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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이춘재 살인 14건 확인…20년 억울한 옥살이 사죄" 수사결과 발표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온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주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가 1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한 이춘재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 행각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살인 피해자들 역시 대부분 성폭행 후 살해됐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오늘(2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아래는 경찰 발표 내용 전문입니다. 

배용주 / 경기 남부지방경찰청장

지금부터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수사 결과 발표에 앞서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 모 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먼저 범인 이춘재 특정 경위와 수사 경과입니다.

경찰은 2006년 공소시효 완성 이후에도 진실규명을 위하여 수사 기록과 증거물들을 계속 보관해오면서 다양한 제보들에 대하여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해왔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DNA 분석기술 발달로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2019년 7월 9차 사건의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감정 의뢰하였고 2019년 8월 수감 중인 이춘재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이춘재를 특정한 이후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미제사건 수사팀,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검토팀, 외부전문가 등 총 57명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하여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춘재 자백 과정과 자백의 임의성 및 신빙성 여부입니다.

이춘재는 2019년 9월 18일 최초 접견 시에는 범행을 부인하였으나 DNA 검출과 가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인 2019년 9월 24일 4차 접견 시부터 살인 14건과 강간 34건의 범행을 자백하였습니다.

이춘재는 개별 사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나 자료 제시도 하지 않고 어떤 사건에서 DNA가 검출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상황에서 온전히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여 임의로 진술하였습니다.

진술의 내용 면에 있어서도 범행 과정상의 시간적 흐름이 자연스럽고 당시 상황과 범행 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도 풍부하여 범행 현장과 피해자를 직접 보고 경험한 진술로 신뢰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살인사건 5건의 주요 증거물에서는 과학적 증거인 DNA가 검출됨으로써 이춘재 전체 자백의 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춘재 연쇄범행에 대한 종합 판단입니다.

이춘재가 자백한 총 14건의 살인사건은 시간적으로는 1986년 군 전역 이후부터 발생하였고 장소적으로는 출생, 학교, 직장 등 연고가 확인되는 지역으로 발생시기와 장소가 이춘재 행적 및 생활 반경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중 5건의 살인사건은 30년이 지났지만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됨으로써 이춘재의 범행임이 명백해졌고 DNA가 검출되지 않은 9건의 살인사건도 자백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가운데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거나 당시 간과하였던 현장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게 하는 등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많은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진술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이 과거 수사기록과도 부합하고 있습니다.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전반에 걸쳐 범행수법이 부분적으로 또는 더욱 진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14건의 살인사건은 이춘재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자백한 34건의 강간 사건도 발생시기와 지역이 연쇄살인의 시기, 지역과 일치하고 범행수법의 유사성으로 보아 연쇄살인과 묶여진 일련의 범행이며 이춘재가 자신의 실제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입증 자료가 충분한 9건의 강간 사건만을 이춘재의 범행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나머지 강간사건 25건도 이춘재의 실제 범행으로 판단되지만 살인사건에 비해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발생 당시와는 많은 지형적 변화가 있어서 정확한 범행 일시, 장소의 특정이 어려웠으며 또한 당시 사회 분위기상 피해 신고가 되지 않은 사건이 많았고 피해자가 진술을 원치 않는 등의 이유로 추가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였습니다.

다음은 이춘재의 심리 특성과 범행 동기입니다.

객관성 담보를 위해 전국에서 소집된 프로파일러들의 반구조화된 면담과 심리검사, 진술 및 행동특성 분석, 사이코패스 평가 등 모든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춘재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삶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체적인 역할을 경험하게 되었고 군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의 상태에서 상실된 자신의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하여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성범죄와 살인을 지속하였음에도 죄책감 등의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감정상태에 따라 살해하면서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점차 범행수법도 잔혹해졌으며 가학적인 범행 형태로까지 진화하였습니다.

이춘재는 수사 초기에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자신의 건강 및 교도소 생활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하여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며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상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춘재의 범행 동기는 욕구 해소와 내재된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여 가학적 형태의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구성 : 조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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