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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짧아"…노인 교통사고 사망 '어린이 54배'

<앵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만큼 심각한 게 노인 교통사고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오늘(7일)부터 이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첫 순서로 안혜민, 정혜경 기자가 그 실태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전통시장 두 곳을 양옆에 두고 있는 이 길, 지난해 이곳에서 14건의 교통사고가 났는데 11건의 피해자가 평균 75세의 노인들이었습니다.

[이요순/시장 상인 : (전에도 사고 나서) 많이 다쳤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몰라. 사고가 많이 나는 편이지. 노인네들이 신호 끝나도 그냥 다니니까.]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모두 4만여 건, 1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는 1년에 22만 건 가량으로 큰 변화가 없는데 노인 사고만 느는 추세입니다.

사망자만 놓고 보면 2007년에는 노인이 29.0%였지만 지난해에는 45.5%였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은 노인인 셈입니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숨진 노인은 모두 1,523명으로 어린이 사망자의 50배를 넘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볼까요, 월별로 보면 노인 교통사고는 10월, 그리고 9월에 많이 났는데 가을철 야외 활동이 늘어난 탓으로 보입니다.

요일 중에서는 월요일과 금요일,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내에 사고가 집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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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보행자들이 많은 전통시장 앞 사거리, 보행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자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들이 한데 섞여 길을 건넙니다.

약 17초 뒤 녹색불이 깜빡입니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도 길을 다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김분한/서울 동대문구 : (신호 안 짧으세요?) 네. (신호) 끝날 때쯤 되면 부지런히 막 (뛰어가야 하더라고요.)]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횡단보도를 걷는 속도는 1초에 약 1.2m로 비 고령자에 비해 80% 정도 느립니다.

해외에서는 고령 보행자가 많은 횡단보도의 녹색 신호 시간을 길게 주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어린이, 장애인, 또는 노인 보호구역으로 설정된 구간에서만 신호 시간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SBS 마부작침팀 분석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노인 보행자 사고는 모두 2,154건.

이 가운데 334건이 횡단보도와 그 주변에서 일어났습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세 건의 노인 보행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앞에 전통시장이 있어 노인 보행자가 많고, 오가는 차량도 많은 편입니다.

이처럼 노인 보행자 사고는 주변의 상권과도 관계가 있는데 전통시장 주변 10곳 가운데 4곳 이상 한의원과 안경점 주변 10곳 가운데 3곳 이상에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는 10만 명에 25명, OECD 평균의 3배에 이릅니다.

주의력이 떨어지고 걸음이 느릴 수밖에 없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보행 환경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김종태, CG : 최재영·이예정,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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