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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中 우한 사망자 1,290명 추가…중국이 말하는 '투명'의 의미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은 (코로나19 정보를) 세계에 공개적으로 투명하고 시의적절하게 발표해왔다." "만약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발견된 국가가 미국이었으면 중국보다 잘했을까?"

지난 2일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의 말입니다. 미국 정보당국이 '중국이 코로나19의 발병 건수와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해 상황을 은폐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전달했다는 블룸버그통신 기사에 대한 논평입니다.

이에 앞서 우한의 한 화장장에 우한의 코로나19 공식 사망자 2천500여 명의 2배나 되는 5천 개의 유골함이 배달됐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우한의 사망자 통계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화장장에서 유골함을 받기 위해 유가족이 길게 줄을 선 사진 등을 바탕으로 우한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만 6천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는 '우한에서는 겨울이면 평균적으로 월 5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데다, 봉쇄 조치 이후 화장장 출입이 금지됐었기 때문'이라면서 사망자 숫자가 은폐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중국 관영 영자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통계 축소 논란 등에 대해 '코로나19 퇴치에 고전하는 국가들이 시샘과 자기 합리화 차원에서 쏟아내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지적하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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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로나19 절정 지났다 발표
● "의료시설 부족 · 병원 과부하 때문에"

그런데 어제(17일) 우한시는 갑자기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3천869명, 누적 확진자는 5만 333명이라는 통계 수정치를 발표했습니다. 기존의 발표보다 사망자는 1천290명, 확진자는 325명 증가한 것입니다.

우한시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치료 능력 부족과 의료시설 부족으로 일부 환자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서 숨졌으며, 병원의 과부하로 보고가 지연되거나 누락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통계 수정은 "주동적으로, 지난달 하순 위건위, 공안, 사법, 통계 등 각 부문의 전담인력으로 조사팀을 꾸려 진행한 것으로 우한시의 방역 빅데이터와 장례 정보 시스템, 의료 관리 부문 코로나19 정보 시스템, 코로나19 검사 시스템과 사망자 보고를 대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통계를 조속히 바로 잡는 것은 인민의 권리 수호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방역 업무의 과학적 대응과 사회 구성원 생명 존중에도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통계에 빠진 사망자들이 있다는 의혹을 우한시가 확인한 것입니다. 지금도 우한에서는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망자가 많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당국의 정보 은폐, 그리고 코로나19 존재를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배포자로 몰렸던 의사 리원량의 죽음 등으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후 우한시와 후베이성의 책임자들을 물갈이하고, 리원량을 열사로 추서하는 한편, 후베이성 봉쇄를 비롯한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의 시민들과 지식인들이 계속해서 사태 책임 소재와 정확한 사망자 수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국이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인민의 권리 수호에 도움이 된다'고 한 강조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계속 제기되는 의혹을 털고 가겠다는 의도도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책임론과 함께 통계 은폐 의혹을 계속 지적해온 데 이어 최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중국이 코로나 19 위기에 잘 대처했다고 말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고, 중국에서 일어났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가 프랑스의 전염병 대처 방식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이후 나온 발언이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 책임론을 무마하면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중국 입장에서는 의혹을 하나라도 줄이고, 우군을 늘려야 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 숫자도 정확한 것인가'란 물음은 남습니다. 발병 초기 우한에서 코로나19 검사도 받지 못하고 숨져 바로 화장된 시민들이 수정 통계 포함됐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당국이 통계 기준을 수차례 변경하면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가 10배 넘게 뛰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은 코로나19 전파가 가능한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 통계에 포함하지 않고 있는데, 지난 3월 무증상 감염자가 4만 2천여 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에서야 무증상 감염자 숫자를 밝히기 시작했는데, 누적으로는 6천여 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봉쇄령 해제 하루 앞두고 중국 우한시 우창 기차역에 줄선 시민들
● 의혹에 우선 반발, 그리고 수정…"시종 투명했다"

지난 4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국은 수출품의 품질을 중시하며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의료품에 대해 오명을 씌우는 행위는 전염병 방제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말 네덜란드와 스페인 등에서 일부 중국산 마스크와 진단 키트가 불량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자 한 말입니다.

중국 관영 매체와 외교부는 "불법 생산뿐만 아니라 조달 과정 및 수입자재 등과 관련된 복합적인 문제"라며 중국을 비난하는 서구 언론 등을 향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난 1일 의료물품을 수출하는 모든 중국 기업에 대해 수출 전에 중국 내 판매 허가를 먼저 획득하라며 규제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의료용품 생산업체 2곳에 대해 수출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우한시의 통계 수정에 대해 "전염병 통계를 수정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이며, 다른 나라들도 통계를 수정하고 있다. 통계 수정은 우한시가 설명한 것처럼 의료 상황 등에 따른 '누락'이었지 일부러 '은폐'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시종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세계보건기구, WHO와 관련 국가에 정보를 제공해 왔고 국제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추모하는 시민
전염병 관련 통계나 기준 수정은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며, 정확한 파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누락'된 숫자가 기존 공식 사망자의 절반이나 되고, 그동안 통계 은폐에 대한 지적도 누락된 사망자에서 비롯됐는데도 중국 정부는 '통계는 투명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또 통계 '마사지'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 발병 초기 대응 실패와 잦은 통계와 기준 변경은 불신을 자초했습니다. 보통 중국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가 언론에 발표하는 공식 입장은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당과 여러 부처의 상황을 종합해 조율합니다. 우한의 '누락'된 사망자에 대한 조사는 지난달 하순에 시작됐습니다. "우리의 통계는 투명하게 발표되고 있지만, 누락 사례 유무를 포함해 더 정확한 통계를 위해 전담반이 조사하고 있다"고 과정을 '투명하게' 발표했으면 어땠을까, 아니 발표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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