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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천공항서 넉 달째 생활…'난민 심사' 길 열렸다

<앵커>

지금 인천공항 환승 터미널에는 그 안에서만 넉 달째 먹고 자며 생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여러 곳을 떠돌다가 인천공항에 온 한 외국인인데 그동안 난민 심사 신청조차 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어렵게 길이 열렸습니다.

정반석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 보시겠습니다.

<기자>

정치적 박해로 가족을 잃고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지난 2월 인천공항에 도착한 아프리카인 A 씨.

우리 정부에 난민 신청조차 못 한 채 넉 달째 환승 구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A 씨 : 제 형제는 (본국에서) 살해당했습니다. 저도 다시 돌아가면 죽습니다.]

여행객 도움으로 하루 한 끼 정도 먹는데 손에 든 과자가 오늘 식사의 전부입니다.
환승장에 발묶인 터미널맨
화장실에서 씻고 공항 의자나 바닥에서 잠을 청합니다.

[A 씨 : 과자와 물만 먹다 보니 몸이 아픕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지난 2월 동남아국가에서 인천공항 환승장에 내린 직후 A 씨는 공항 보안 요원에게 난민 신청 의사를 밝혔지만, 신청서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출입국 당국은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서는 입국심사를 받을 때 제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A 씨가 우리나라 입국이 목적이 아니라 환승객인 만큼 신청서를 줄 수 없다고 해석한 겁니다.

딱한 사실을 알게 된 한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소송 끝에 A 씨는 난민심사를 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입국심사대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난민 신청 기회를 주지 않는 건 난민 협약에 어긋난다며 법원이 A 씨 손을 들어준 겁니다.

[이일/변호사 (공익법센터 어필) : 환승객도 난민 심사를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든지 공항에 도착하거나 국경에 도착하면, 심사 기회는 제공해줘야 하는 게 난민협약의 정신입니다.]

지난해 유럽인권재판소는 모스크바 공항 환승 구역에 망명 신청자 4명을 방치한 러시아에 대해 수천만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난민 신청 의사를 밝힌 사람에게 심사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최대웅, 영상편집 : 소지혜,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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