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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주 안에 준다더니…받은 사람 '누구?' 지급 건수는 '비밀!'

취약계층 위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무한 기다림에 좌절감

[취재파일] 2주 안에 준다더니…받은 사람 '누구?' 지급 건수는 '비밀!'
정부가 코로나19로 갑자기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등 소득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을 위해 50만 원씩 3개월 동안, 모두 15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이 제도 시행을 앞두고 5월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역시 2주 내에 꼭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2020.5.7)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이 돈, 2주 안에 제때 받았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접수 시작 한 달이 채 안 돼 신청 건수가 98만 건이 넘었습니다. 갑자기 해고되거나 일감이 없어져 당장 생활비가 급한 100만 명이 150만 원만 바라보고 있다는 간절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속한 지급 기한 2주를 훌쩍 넘겨 한 달이 다 되도록, 지연 이유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접수 (사진=연합뉴스)

● "소득 감소 증빙 서류 미흡해서 지연"…"당연히 예견됐던 일"

정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지난 1일부터 지급 요건 심사를 위한 서류를 접수받았지만, 80% 이상이 증빙 서류가 미흡해 보완이 필요했고, 제출 서류가 다양해 지원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5월 말까지 전국 고용센터에 기간제 근로자 1,300명을 채용해 긴급지원금 업무만 전담하도록 했지만, 업무가 익숙지 않아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도 이유랍니다. 다시 말해, 예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업무가 지연되고 있고, 그 결정적 이유는 신청자들의 서류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과연 이게 정말 지원금 신청자들의 탓일까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 '150만 원이 지금 우리에게는 1,500만 원처럼 절박한 돈이에요'

영세자영업자인 40대 A 씨는 지난 2일 온라인으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했습니다. 제출 서류가 너무 많고 깐깐해서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멍청했던 사람인가' 생전 처음 생각해봤답니다. 그래도 꼼꼼히 서류를 챙겨 빠짐없이 냈지만 한 달 가까이 지원금 못 받고 있습니다. A 씨의 최근 넉 달 수입은 아예 '0'입니다. 건설 일용직 알바로 겨우 생계비는 돌려막고 있지만, 대출도 다 퇴짜 맞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 한 줄기 빛이라 생각했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에 맞춰 각종 자금 계획을 세웠지만 다 물거품이 됐습니다.

● "정부 약속이라 믿었는데, 구멍가게만도 못해"

또 다른 특수고용직 30대 B 씨도 아직까지 지원금은커녕, 지급 지연 이유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수십 번 전화 시도 끝에 고용노동부로부터 들은 답변은 '일이 밀려서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리랜서인 B 씨의 아내마저 소득이 끊긴 상황이라 정말 어디에 기대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랍니다.

오프라인 신청 현장에서 만난 고령의 신청자들은 사정이 더 급했습니다. 이들의 신청 서류에 찍힌 소득은 눈을 의심할 정도로 비참했습니다. 최근 몇 달 사이 통장에 찍힌 돈이 10만 원이 채 안 되는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였습니다.

고용노동부 52시간제

● '신청 100만 건 육박했는데'…지급 건수 공개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

이처럼 신청자들의 사연이 절박한데도, 고용노동부는 정확히 몇 건이 지급됐는지, 지급액이 얼마인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내부 통계'는 있지만 아직 외부로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는 알 수 없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신청 건수에 비해 지급 건수가 너무 적어 공개를 못 하고 있다는 추측은 너무 지나친 걸까요?

● '서류 간소화'…장관까지 심사 업무 투입

비판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도 한 달 만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습니다. 일단 복잡한 서류를 다음과 같이 간소화해준답니다. 다음 달 20일까지 신청 마감인데, 아직까지 신청하지 못한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역시 모호하게 공지돼 담당 공무원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1)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매출액 감소 증빙 서류에서 VAN사 또는 카드사마다 인정 여부가 제각각이었지만, 앞으로는 이들 회사 명칭이 나오지 않는 내역도 대체로 매출 비교 자료로 인정해줍니다.
2) 프리랜서의 경우,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장에 노무를 통해 받은 돈인지 일반 거래인지 입증하기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본인확인서(준 사람, 받은 사람)가 있으면 계약서가 없어도 인정해 준답니다.
3) 대리운전 기사의 경우 앱 캡처 화면으로 소득 감소를 증빙하는 것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매출 입증 서류로 인정해주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3주간은 장관을 비롯한 전 직원이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심사 업무에 투입돼 최대한 신속히 지급할 계획이랍니다. 늦어도 신청한 지 한 달 안에는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하루가 급한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이번 약속은 꼭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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