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잇] 국회 누비는 안내견, 세상이 바뀌긴 했네요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국회에 동물복지 국회포럼이라는 단체가 있다. 국회 차원에서 동물보호복지 논의를 이끌어가는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5년 전에 창립되어 현역 국회의원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동물복지국회포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5년 전인 지난 2015년 7월 창립식에 가서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국회 헌정 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동물 관련 국회의원 연구 모임답게 많은 의원이 동참하고, 각 정당 대표들도 와서 축하를 보냈는데, 정작 동물(사람을 제외하고)은 단 한 마리도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에는 동물 출입이 허용되지 않습니다"라는 관계자의 말에 많은 참가자가 어이없어했다. "300마리 동물이 모여 있는 '동물 국회'니까, 실제 동물은 없어도 괜찮지~"라고 혀를 끌끌 차던 한 동물단체 회원의 농담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을 돕는 동물이 참 많다. 마약탐지견, 인명구조견, 경찰견 등의 '특수목적견'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을 돕는 '도우미견'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동물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니, 너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씨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뒤 국회가 전향적으로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의 국회 출입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최초의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었던 정화원 의원(17대)의 경우 안내견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늘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었는데, 그 사이 세상도 변하고 국회도 변하긴 한 것 같다.

지난 20일, 국회가 시각장애인인 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가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내부적으로 결론 내렸다. 사진은 지난 3월 27일 열린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 후보의 안내견인 '조이'가 비례대표 0번 목걸이를 목에 거는 모습. (사진은 연합뉴스)

사실 국회는 동물복지 국회포럼 발족 이후 동물복지를 지향하는 쪽으로 변화해왔다. 2017년 1월 헌정 역사상 최초로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일이 대표적 사례이다. 동물복지 국회포럼 회원인 한정애 의원이 국회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 있던 길고양이 3마리를 발견하고, 동물단체에 구조를 요청하여 3마리 모두 입양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 뒤 "이 아이들 말고도 국회 곳곳에 눈에 띄는 길고양이들이 있다. 이 고양이들을 위해서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달라"고 국회 사무총장에게 직접 건의하여 허락을 받아낸 것이다.

국회 곳곳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4곳은 현재도 한정애 의원실과 힐스코리아(사료회사)의 도움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국회에서 '길고양이를 갈등의 원인으로 보지 않고,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 뒤 국회는 계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동물복지를 논의하는 의원 모임이 생기고, 길고양이 급식소가 생겼으며,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도 허용됐다. 바통을 이어받아 곧 개원할 21대 국회에서는 '여전히 물건인 동물의 법적 지위'를 생명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국회의 노력이 '국민들 사이에서 동물을 생명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인-잇 #인잇 #이학범 #동문동답
인잇 시즌 2 엔드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