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휴게시간엔 임금만 쉰다" 경비원은 노동법 사각지대

"임계장 · 고다자로 불리는 경비원"

<앵커>

'임계장'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라고 나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르는 말이라는데, 한 퇴직자가 자신이 그렇다며 경비원으로 일한 경험담을 책으로 담아냈습니다.

정명원 기자가 저자를 만났습니다.

<기자>

공기업에서 38년간 일한 뒤 퇴직한 조정진 씨는 자신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임시 계약직밖에 없었습니다.

벌써 4년째 경비원 등으로 일해온 그는 업체마다 고령의 임시 계약직을 '임계장'이나 '고다자'로 부른다고 말합니다.

[조정진(63)/경비원·'임계장 이야기' 저자 : 고르기가 일단 쉽다. 다루기가 쉽다. 자르기가 쉽다. 이제 그렇게 해서 '고다자'라고 이제 비하해서 부르는 거죠.]

입주민의 갑질을 참아왔던 고 최희석 씨를 추모하며 문제점과 대책을 정리한 글도 보내왔습니다.

[조정진(63)/경비원·'임계장 이야기' 저자 : 그 참혹한 20일을 생각해보니까 남의 일이 아니에요. 내가 이제 자존심을 다 접고 해도 그런 순간이 닥치면 사람이 자존이 되살아나요.]

24시간 격일로 일하는 경비원은 휴게시간이 10시간으로 정해졌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정진(63)/경비원 : (휴게시간은) 임금이 쉬는(안 주는) 시간이지 몸이 쉬는 시간이 아니에요. 이게 가능한 이유가 감시적 단속적 근로자 그 규정, 그 규정이 뭐냐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예요.]

경비원은 대기시간이 길고 업무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수도검침원 같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됐습니다.

근로기준법 예외 대상이기 때문에 휴일이나 연장근무에도 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안 지켜도 됩니다.

하지만 청소와 주차 관리, 분리수거 등 부가 업무가 많은 것이 현실.

이 때문에 경비원을 감시단속적 근로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안성식/노원노동복지센터장 : (경비원은) 관리서비스 노동자로 법적인 신분을 그렇게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그래야 이분들의 권리도 침해받지 않고, 입주민들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지 않겠냐.]

주민 갑질을 막는 해법의 열쇠는 입주민들이 갖고 있습니다.

6년 전에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입주민 갑질로 숨진 사건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때 성북구의 이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회의가 앞장서 고용계약서에 갑과 을을 빼고 함께 행복하자는 뜻으로 동, 행을 넣고 고용 안정도 계약으로 보장했습니다.

가스료 등을 줄여서 관리비 인상 없이 지금껏 그것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강승구/동아에코빌 관리소장 : 2년간이 아니라 계속 고용이 연장되는 겁니다. 이분들을 75세 때까지. (위탁관리) 회사가 바뀌더라도 고용 승계를 해야 되니까.]

최근 서울시가 경비원 인권 보호 대책을 내놓고 국회에서도 관련 토론회가 처음 열렸지만, 지속 가능한 경비원 대책의 중심에는 입주민 자치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VJ : 안민신)

※ 4일 오전 8시, SBS 뉴스토리 <'임계장'과 갑질사회>서 관련 내용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