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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물량 걱정하던 동생"…택배 노동자 또 과로사

"하루 평균 14시간 300개씩 배송"

<앵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가 지난 5월에 이어 또 숨졌습니다. 코로나가 퍼진 이후 배달해야 할 물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제대로 쉴 수 없는 근무 환경이 문제라는 지적이 그동안 이어졌지만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제희원 기자입니다.

<기자>

박승환 씨는 이른 아침에 나와 하루 평균 14시간은 꼬박 일해야 배송을 겨우 끝낼 수 있습니다.

좁은 골목을 누비며 매일 배송해야 하는 물량이 300개 남짓, 이렇게 주 6일을 일합니다.

[박승환/CJ대한통운 택배기사 : 대부분 20~30% 정도 늘었고 주택가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분도 있어요. 한 달에 5~6천 개에서 8천 개까지 하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업무 강도는 훨씬 세졌습니다.

[박승환/CJ대한통운 택배기사 : 마트에서 장을 안 보니까 무거운 것, 큰 것들이 많이 늘었거든요. 개수도 늘어났는데 노동 강도도 훨씬 더 강해졌어요.]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지난 4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 서형욱 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습니다.

숨진 서 씨는 최근 자정이 가까워 퇴근하는 날이 잦았고 평소 지병이 없었는데 최근엔 가슴 통증을 자주 호소했다고 가족과 동료들은 말합니다.

[서형주/故 서형욱 씨 누나 : (마지막 근무 때) 계단 3칸 올라가는 게 너무 힘들고 호흡이 안 돼서. 동생이 (물량) 해소 못 하면 다른 분이 나눠서 하게 되는데, 지금도 물량이 굉장히 많다며 (걱정했습니다.)]

택배 노동자의 연이은 사망은 힘들어도 쉴 수 없는 고용 구조와 무관치 않습니다.

고용계약은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맺고, 배달 건수로 수입이 결정되는데 몸이 아파 쉬게 되면 일당보다 더 많은 대체 배송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국토부가 택배 업체에 조기 인력 충원과 휴식시간 보장 등을 권고했지만 크게 개선된 건 없습니다.

CJ대한통운 측은 향후 택배 노동자 개인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안전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짧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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