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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만 가져가 무덤 만들기도"…유해 발굴 현장은 지금

<앵커>

1949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 보도연맹증입니다. 당시 남한 정부는 보도연맹이라는 이름으로 모은 수많은 사람들을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들을 학살했습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철저히 가려졌다가 10년 전쯤부터 겨우 발굴 작업이 시작됐는데 그 현장들은 지금 어떤 모습인지 권영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충남 공주시, 살구쟁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학살 민간인 유해 발굴지라는 안내판은 있는데 길은 끊겼습니다.

50미터 아래 다른 안내판이 나왔지만 무성하게 자란 풀 때문에 들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원래) 자동차가 다니던 길인데 와, 이렇게 (풀이) 자랐네.]

살구쟁이에서는 6.25 전쟁 발발 직후 1천 명이 넘는 보도연맹 가입자를 군과 경찰이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8년 발굴 당시 400구가 넘는 유해가 나왔습니다.

[박선주/충북대 명예교수(2008년 당시 유해 발굴단장) : 사람은 나란히 저쪽하고 이쪽하고 (앉히고) 저쪽 사람은 저쪽 보게 하고, 이쪽 사람은 이쪽 보고 그리고 이렇게 한 자세로 쏴 버렸어요. 여기서 한 80명 유해가 나왔죠.]

발굴 작업이 끝난 지 10년, 현장에는 유가족들이 만든 안내판 외에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습니다.

[소재성/공주 보도연맹 사건 피해자 유가족 : 유가족으로서는 너무 애처롭고 애통하고 어떤 유가족은 여기서 흙을 갖다가 무덤을 만들었거든요.]

다른 유해 발굴지도 비슷했습니다.

삭아버린 안내판은 내용을 읽을 수도 없었습니다.

[글자 보이는 데가 없더라. 전부 다 없어져서…]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 200여 구는 지자체와의 예산 문제 등으로 유가족들이 컨테이너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정연조/진주 보도연맹 사건 피해자 유가족 : 살아서 못 모셨는데 이렇게라도 (고향에서) 모시는 게 후손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2006년 신고받은 보도연맹 집단 학살지는 168곳인데, 발굴한 건 13곳, 7.7%에 불과했습니다.

발굴해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이 이어졌지만, 지난 10년간 발굴 작업은 거의 중단된 상태입니다.

현재 발굴지를 관리하도록 배정된 국가 예산은 대전 한 곳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김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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