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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절대 양보 못 해"…'법사위원장'이 뭐길래

<앵커>

국회에는 여러 가지 상임위원회가 있습니다. 상임위에서 논의해 그곳에서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되는데 그전에 법제사법위, 즉 법사위를 거쳐야 합니다. 약 70년 전인 1951년 법조인이 국회에 드물던 시절,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 헌법과 부딪히는지 또 문구가 명확한지, 이런 것 보려고 법사위를 거치도록 했는데 그것이 시간이 거치면서 운영 원칙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어도 법사위를 넘지 못하면 그 법안은 사라지게 됩니다. 실제 지난 20대 국회에서 91개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습니다. 옥상옥이다, 월권이다 이런 논란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법사위를 이끄는 법사위원장은 그래서 여야가 서로 차지하려고 늘 샅바싸움이 치열한데, 이번 21대 국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윤나라 기자, 김민정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기자>

지난 200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

누군가 문에 못을 박아놨고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 몇몇만 회의장 안에 있습니다.

[박계동/한나라당 의원 (2005년 당시) : (법안이) 이 회의실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행정도시특별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점거 농성을 벌인 것입니다.

국회 선진화법도 없던 시절, 의원들이 물리력을 동원하는 단골 상임위는 법사위였습니다.

올해 3월, 역시 법사위 전체회의장. 위원장과 위원 사이에서 고성이 터집니다.

[이철희 법사위원 (민주당)/20대 국회 법사위 회의 (올해 3월 4일) : 법사위를 이렇게 운영하십니까?]

[여상규 법사위원장 (통합당)/20대 국회 법사위 회의 (올해 3월 4일) : 운영은 제가 하는 겁니다!]

[이철희 법사위원 (민주당)/20대 국회 법사위 회의 (올해 3월 4일) : 그러니까 제가 묻잖아요.]

[여상규 법사위원장 (통합당)/20대 국회 법사위 회의 (올해 3월 4일) : 지금까지 그래 왔어요! 또!]

야당 법사위원장이 일부 반대에도 법안 통과를 선언하자 여당 법사위원이 항의하는 것입니다.

지난 2015년, 19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일할 때 법안에 서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당시 새누리당의 법안 처리를 막은 적이 있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

그의 경험담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국회 법사위원장) : 법사위원장이 전 법안에 대한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여야 모두 뺏길 수 없다는 요직.

[권성동/무소속 의원 (전 국회 법사위원장) :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도 법사위를 자신들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누가 갖고 가느냐가 국회 운영에 있어 이니셔티브(주도권)을 쥐는 (겁니다.)]

슈퍼여당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못 가져올 바에는 아예 법사위 권한을 줄이겠다는 뜻까지 내비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하 륭,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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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병목현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법안이 법사위에 간 뒤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인데, 이해당사자들도 이것을 활용합니다.

법사위원장

[기업의 대국회 업무 담당자 :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애초에 본회의까지 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법사위 의원실 보좌진을 만나거나 (막아야 할) 법안에 대해 설득을 많이 하고…]

이렇게 입법의 길목을 틀어쥔 법사위원장, 16대 국회까지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원내 다수당이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2004년 17대 국회부터 야당 몫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했던 것이 16년 관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슈퍼여당은 이제는 관행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특정 정당이 168석(모든 상임위 과반 가능 의석)을 넘긴 상황, 이건 완전히 다른 국회인 겁니다. 모든 상임위에 민주당이 다 과반을 넘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야당은 펄쩍 뜁니다.

[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해서 의회 독재를 꿈꾸는 것인가. 이러다 아예 국회를 없애자고 하지 않을까 모를 일이다.]

민주당은 실력행사도 불사할 태세입니다.

법사위 대신 국회의장 산하 특별기구가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오는 5일 단독 개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통합당은 이를 히틀러 독재에 빗대며 여론의 엄호를 기대합니다.

여당은 '발목 잡기', 야당은 '권력 견제'라는 16년 관행을 둘러싸고 여야 원구성 협상은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이승환, 영상편집 : 김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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