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김여정 "확실하게 남한과 결별"…전단 막는다고 달라질까

[취재파일] 김여정 "확실하게 남한과 결별"…전단 막는다고 달라질까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또 담화를 냈습니다. 내용은 더 거칠어졌습니다. "확실하게 남조선(남한)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도 했습니다.

개성공단 지역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폭파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하겠다는 대남 압박 조치들이 무엇일까 저도 그동안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그려봤지만 연락사무소 폭파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상상력이 저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줘야겠습니다. '다음번 대적행동' 즉 '적'인 남한에 대해 차후에 할 행동은 '총참모부' 즉 우리로 따지자면 합동참모본부에 넘겨주겠다는 것으로 보아 남북 군사합의 파기와 관련된 행동도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정부는 최대한 성의 보였는데 북한은 왜?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자, 정부가 바로 나서 전단살포 금지법을 만들고 있다고 했고, 며칠 뒤에는 법 해석까지 바꿔 현행법으로 규제하겠다며 탈북자단체를 수사의뢰하고 법인 취소 절차까지 들어갔는데, 또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전단살포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혔는데 북한은 왜 이러는 걸까요. 장금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담화에 나오는 것처럼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일까요?

김여정이 이번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대남 적대 규탄 움직임은 북한 내부에 이미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습니다. 지난 4일 전단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자마자 노동신문 등 매체들을 동원해서 대남 비난에 나서고 전국적으로 대남 규탄시위를 벌여갈 때부터 북한의 시나리오는 이미 준비돼 있었습니다. 전단살포에 대한 남한의 대응을 보고 다음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단을 빌미로 대남 적대 긴장 조성에 나서기로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전단이 날아갔는데, 이번 전단을 이유로 이렇게까지 일사분란하게 대남 비난과 내부 긴장 조성 작업에 나서는 것은 전단을 막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다기보다 전단을 빌미로 한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상황 속에서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거나, 내부 결속과 긴장 조성 하에서 다른 도발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남북 신종 코로나로 개성 연락사무소 잠정중단
● 북한은 남북관계를 기대하고 있을까

우리 정부는 북한이 전단을 문제 삼은 때부터 북한 달래기로 일관해 왔습니다.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상황의 추가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행동의 근저에는 북한이 남한에게 화를 내는 것은 남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라는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해버리겠다고 하는 마당에 아직도 북한이 남북관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는지 의문입니다.

'북한이 이렇게 나와도 우리가 꾸준히 북한에 손을 내밀면 언젠가는 우리에게 호응할 것이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기우제를 끝까지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비가 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늘에서 비가 오는 것이 기우제 때문이 아니듯이, 북한이 향후 남한에게 손을 내민다면 남한의 끝없는 구애 때문이 아니라 남한의 도움이 필요한 국제정세가 도래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올 연말 미국 대선 즈음에 북한이 남한에게 접근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대선 동향에 따라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를 위해 남한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남한으로부터 죗값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국론'으로 정해졌다는 것은 당분간은 남한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다는 의미입니다. 탈북자들의 전단살포를 경찰을 동원해 막고 페트병 살포를 해양쓰레기 투기 금지법까지 동원해 막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 '기대'와 '현실'은 다른 것

당연한 얘기지만 '기대'와 '현실'은 다른 것입니다. '기대'는 내가 바라는 것, 내가 바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지만, '현실'은 내가 바라느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객관적 실체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현실'은 때때로 내가 대면하고 싶지 않은 쓰디쓴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이뤄놓은 남북관계의 성과들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조바심을 내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총선 압승으로 남북관계에 드라이브를 걸 여건이 마련됐는데 북한이 이리 나오는 것이 야속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합니다. 보다 긴 호흡으로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