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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넷플릭스 등 OTT의 확장, 한국 영화팬들이 걱정할 이유는?

[취재파일] 넷플릭스 등 OTT의 확장, 한국 영화팬들이 걱정할 이유는?
영화 콘텐츠 시장에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online contents streaming) 업체들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습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23일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 예정작이었던 한국 영화 '사냥의 시간'을 사들였습니다. 극장 관객이 10분의 1로 급감한 상황에서 영화 판매를 먼저 타진한 건 영화사 쪽이었습니다. 넷플릭스의 구매 가격은 11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습니다. 넷플릭스는 이어 그다음 날(4/24)엔 제작비 6,000만 달러(우리 돈 750억 원)의 액션 영화 '익스트렉션'을 공개했습니다. 주인공 크리스 헴스워스 몸값만 150억 원 안팎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익스트렉션'
한편, 넷플릭스의 경쟁업체인 애플TV+(플러스)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19일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그레이 하운드'를 사들인 겁니다. 2차 대전 당시 미 군함 이야기를 다룬 그레이 하운드는 다음 달 12일 미 전역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망자 10만 명이 나온 미국에선 지금 극장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제작사 소니픽쳐스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영화를 애플TV+에 넘겼습니다. 판매 가격은 제작비 5,050만 달러보다 많은 7,000만 달러(870억 원). 2015년 톰 행크스 주연 '스파이 브릿지'의 미국 내 흥행 기록(7,230만 달러)과 비슷하군요.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애플TV+가 구매한 영화 '그레이하운드'
또 다른 스트리밍 업체인 'HBO 맥스'는 지난해 11월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국 독점 배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현재 한국 등 28개국에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미에선 HBO맥스와 손을 잡은 겁니다.

이렇게 스트리밍 업체의 콘텐츠 리스트에 들어갔다는 건 극장 스크린에선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반대만 할 일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트롤:월드 투어'는 지난달 미국에서 극장과 온라인에 동시 공개됐는데, 지금까지 무려 9,500만 달러(1190억 원)을 벌어 들였습니다. 2016년 극장에서 개봉된 전작의 3배 수준입니다.
'트롤:월드투어'의 온라인 매출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톰 하디 주연의 '카포네'도 지난 12일 극장 개봉 없이 아마존 프라임과 아이튠즈에 공개됐습니다. 아직 매출은 250만 달러(30억 원)에 그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톰 하디가 마피아 알 카포네를 연기한 영화 '카포네'
온라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영화사들, 그리고 콘텐츠 확보에 나선 스트리밍 업체들. 양측의 협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이뤄지고 있을 겁니다. 그럼 이런 상황이 우리 영화팬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첫 번째 걱정]은-당연하지만-국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특히 우수 작품들을 말하는 겁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A영화를 구매하면 그 영화의 해외 판권까지 가져가 버립니다. 그럼 우리 외화 수입배급사들은 한국 내 영화 배급권을 사올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스트리밍 업체들은 주로 실력 있고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입니다. 애플TV+의 그레이 하운드도, 넷플릭스의 익스트렉션도 한국 극장에선 볼 수가 없습니다.
미국 스트리밍 업체 이용료 비교표
위는 미국 내 스트리밍 업체 리스트입니다. 엄청나게 치열합니다. 다들 자신들의 오리지널 작품을 확보하려고 난리입니다. 가입자 수는 넷플릭스가 1억 8300만 명으로 가장 많고, 아마존 프라임도 1억 5000만 명이나 됩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디즈니+는 불과 6개월여 만에 가입자 5450만 명을 확보했습니다. 워너미디어 계열 HBO맥스는 얼마 전 월 11.99달러짜리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넷플릭스 가입자를 빼앗아오려는 겁니다. NBC유니버셜 계열 피콕(peacock)은 국내 스트리밍 업체 웨이브(WAVVE)와 손 잡고 한국 지상파TV 콘텐츠들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애플TV+ 서비스 화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 많은 영화들이 스트리밍 업체에게 넘어갈 겁니다. 여기서 [두 번째 걱정]은 이들의 계약 방식입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영화를 구매한 뒤 영화사 측에 수익금을 전혀 나눠주지 않습니다. 시청 재생 횟수에 따라 부가판권 수익을 나눠주는 국내 IPTV VOD 서비스와는 다릅니다. 영화사들의 대박 흥행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저 TV 속 '인기' 영화들로만 기억되겠죠.

국내 영화사 리얼라이즈의 원동연 대표(신과 함께 시리즈 제작)는 어제(26일) 개인 SNS에 "영화 창작자들은 코로나 이후에 각종 OTT(스트리밍 업체)로 영화 배급처를 전환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온라인 배급으로 제작비를 회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트리밍 업체에 영화를 제값 받고 넘기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영화 비즈니스가 결국은 극장 관람 수익을 기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1000만, 1500만 극장 관객의 수익으로 더 크고 더 대담한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영화는 극장에서..'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만난 한 외화배급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 기자, 요즘 60,70인치 TV 엄청 많이 산데..코로나19가 끝나도 영화 그냥 TV로 볼 사람들이 늘어날 거야..." 다음 달 1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준비한 영화 6000원 할인권 133만 장이 극장 체인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됩니다. 스트리밍 업체가 아무리 강해져도 슬기로운 영화 생활의 시작은 극장에 가는 것부터 시작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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