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은 왕래가 뜸한 친척집에 심부름을 보낼 때면 꼭 집 위치를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어린 나이에도 상당히 부실하다고 생각한 정보를 들고 찾아간 동네에서 예상대로 헤매고 있을 때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구하면 기가 막히게 파란 대문 집을 정확히 알려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나만의 추억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예전에는 도시구조가 지금보다 단순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구조가 더 복잡해진 오늘날도 '무슨 무슨 건물 바로 옆집' 식의 집 찾기는 여전하다. 80년대 대학생이었던 사람들은 강남역 뉴욕제과, 이태원 소방서가 목적지를 찾는 기준이 되었던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에펠탑은 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었다. 프랑스 유명 소설가 모파상은 탑이 보이지 않는 에펠탑 밑에서 식사를 했다고 하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에펠탑을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에펠탑 없는 파리의 풍경은 상상하기 힘들다.
파리의 랜드마크가 에펠탑이라면 우리 동네의 랜드마크는 파란 대문집이다.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동네의 집은 그 집에 대한 개개인의 기억과 추억의 집합체로 단순한 집 이상의 의미가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동네의 자랑거리로 자긍심을 안겨주고 동네의 일원임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에 대한 과도한 투기로 인해 동네의 차별화가 심각한 요즘, 돈이 아니라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할 때이다.
* 편집자 주 : 김종대 건축가의 '건축 뒤 담화(談話)' 시리즈는 도시 · 건축 · 시장 세 가지 주제로 건축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습니다. 격주 토요일 '인-잇'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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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느리게 걸을 수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