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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이혼율 이례적 감소세…'코로나의 역설'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권 기자, 코로나19가 우리 삶 구석구석에 굉장히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최근 인구 동향에서도 변화된 모습이 좀 보인다고요?

<기자>

네, 통계청이 지난 3월의 인구 동향을 집계해서 발표했는데요, 좀 특이한 변화가 눈에 띕니다.

이혼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0% 가까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례적인 수준의 급감입니다. 지금 표에서도 보시는 것처럼 2018년 이후로 이렇게 이혼이 적었던 달은 한 번도 없습니다. 2월도 3월만큼은 아니지만 1월에 비해서 600건 줄어들면서 석 달 연속 감소세입니다.

그런데 2월은 설 직후거든요, 최근 5년 동안 설과 추석 명절 연휴 직후에 이혼이 감소한 달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지난 5년간 명절 직후에는 전달보다 평균 11.5%씩 눈에 띄게 이혼이 늘고 이혼 소송 제기 건수는 그것보다 더 많이 20~30%씩 늘어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2월에는 그 경향이 깨진 것입니다.

왜일까, 인구 동향을 집계한 통계청 측이 조심스럽게 내놓은 분석은 부부들이 그만큼 화해를 갑자기 많이 하고 있다기보다는 역시 코로나 때문이 아닐까,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려면 어쨌든 법원도 가고 주민센터도 가고 밟아야 하는 절차들이 있는데 그런 활동 자체를 꺼렸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3월의 결혼은 1만 9천 건을 넘었는데요, 1981년 이후 3월 통계로는 가장 적은 것입니다. 작년 3월과 비교하면 1% 줄었습니다. 결혼의 경우는 코로나보다는 그냥 결혼 자체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연장선에서 봅니다.

코로나가 국내에서는 1월 말부터 급작스럽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신혼여행을 취소하거나 식을 축소하는 경우들은 있었어도 결혼 자체를 갑자기 연기하는 것은 좀 어렵지 않았을까 분석됩니다.

<앵커>

결혼도 미루시는 분들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이혼 같은 경우에 법원 자체가 또 휴정을 상당 기간 했던 것도 어느 정도는 조금 영향을 미쳤을 것 같고요, 어쨌거나 해외에서는 코로나19로 오히려 이혼이 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는 상황이 반대인 것 같아요?

<기자>

네, 중국의 경우에는 이혼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가 특히 나왔는데요, 중국은 이른바 '락다운'이 먼저 시작해서 먼저 끝났죠. 중국의 이혼 상담 급증도 이혼 등기소들이 정상근무를 시작한 후에 잡힌 통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활동의 제약이 실제 이혼이나 결혼 같은 활동들에 미친 영향을 좀 더 자세하게 파악하려면 4월 이후에 동향도 계속해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이보다 겉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로 꼽는 게 가정 폭력입니다.

유엔은 지난달 초에 이미 가정폭력을 코로나19 방역대책 중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고 발표했고요, WHO도 최근에 코로나가 전 세계에 정신건강 위기도 초래하고 있다면서 가을까지 봉쇄가 이어지면 가정폭력 건수가 세계적으로 3천100만 건 이상 증가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유럽, 미국, 중국 락다운 기간에 가정 폭력 신고 건수가 폭증했거나 지금도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반면에 우리는 올 들어서 오히려 가정폭력 신고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오는데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일단 다른 나라들보다 활동 제약이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만 갇혀 있는 기간이나 스트레스가 그만큼은 크지 않았다고 보고요, 한편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좁은 집에 같이 있으면서 신고가 자유롭지 않았던 사람들도 적잖을 거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트위터가 어제(27일)부터 가정폭력 SOS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트위터, 조용한 신고 가능한 'SOS 시스템' 도입

트위터에 가정폭력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지금 화면에 보시는 것처럼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계정이, 번호뿐만 아니라 계정이 뜹니다. 조용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조금 다른 얘기이기는 한데 우리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도 여전하다고요?

<기자>

네, 출생보다 사망이 더 많은 자연감소가 사상 처음으로 다섯 달째 나타나고 있습니다. 3월에 태어난 아기가 2만 5천 명이 채 안 됩니다.

1년 전보다 10% 넘게 줄면서 1981년 이후로 3월 출생으로는 가장 적습니다. 지금 48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최소 기록을 경신하는 중입니다.

이렇다 보니까 올해 1분기에 태어난 아기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1분기로는 가장 적습니다. 작년 1분기보다 11%가 줄었습니다.

반면에 3월에 사망한 사람은 5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던 대구 3월 사망자가 1천403명입니다. 3월 통계로는 1993년 이후로 가장 많습니다.

3월 집계까지 나오면서 올해 1분기에 한국인은 5천700명 이상 자연 감소한 게 확인됐습니다. 이것도 처음입니다.

2020년은 태어나는 사람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은 첫 해가 될 거라는 예측이 계속 나왔는데 실현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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