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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것 같았던 코로나 벗어났지만 "일상이 두렵다"

<앵커>

코로나 6개월을 짚어보는 연속보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1만 4천 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했는데요. 완치된 뒤에도 쉽게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권영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전라북도 임실에 있는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24살 이정환 씨는 지난 4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첫 일주일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정환/코로나 완치자 : 고통만 없어지게 해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때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사람이 건강하다가 갑자기 갈 수도 있겠구나 저세상으로. 그때 처음 느꼈어요.]

스무 번이 넘는 검사를 받은 끝에 두 달 만에 퇴원했습니다.

[이정환/코로나 완치자 : 저 (병원에서) 나올 때 대중교통 타고 여기 임실로 바로 왔거든요.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이) 그냥 영화 보는 것 같았어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그러나 몸 구석구석 새겨진 고통의 기억은 일상생활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이정환/코로나 완치자 : 식사 자리는 좀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왜냐면 제가 그 고통을 또 느끼게 될까 봐.]

결국 서울 집을 떠나 할머니 집으로 내려와서야 안정을 찾았습니다.

[이정환/코로나 완치자 : 서울이라는 공간 자체가 좀 답답했어요. 왜냐면 확진자가 워낙 많이 나오고 있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고 싶었어요.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다는.]

미국으로 교환 학생을 갔다 코로나에 걸린 김형진 씨는 인생 가치관까지 바뀌었습니다.

[이정환/코로나 완치자 : 계속 외국을 많이 바라보고 그래왔었는데 외국에서 오래 사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지내는 게 저도 보호받고 살기에 좀 더 안전한 것 같은 그런 가치관이 생긴 것 같습니다.]

완치 석 달째.

항체가 생겨서 재발 걱정은 사라졌지만, 주변 시선이 불편한 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정환/코로나 완치자 : 나를 확진자인 걸 알아봐서 안 좋게 생각하거나 어떻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 누가 알아보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은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에게 주변의 시선은 더 큰 부담이었습니다.

[김지호/코로나 완치자 : 제가 회사 사람들한테 자신의 삶이나 목숨, 자신의 인생,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을 가한 존재인 것으로 여겨지더라고요.]

지난달 말 퇴원했지만, 아직까지 출근도 못 하고 있습니다.

[김지호/코로나 완치자 : 사람들은 다시 걸리면 어떡하지?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제가 회사에 나가면 공공에 위협이 된다.' 라는 거예요. 의학적으로 말이 안 되거든요.]

코로나와 공존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그만큼 확진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전민규 CG : 홍성용 최재영 이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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