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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희롱 의혹' 서울대 음대 B 교수 사건…그 이후는?

서울대학교 음대 'B 교수'가 출장을 함께 간 대학원생 조교 호텔 방에 찾아가는 등 부적절한 행위로 징계위원회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달 보도했습니다.

오늘(2일) 오후 4시, 피해자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합니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 알린 뒤 8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인 겁니다.

그 사이 피해자는 인권센터에서 두 번, 인권센터 심의위원회에서 또 한 번, 경찰 조사에서 한 번. 그리고 오늘 징계위원회까지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다섯 번째로 피해 사실을 본인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서울대 음대 교수 조교에 성희롱·갑질

한 발짝 떨어져서 보기에도 쉽지 않은 싸움을 보며, 궁금해졌습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K 교수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H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H 교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A 교수
성신여대 실용음악과 A 교수
이화여대 관현악과 S 교수
총신대 L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H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S 교수…


알파벳 교수의 성폭력을 알린 학생들의 그 이후.

● 거짓 소문에 피해 상황 재연까지…한국 떠난 피해자

2018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 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한 대학원생 김실비아 씨. 더는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아 떠난 김 씨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김 씨는 A 교수를 사건을 알리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가장 힘들었다 말합니다.

"학과 교수와 강사들이 성추행 사실을 덮으려 했습니다. 심하게는 미투 운동이 아니라 정치적 싸움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또 대학원생들한테 거짓말해 그들이 저와 연락을 끊거나, 침묵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 김실비아 씨

2차 가해는 학내 절차에서도 계속됐습니다. 피해 상황을 재연해보라 시키는 교수까지 있었습니다.

"몇 교수들은 재연까지 시켜서 너무 힘들었어요. 인권센터 신고는 2018년 여름이었는데, 2018년 11월 심의위원회에서 재연도 다시 하고, 2019년 여름에 징계위 열렸을 때 성추행 부분 다시 얘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김실비아 씨

사진=연합뉴스

이후 재판에 넘겨진 A 교수는 고의가 없었다며 국민이 볼 때 이게 성추행인지,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A 교수의 신청을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A 교수 사건은 학교만 떠났을 뿐 현재진행형입니다.

● 학생은 빠진 깜깜이 징계위…학교에서 지쳐 고소는 '포기'하기도

일상이 흔들릴 만큼 힘겨운 과정에, 고소는 아예 포기한 학생도 있습니다.

"똑같은 말을 계속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진술이 지워지는 사건도 있었고 녹음이 안 되거나, 속기록이 안되는 사건들도 있었어요. 1년 반 동안 심리적으로 너무 힘이 들더라고요. 옆에서 지켜본 저도 너무 힘들었는데 사실 당사자들은 그게 더 했을 거잖아요." - 성폭력 고발 도운 OO 대학 학생회 간부

싸울 힘을 잃어버린 데엔 끝이 언젠지, 결과가 어떻게 날지 모른다는 답답함도 크게 작용합니다.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저희는 최종적으로 결과가 나왔을 때도 결과가 나오자마자 안 것도 아니었어요. 왜냐면 피해자들한테 통보 의무가 학교로선 없어서 나중에 홈페이지에 뜬 걸 보고 저희도 알았거든요, 결과를." - 성폭력 고발 도운 OO 대학 학생회 간부

국립대와 사립대는 교원을 징계할 근거를 각각 교육공무원징계령과 사립학교법에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들은 교원징계위원회에 임명될 수 있는 사람을 해당 학교의 교원 또는 이사, 법관이나 변호사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등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원 징계위원회에 '학생'은 늘 빠져 있습니다.

징계위가 징계 결과를 통보할 의무도 징계대상자에만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나의 피해를 두고 진행되는 징계위 과정은 물론 결과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겁니다.

'성추행 피소'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의 연구실 문에 붙어 있는 학생들의 교수 파면 요구 쪽지

● B 교수 사건…그 이후는?

메신저로 진행된 인터뷰가 끝날 때쯤, A 교수 사건을 공론화했던 김실비아 씨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지금 다니는 학교 이야길 꺼냈습니다.

"제가 겪은 서울대는 절차가 투명하지 않았고, 끝난 뒤에도 쉬쉬하기 바빴습니다. 2차 가해에 대해서도 교수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성폭력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 몇 번 보았습니다. 학생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체 메일로 알려주기도 하고 피해호소인한테 심리상담 혹은 법률 지원을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 김실비아 씨


이렇듯 B 교수 사건을 취재하며 만나거나 이야기 나눠 본 학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하고 당연한 것들이었습니다.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길 바랐고, 피해자가 더 고통받지 않을 방법을 학교가 함께 고민해주기를 바랐습니다.

학생 사회는 이미 이 당연한 바람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대 B 교수 사건이 알려진 후 <B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서울대학교

오늘 열릴 징계위원회에 앞서,
<B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학생 870인, 졸업생 179인 총 1,049명이 서명한 B 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학교 측에 제출합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서울대 음대 학생회도 입장을 내 B 교수 파면,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참여,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렇듯 B 교수 사건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B 교수 사건 이후, B 교수 사건을 피해자는 어떻게 기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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