 해법이라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실제 광주뿐 아니라 시흥, 안산, 동탄은 물론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콜뛰기가 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광주만 해도 콜뛰기 영업차가 택시보다 3배 정도 많다고 한다. 30년 넘게 뿌리 잡은 터라 중장기적인 해법을 고민하는 건 이미 늦었다. 불법 렌터카에 대한 실태 파악과 단속은 지금 당장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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