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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옆 청소 인증, "수치스럽다" 호소에 돌아온 답

<앵커>

어버이날인 오늘(8일) 자식들이 들으면 속이 상할 만한 이야기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업체가 건물 청소를 하는 사람들한테 청소한 뒤에 자기 얼굴이 나오게 인증사진을 찍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평균 나이가 예순이 넘는 노동자들은 수치스럽다고 하는데 정작 업체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장훈경 기자입니다.

<기자>

60대 남성의 사진, 쓰레받기와 대걸레가 배경입니다.

청소하고 셀카 인증

이런 인증사진, 이른바 셀카를 찍은 사람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임대한 주택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입니다.

평균 나이가 예순이 넘는 노동자 10명은 이런 인증 사진을 SNS 단체 채팅방으로 매일 위탁 관리업체에 보고합니다.

"남들이 쳐다봐 남사스럽다" "걸레 옆에 두고 사진 찍는 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대체 왜 찍어야 하냐"고 호소하지만 회사는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답변뿐입니다.

[엄 모 씨/청소 노동자 : 주민들은 건물 나오면서 셀카를 찍으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하죠. 수치스럽죠. 이런 것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황당한 지시는 이달부터 시작됐는데 이전에는 매일 어떤 빌라를 청소했는지 기록해 주 단위로 보고해 왔습니다.

업체는 주민 민원이 많아 인증 사진을 요구했다는데 수치스럽다는 호소에는 오히려 청소 노동자들을 탓했습니다.

[LH 위탁 관리 업체 관계자 : 청소원이나 그보다 더 어려운 직위에 있는 사람도 자기 직업을 창피하게 느끼는 게 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가희진/공인노무사 : 개인정보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인격권 침해에 대한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LH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위탁 관리 업체에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김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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