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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 시위 확산' 필라델피아 한인 피해 왜 컸나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약탈까지 일어나면서 미국 내 한인 사회의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4일 오전까지 한인 상점 126곳에서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현지 공관 등에 접수됐습니다. 필라델피아가 56건으로 가장 많고, 시카고 14건, 미니애폴리스 10건, 세인트루이스 10건, 랄리 6건, 워싱턴D.C. 4건, 브롱스 4건, 애틀란타 4건입니다.

약탈 피해를 당한 필라델피아 한인 상점

● "한인 상점, 흑인들 필요로 하는 품목 판매"

필라델피아에서 한인 피해가 가장 컸던 이유는 뭘까요.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SBS와 전화 인터뷰에서 "필라델피아 한인들이 흑인(아프리칸-아메리칸)들이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한인들이 주로 생필품과 컴퓨터, 휴대폰, 운동화, 뷰티서플라이(미용용품)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흑인들이 필요로 하는 품목들이라는 설명입니다. 단적인 예로, 필라델피아에서 피해가 접수된 56건 가운데 30건가량이 뷰티서플라이 상점입니다. 뷰티서플라이는 흑인들이 필요로 하는 가발과 미용용품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필라델피아 한인 사회의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힙니다. 정확한 약탈 피해 규모는 산정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선 최소 2천만 달러, 우리 돈 24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인이 운영하는 뷰티서플라이 상점. 약탈 피해를 입었다.

황 회장은 "낮에는 약탈이 없다"며 "밤에 한인 상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나와 약탈을 한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흑인들이 시위로 혼란한 상황을 틈타 자기들이 필요한 물품을 약탈해 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치안 공백'도 한 원인으로 꼽습니다. 필라델피아 다운타운에는 주(州) 방위군이 배치됐지만, 한인들이 있는 곳은 다운타운과 떨어져있어 여기까지는 주 방위군이 오지 않는다고 황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주 방위군은 다운타운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대응하느라 한인 상점들이 있는 곳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몇 시간 뒤에 출동하고, 출동하면 이미 약탈이 끝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주지사 사무실에 주 방위군이 한인 상점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황 회장은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주지사 측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한인회 로고

● "영업 재개하려고 물품 대거 구입했는데…"

필라델피아 한인 상점들은 지난 3개월 동안 문을 닫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세계적 대유행때문입니다. 미국 내 봉쇄령이 완화되면서 이번 달부터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 물품을 대거 구입해 뒀다고 합니다. 그만큼 약탈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황 회장은 "팬데믹으로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번에 약탈까지 당해 열악한 상황"이라며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약탈 상황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전기톱으로 자물쇠를 끊고, 철문을 뜯고,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고 했습니다. 어떤 잠금시스템도 소용 없었다고 합니다. 경보기가 울려도 경찰은 안 오고, 점주들은 집에서 CCTV로 약탈당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거리에 있는 상점들이 통째로 약탈당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필라델피아 한인 상점. 내부를 볼 수 없게 나무판으로 막고 있다.

약탈을 당하지 않은 상점들도 비상이라고 합니다. 황 회장은 "피해를 입지 않은 한인 상점들도 물건을 빼내느라 바쁘다"고 했습니다. 미리 물품을 빼내 약탈을 피해보려는 것입니다. 또 무슨 상점인지 모르게, 나무판으로 상점 내부가 안 보이도록 완전히 가리고 있다고 실상을 전해왔습니다. 한인 사회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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