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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③

<3회, 4회 공판>, 사건의 발단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③
남성 방청객 : (조국에게 다가가) 안 부끄럽습니까! 국민들 앞에서!
조국 : (손가락질 하며 큰 소리로) 자리로 돌아가세요! 귀하의 자리로 돌아가세요!
변호인 : 또라이 아니야…
남성 방청객 : 또라이? 이보세요. 이보세요. 또라이라고 했어? 또라이라며… 변호사가 저한테 또라이라고 했어요!
-지난 7월 3일, 조국 전 장관 4회 공판 오후 휴정 시간 中

조국 전 장관 스스로가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표현한 바 있듯이, 민정수석 재임시절 정치적 판단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건 재판은 증언과 증거 하나하나가 모두 정치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육즙으로 가득찬 고깃덩이를 썰 때처럼, 검찰과 피고인 측이 사건의 덩어리에 법리의 칼날을 들이댈 때면 핏물처럼 응축돼있던 정치적 에너지가 종종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곤 합니다. 재판에서의 증언 한마디 한마디는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인터넷 댓글창은 물론 법정 안팎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집니다.

지난 3회, 4회 재판은 그 정점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최초 폭로자, 김태우 전 수사관의 출석으로 법원 안팎은 이전보다 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의 증언에 방청석의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소리 내 웃음을 터트렸고, 이 모습에 분노한 조 전 장관의 반대자는 재판 쉬는 시간 조 전 장관에게 다가가 부끄럽지 않느냐며 소리쳤습니다. 조 전 장관은 그런 반대자에게 귀하의 자리로 돌아가라며 호통쳤고, 재판장의 경고와 함께 경위들이 법정을 에워쌌습니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보다는 차분할 것 같았던 '법원의 시간'은 이렇게 덜컹거리며 흘러가고 있습니다.

● '사건의 발단'

김태우 수사관이 출석할 예정이었던 지난 6월 19일, 피고인 조국이 먼저 운을 뗐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부정한 폭로자로부터 비롯됐다는 겁니다.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내부 감찰을 통해 비위가 확인되어서 징계 및 수사의뢰 되었고, 이후 대검에서 해임처리 되었으며 기소까지 이뤄졌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 작년 1월 저를 유재수 사건으로 고발하였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출마까지 하였습니다.
-조국 前 장관, 지난 6월 19일 3회 공판 출석하면서

폭로와 관련된 공무상기밀누설 혐의 등 재판으로 3회 공판에 출석하지 못한 김 전 수사관은 지난 3일, 4회 공판에 출석하면서 응수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민정수석의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겁니다.

저는 이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조국은 자신의 개인적인 출세라는 것을 위해서 친문 측의 청탁을 들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공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 것으로 판단이 되는 것입니다. 이거야 말로 직권을 개인 소유물같이 마음대로 휘두른거 아니겠습니까?
-김태우 前 수사관, 지난 7월 3일 4회 공판 출석하면서

이 사건 발단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12월 26일 조국 전 장관 구속영장실질심사 때도 표출됐습니다. 당시 조국 수사를 담당한 이정섭 부장검사는 권덕진 서울동부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에게 '표적수사가 아닌 것을 판사님도 잘 알지 않느냐'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장심사가 진행되던 날, 동부지법을 에워싼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검찰의 정치적 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고,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표적 수사'라며 연일 검찰에 대한 공격의 날을 세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 담당 부장검사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표적 수사가 아니라며 법정에서 항변한 것입니다.

사건의 발단에 대한 검찰의 항변은 지난 4회 공판 법정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이 부장검사는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감찰 무마' 수사와 기소는 검찰로서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는 점을 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정섭 부장검사 : 그러다보니까 사실 저는 좀 억울함을 토로하는 거구요. 재판장께서 설마 그러시지는 않겠지만 이 사건 수사 배경과 경과를 이 사건 수사팀의 말을 믿고 한번 살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희가 어떻게 그런 뭐…

난무하는 '발단'을 둘러싼 주장들 속, 사건의 시간표를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은 유재수 비위 첩보가 입수돼 청와대가 감찰에 착수한 때부터, 유재수 전 부시장이 사퇴할 때까지의 기간 중 중요 사건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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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월경. 이옥현 靑특감반원, 유재수 비위 첩보 입수 뒤 감찰 착수
2017.12월 초. 이인걸 특감반장, 특감반원 전체(10명)가 참석한 회의석상에서 감찰 중지 지시

2017.12.14. 유재수,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대기발령
2018.03.20. 유재수, 금융위 사직서 제출
2018.03.26. 유재수, 금융위 사직서 수리(퇴직)
2018.04.02. 유재수,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차관보 급)으로 이동
2018.6.18. 오거돈 부산시장(당선인), 유재수 경제부시장 내정

2018.12.17. 채널 A, 유재수 비위 관련 靑 특감반 감찰 무마 의혹 제기 보도
- 靑 김의겸 대변인, 개인 명예 고려해 구체적 내용 밝히지 않겠다
2018.12.18. 유재수, "공무원 품위유지 측면에서 경미한 문제" 의혹 전면 부인
- 부산시 공식입장문 발표, 관련 사실 전면 부인 법적 대응 예고
2018.12.31.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출석)
- 조국, 유재수 비위 관련 靑 특감반 감찰 무마 지시 및 의혹 전면 부인
- 조국, "민정비서관실이 금융담당이기 때문에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금융위에 통보했다"

2019.01.07. 자유한국당, 유재수 임종석 조국 박형철 백원우 이인걸 등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의뢰서 제출(서울동부지검)
2019.02.19.김태우 전 수사관, 유재수 비위 관련 靑 특감반원 감찰 무마 고발조치
- 조국, 박형철, 이인걸 등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

2019.01.20. TV조선, '유재수 비위 관련 靑 특감반 감찰 중간보고서' 보도
2019.01.21.靑 김의겸 대변인, 중간보고서 관련 사실 무근. 전면 부인


2019.02.10. 김태우 전 수사관, 국회 기자회견
- "유재수 관련 언론 보도 및 의혹은 사실"

2019.02.28. 김태우 전 수사관 고발인 조사(서울동부지검)
2019.03.16. 이인걸 전 특감반장 피고발인 조사(서울동부지검)
2019.04.04. 김태우 전 수사관, 고발인 보충 조사(서울동부지검)
2019.08.09. 문재인 대통령, 법무부 장관에 조국 전 민정수석 지명
2019.08.14. 조국 인사청문회요청안 국회 제출. 조국 관련 각종 의혹 제기
- 조국 민정수석 당시 유재수 비위 靑특감반 감찰 무마 재조명
2019.09.06. 조국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
2019.09.09. 문재인 대통령,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2019.09.19. 서울동부지검, 이인걸 전 특감반장 소환조사 등 조사 급물살
2019.09.28. 서울동부지검, 이옥현 전 특감반원 소환조사

2019.10.31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직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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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주장은 위와 같은 사건의 타임라인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겁니다. 수사는 야당과 김태우 수사관의 고발로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시작됐고, 유재수 비위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급물살을 타 기소에 이르게 됐다는 게 검찰 입장입니다. 정치적 의도 없이, 순리대로 수사를 하다 보니 기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조국 전 장관 측은 2019년 8~9월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국면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청문회 정국에서 '검찰개혁'의 상징인 조 전 장관의 일가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검찰 수사가 벌어졌는데, 이번 '감찰무마' 사건도 그 일환이라고 보는 겁니다.

▶조 前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 : 저희가 정확치 않을 수 있지만 이러 의사결정이 담당 수사관에 의해서만 결정된 게 아니라 검찰 전체의 의사결정이 있었을 거라 보고 당연히 조 장관의 지위와 사회적 맥락이 반영됐을 거라 생각하고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 법리적 검토할 때 내외적으로 법리 논쟁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장청구하고 기소하고 유죄 확신 갖는 이 과정에 정치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될 가능성 있고, 의심할만한 여러 단서들을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에 대해 담당 부장검사가 다시 항변을 한 건, 지난 공판에서 재판장이 증인과 검찰의 재판 출석 전 만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검찰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여전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이 오간 뒤, 김미리 재판장은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한시의 구절을 언급하며, 공정 재판을 할테니 염려 말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서로 조심하자고 말했습니다.

법원, 조국 첫 재판 출석

● '사건의 발단'의 발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다시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로 분해한 뒤, '직권'은 무엇이고 그것을 '남용'하는 것이란 어떤 것이며, '방해받는 권리'는 어디에 존재하는지 따지는 세밀한 법리공방은 3회, 4회 공판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이 치열한 법리 공방 와중엔 종종 같은 것을 보고 정 반대의 해석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이번엔 검찰 조사과정에서 김태우 전 수사관 진술로 드러난 문재인 대통령의 행위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박형철 前 반부패비서관 변호인 : 증인 (김태우) 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어요. (...) 2018년 9월 경 특감반 감찰활동상황을 이인걸 특감반장이 기안해서 반부패비서관, 민정수석, 비서실장, 대통령까지 전자결재 보고한 문서가 있는데, 대통령이 전자결재하면서 '수고했습니다. 그런데 왜 사직서만 받고 수사의뢰는 하지 않았나요' 취지의 의견을 달아놓은 것이 있다고 했죠?

▷김태우 前 수사관: 네 그런 대통령의 멘트 봤습니다. 특감반 있었을 때 봤습니다.

▶박형철 前 반부패비서관 변호인 : 증인이 직접 봤다?

▷김태우 前 수사관 : 네

▶박형철 前 반부패비서관 변호인 : 사직서 받은 자체가 그 사례가 있다면, 사직서 받은 자체를 감찰결과 조치로 인식한 사례가 있다는 거잖아요. (…) 이것에 의하면 대통령이 결재한 내용도 그렇고 그런 것에 의하면 사직서 제출받는 것 자체를 감찰 결과에 따른 조치로 인식한 것 아니에요?

▷김태우 前 수사관 :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김태우 수사관은 '다른 사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 뒤 사표만 받은 것을 되물은 건, 감찰 사안을 이첩하지 않는 게 부당한 일임을 방증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반면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변호인은 '이전에도 감찰 뒤 사표만 받은 적이 있다는 건, 이런 식의 재량권 행사가 있을 수 있는 일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을 통해 공개된 이런 일화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뤄진 결정에 대한 평가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행위자는 자신의 판단이 정무적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결정 근거에 대해선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반대편에선 그 판단이 틀렸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문화부 블랙리스트 작성이 '고도의 정책 행위'라고 주장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던 날 SNS에 글을 올려, 조 전 장관 판단은 정무적 근거조차 없는 '사익 추구'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요컨대 고도의 정책결정이 필요한 행위의 경우 정무직 공무원(대통령, 국회의원 등)이 이를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결정을 하면 이에 대한 사법심사는 절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김기춘 사건) 변론요지라고 할 수 있다.
조국이 내가 작성한 변호인의견서의 내용을 차용하여 이러한 주장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같은 취지로 정무적 판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조국 사건의 경우는 이러한 고도의 정책결정이라기 보다는 개인 또는 정파의 이익, 보호를 위하여, 즉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위하여 공권인 대통령민정비서실의 직무권한을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직권남용이 정무적 판단이라고 볼 가능성이 앞서 내가 변론한 사건보다 인정될 여지가 훨씬 좁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변은석 변호사 SNS글 中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였지만, 결국 사건의 궁극적 발단은 감찰을 끝내기로 한 조 전 장관의 이른바 '정무적 판단'입니다. 형사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이 '판단'이 정당성을 갖는 것인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선 그 판단의 '정무적 근거'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민정수석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법리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되지 않는다'를 넘어, '유재수 감찰을 끝내는 건 어떤 정무적 필요성 때문에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당사자의 설명 말입니다.

이는 법리적으로도 조 전 장관이 행사한 직권이 남용된 것이었는지를 판단하는 재료로서 의미가 있지만, 아직도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의 과거 판단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재료로서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의 국회 질의, 수많은 기자회견과 청문회 등을 거치면서도 당시 판단의 정무적 근거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조 전 장관 측 설명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난 3,4회 공판에서도 민정수석 조국의 정무적 판단 근거와 관련해선,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었다'는 조 전 장관 상대편의 공격만 제시됐습니다.

청와대 민정과 전 특감반원 진실공방

● '새로운 룰'을 걱정했던 사람들

3회 공판에는 유재수를 직접 감찰한 이 모 특감반원과 2인 1조 관계였던 김 모 경감이, 4회 공판에는 김태우 수사관과 또 다른 특감반원 박 모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최초 폭로자이자 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인 김태우 수사관이 훨씬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들은 모두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내놨습니다. '당시 인지된 유재수의 비위 혐의는 사표만 받고 끝낼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증언들 사이 눈에 띄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당시 특감반 구성원이 '유재수의 비위 혐의를 계속 감찰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구성원들과 공유했다는 겁니다.

▷前 특감반원 박 모 씨 : 담당자한테 들은 말을 종합해볼 때 제 개인적 주관은, 아 이거 나중에 문제가 되겠구나... 그런 개인적 생각은 들었습니다.

▶검사 : 증인 검찰에서 진술한 거 보시면 술자리나 사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푸념조로 '이거 나중에 문제되지 않겠냐' 정도로 자괴감 표시했다는데 맞습니까?

▷前 특감반원 박 모 씨 : 개인적 감정은 그렇습니다

▶조국 前 장관 변호인 : 증인은 다른 팀원들과 이야기하는 중에 '이거 나중에 문제되지 않겠냐'고 했다고 했죠. 이건 '정권실세라 나중에 봐주기 했다고 정치공세 올 수 있다' 이런 뜻인가요, 아니면 '이옥현이 감찰을 하려는데 윗선에서 감찰 중단시켜서 이옥현을 피해자로 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요?

▷前 특감반원 박 모 씨 :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지요. 어쨌든 유재수 건이 지금 밝혀졌잖아요.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차원입니다.

▶조국 前 장관 변호인 : 무슨 문제, 지금 재판중인 거요? 아니면 청와대가 봐주기 했다는 언론보도 말인가요?

▷前 특감반원 박 모 씨 : 여러가지가 나올 수 있지요. 처벌되지 않으면 계속되는 악행이 더 되어서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 있고.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반성하지 않고 비위를 덮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조국 前 장관 변호인 : 유재수가 더 고위직에서 비위를 저지를 수 있어서?

▷前 특감반원 박 모 씨 : 여러 문제 있을 수 있죠. 포괄적으로 다 말하는 겁니다.


이러한 증언은 당시 특감반원이 촛불 혁명 이후 '새로운 표준'이 된 직권남용죄 법리를 의식하고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촛불 혁명과 선거 승리로 정권 교체를 이룬 것에서 더 나아가 지난 정부 핵심 인사들을 형사적으로 단죄함으로서, 새롭게 출현한 권력 질서의 한 축을 이루게 된 직권남용죄의 영향 말입니다. 부메랑처럼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돌아온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재판은 이 '새로운 룰'에 대한 또 한 번의 사법적 해석 과정입니다. 증인석에 앉았던 박 前 특감반원이 그랬듯, 직권남용죄에 대한 또 한 번의 법적 판단은 이후 다른 공직자들의 직무수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 조국 전 민정수석

● 표면화하는 피고인들 사이의 입장차이

피고인들은 조금씩 입장이 다릅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이인걸 전 특감반장,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검사 출신 인물들의 입장과 조국, 백원우 등 비서관들의 입장이 달랐고, 조국 전 민정수석과 백원우 전 비서관 사이의 입장 또한 같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피고인들 사이의 입장 차이는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 전 공판준비기일에서도 노출됐습니다.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변호인이 '박 전 비서관은 직권남용의 공범이 아닌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4회 공판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아래와 같은 박 전 비서관 변호인의 증인신문에서입니다.

▶조국 前 장관 변호인 :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을게요. 증인 이거 알지 모르겠는데, 증인은 피고인 박형철이 '유재수 억울해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던 백원우에게 '유재수 억울하다면 더욱더 유재수 출석해서 소명자료 내고 혐의 벗으면 된다. 그러니 형님이 유재수 출석해서 자료 제출하도록 설득해달라.' 이런 취지로 여러차례 요청한 것 알고 있습니까?

▷김태우 前 수사관 : 모릅니다.


즉,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은 유재수가 감찰에 응하지 않았을 때, 감찰이 계속 될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을 했었다는 취지입니다. 박 전 비서관은 직권남용의 공범이 아닌, 직권남용 피해자라는 주장을 정식 재판에서 다시 한 번 피력한 겁니다.

이런 입장 차이는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위치에서 비롯합니다. 전직 청와대 특감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15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운영됐던 특감반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 반부패비서관 산하 9명, 민정비서관 산하 6명으로 나뉘어 운영됐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반부패비서관 산하 특감반에서 진행했던 감찰과 관련해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사후 처리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했던 <대통령비서실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제11조> 별표에 첨부된 <대통령 비서실 업무분장 표>를 근거로 제시하며 위법 소지가 있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표에 따르면 특감반은 반부패비서관 소속으로만 표기돼 있고, 민정비서관실과는 배타적인 업무 영역인 것처럼 나와 있습니다. 때문에 당시 특감반의 감찰 사안에 대해 백원우 비서관이 개입한 건 권한 영역을 넘어선 직권남용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원종진 취파용 리사이징

반면 백원우 전 비서관 측은 검찰이 제시한 표는 별도로 첨부된 보조 자료일 뿐이라며, 공식 규정인 <대통령 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별감찰반은 민정비서관이 개입할 수 없는 배타적 조직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제7조(특별감찰반) ① 대통령의 명을 받아 다음 각 호의 자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에 특별감찰반을 둔다.
1.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2.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ㆍ단체 등의 장 및 임원
3.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


당시 특별감찰반 직제에 대한 판단은 또다른 현 정부 대상 직권남용 기소 사건인 '울산 하명수사 의혹'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송병기 전 울산 경제부시장이 보낸 제보를 반부패비서관실이 아닌,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첩보 형태로 정리한 것을 두고 '권한 영역을 넘은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돼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공판이 진행됨에 따라 법리 공방의 함수는 조금 더 복잡해져가는 모양새입니다. 이번주 금요일에 열리는 5회 공판에서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접촉했던 유재수의 원 소속 기관, 금융위원회 사람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이 사건 법원의 시간은 이제 청와대 특감반 담장 너머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①
▶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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