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광주 청년이 목격한 80년 5월…"난 비겁해서 살았다"

이 기사 어때요?
참혹한 현실이 두려웠지만 진실만큼은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직접 보고 들은 모든 걸 적은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KBC 고우리 기자가 그를 만났습니다.

<기자>

40년 전 5월, 9식구의 가장이었던 김용균 씨.

여고생인 동생을 마중 나갔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합니다.

[김용균/5·18 당시 광주 거주 : 20일에서 21일 넘어가는 (저녁에 들렸던) 그 엄청난 총소리. 수천, 수만 발의 총소리. 시신을 싣고가는 트럭,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트럭에 실어서….]

비상 계엄 뉴스를 본 순간부터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일기에 꼼꼼히 담았습니다.

소리 내 민주화를 외치지는 못했지만, 눈 앞에 벌어진 진실까지는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밤에 하늘을 보니 보름이 가까운 때라 달이 휘영청 밝다. 저 달을 어젯밤에도 보고 즐겨했던 젊은이들이 오늘 새벽 계엄군이란 허울 좋은 이름을 가진 놈들이 쏜 총에 맞고 죽어 갔다. 역사는 나중에 말하리라. 누가 옳고 그른 것을.]

일자리를 찾아 광주를 떠나서도 '80년 5월'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용균/5·18 당시 광주 거주 : 동료들과 직장 선배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다르더라고요. 서울에 와서 보니까, 당시 언론들이 이야기했던 그대로 믿고 있더라고요.]

가슴에 묻어두었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꺼내든 이유는 단 하나, 함께 싸우지 못했다는 '살아있는 자'로서의 미안함 때문입니다.

[김용균/5·18 당시 광주 거주 :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비겁해서 살아남았어요.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살아남아서 그분들에게는 참 미안하죠. 당연히.]

(SBS 비디오머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