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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터뷰] "당장 펜을 들고 입으로 써라" (ft. 강원국 출마 선언?)

강원국|전 대통령 연설비서관. 책 <나는 말하듯이 쓴다> 저자.


회장과 대통령의 생각을 말의 형태로 옮겨 썼다. 눈치를 보며 상사의 깊은 속을 헤아려야 했다. 읽기와 듣기의 달인이 됐다. '대통령 연설비서관.' 어쩌면 글이 업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력을 쌓은 뒤 13년이 흘렀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매일 말하고 써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기로 했다. 말과 글은 두 바퀴와 같다. 말하듯 술술 쓰고, 쓰듯이 일목요연하게 말하는 방법을 알린다.
 
      인-잇      
 

안녕하세요, [인-잇]의 신정은 기자입니다. 벌써 2주 전이네요. 7월의 첫날, 베스트셀러 강원국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화면에서 본 그대로였습니다. 낯을 가릴 새도 없이 농담을 건넸습니다. 수박색 붉은 명함에는 '강원국 작가' 딱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강원국 작가는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을 주제로 [인-잇]에 짧게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책을 쓰는 데 최근 몇 달 동안 주력했고 그것밖에 한 게 없네요. 집에서 넷플릭스 보면서 살찐 것 말고는"


코로나19 이후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는데 그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어쩌다 입문하게 되었는지, 어떤 드라마를 보는지 인터뷰 시작부터 딴 길로 샐 뻔했지만 얼른 화제를 붙잡았습니다. 강원국 작가는 꽤 오래전부터 대중과 소통했습니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방송에 출연하며 대기업 회장과 두 대통령을 보좌했던 경험을 나눴습니다. 그만큼 잘 알려졌기에 더 궁금했습니다.


Q. '글쓰기'를 주제로 벌써 네 번째 책입니다. 특별히 담으려던 이야기가 있는지요?
 
"학창 시절 그리고 회사 생활, 그때까진 읽기와 듣기만 하고 살았어요. 말 잘 듣고 눈치가 빠른 사람으로. 그러다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면서 남의 말을 듣고 생각을 읽어서 글로 옮기는 방법을 배웠고요. 거기(청와대) 나와서는 사실 어디 월급 주는 데도 없고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고. 제가 이제 말을 하고 글을 써야 돈이 되는 삶으로 접어들었거든요."
 
아니, 이렇게 솔직하다고? 하기야 말을 하고 글을 써야 인정받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좀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쓰기와 말하기가 홀로 설 수 없는 두 바퀴와 같다고 알게 됐어요. 글을 잘 쓰려면 말을 많이 해보고, 글로 말을 준비하고. 김훈 선생님 같은 경우는 글이 정말 빼어 나잖아요. 예술이고 문학이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 일상과는 별개인 것 같아요. 집, 학교, 직장에서 무얼 하든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려면 두 가지를 같이 해봐야 한다. 이제껏 글쓰기에 대한 책을 쓰고 강의도 했는데 말과 글이 순환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말하듯이 쓰고 쓰듯이 말하라'는 거죠."

강원국 작가는 고 김대중 대통령은 '글'로, 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로 소통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두 대통령은 연설문을 쓸 때에도 각각 다른 원칙을 세웠습니다. 김 대통령은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는 것을 강조했고, 노 대통령은 했던 이야기를 또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두 대통령의 비슷하면서 다른 말과 글을 지근거리에서 익히며 그만의 소재가 됐습니다.

"두 분 다 바탕은 자기 경험이에요. 그건 공통점이죠.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워낙 경험이 많으시고 그래서 첫째, 둘째, 셋째 정리를 해야 듣는 사람들의 기억에 잘 남는다고 해요. 노무현 대통령은 '왜 자네가 정리를 하나' '왜 글을 평면적으로 쓰나' 하셨으니까요. 그건 청중과 독자의 몫이지 하기 싫으면 관두라고 그러실 정도였으니까 두 분이 좀 다르시죠."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쓰신다면 최소 열 시간 이상 말씀을 하세요. 긴 말씀을 15분 안으로 줄이는 능력이 필요했죠. 반대로 아주 바쁘실 때는 핵심만 몇 개 짚어 주시거든요. 거기에 살을 붙일 수 있는,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역량이 필요했고요."

"두 대통령이 진짜 유머러스하세요. 난 그게 머리가 좋아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다른 두 가지가 있었어요. 두 분 다 늘 긍정적, 희망적으로 상황을 보고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머를 하세요. 또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예요.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합니다. 본인이 좀 썰렁해지더라도, 스스로 낮추더라도 유머를 던지죠."


그가 대중 앞에 나서게 된 것도 노무현 대통령의 조언 때문입니다. 회장과 대통령을 보좌한 특별한 경험을 혼자 누린다면 그 경험은 특권이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홀로 누리던 것을 다수가 누릴 수 있어야 역사가 진보한다는 자못 거창한 명분을 삼게 됐습니다. 십수 년 전인 그때는 반쯤 흘려 들었는데 직업 불문, 나이 불문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Q. 꼭 대통령이나 회장님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고 말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어요. 그런데 막상 눈치가 보이는데 어떻게 하나요?

"저야말로 남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눈치를 심하게 보는 사람이었어요. 남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살아왔는데 사실 (오진이었지만) 위암 선고를 받고 생각이 확 바뀌었어요. 투명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니지 않으냐. 성취와 성장을 위해 결국 '관종'으로 살아야 한다고요."

"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말과 글 밖에 없어요. 내 말 안에 내 의견, 감정, 과거의 기억이 담겨요. 하지만 말은 축적이 어려우니 글을 같이 써야 해요. 글 쓴 것을 자랑하며 또 말을 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재미가 없어요. 결국 말과 글로 나를 드러내는 것이죠."

"말을 하고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면 첫째, 열심히 생각을 하게 되어요. 자연스럽게 그리 빠져들어요. 둘째, 치열하게 살아요. 경험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게 되어요. 소재를 찾기 위해서라도 경험을 쌓고 누구한테 말이나 글로 전달할 때 경험에 의미가 담기고 성장하는 것이죠."

강원국 촬영본 캡처

성장에는 가속도가 붙는다면서 앞으로의 자신이 더 기대된다는 강원국 작가. 이날은 아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른다고 했다며 호쾌하게 웃었습니다. 그만큼 내일이 기대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뜻이라면서요. '강원국 출마 선언'을 제목으로 달면 사람들이 많이 보겠다는 걸쭉한 너스레에 모두 웃음이 터졌습니다. 덕분에 늘 머리 싸매며 제목을 고민하던 [인-잇] 팀 걱정도 줄었고요. (※ 해당 인터뷰는 7월 1일 촬영)

책임프로듀서 : 이강 | 기획·구성 : 신정은, 김성화 |촬영 : 김남성|편집 : 이홍명|디자인 : 김예린

​☏ 인-잇 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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