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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단짠단짠 삶의 위로…내일 밤은 굶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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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37 : 단짠단짠 삶의 위로…내일 밤은 굶고 자야지!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나는 또다시 억지로 눈을 감는다. 오늘 밤은 기필코 굶고 자야지 마음먹으며."

코로나 시국에 안녕들 하십니까?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는데 여전한 상황이라 안타깝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저녁 약속이 거의 없다 보니 집밥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태어나서 한 번도 야위거나 날씬해본 적이 없는 저는, 늘 다이어트 중이기도 아니기도 한데 수시로 저와 보이지 않는 싸움이 펼쳐집니다. 오늘은 밤 9시 이후 먹지 말아야지, 간헐적 단식을 해야지... 마음먹다 장렬히 전사하고 또 이기기도 하고. 때로는 오늘 너무 힘들었던 나에게 이 정도 보상은 해도 돼 하고 합리화하고. 그러고는 내일 밤은 굶고 자야지 다짐하고.

제목부터 내용까지 제 맘과 흡사한 책을 가져왔습니다.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집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입니다.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다 된 시간. 씻고 침대에 누우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허기가 몰려온다. 자제해야지, 오늘 밤은 기필코 굶고 자야지, 마음먹어본다. 하지만 애써 눈을 감아도 허한 느낌 때문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나는 핸드폰을 들어 배달 앱을 켜고 만다. 오늘의 메뉴는 순살 반반 치킨. 50분 뒤 내 방 안에 찾아드는 고소한 기름의 향. 고독하고도 따뜻한 인생의 맛."

""살 빼시고 관리 좀 하시면 인기 많으실 거 같은데요? 대리님 긁지 않은 복권 같아요!"... 여러모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가 뭔데 내 외모를 평가해. 살찐 사람 몸은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해도 되는 건가. 게다가 긁지 않은 복권이라니. 상대방은 누구보다도 절실히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는 중인데 타인이 왜 함부로 그 사람을 무엇이 되지 못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인가."


"결혼은커녕 등단하고 나서부터 사소한 연애 사건조차 완전히 끊겨버린 상황이다. 주변의 친구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 소설과 결혼했다고 말하곤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소설과의 결혼식을 개최해보는 건 어떨까?... 그럴듯한 예복을 맞추고, 책 표지랑 내 사진을 이어 붙여 모바일 청첩장을 만든 후 옷깃이라도 스쳤던 사람 모두를 초대하는 거다. 축의금 함과 장부를 관리하는 두 사람만 행사장 앞에 배치해놓는다면 모든 게 완벽하다..."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결과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면하고 싶을지언정 지금의 내 현실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매일 밤 나를 단죄해왔던 죄책감과 폭식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루에 한 발짝씩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굶고 잘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어도 어쩔 수 없겠지만..."


회사는 묘한 곳이죠. 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이들에게 생활을 지탱해주는 (수입의) 원천인 소중한 곳이지만 또 온갖 스트레스의 근원지입니다. 어떤 때는 다 때려치우고 월급 루팡이 될까 싶지만, 어떤 때는 월급 이상의 노력과 열정을 (아주 가끔) 쏟아붓기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스트레스의 장이 펼쳐지기도 하고 그저 소진한 기력 충전에 급급하고.

그런 우리 삶을 돌아보면 꽤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야식의 힘을 받아) 다시 힘을 내고. 박상영 작가가 흥미진진하게, 그러나 쓸쓸하게, 그러면서도 달달 쌉쌀하게 전하는 이야기는 그런 인생의 여러 면을 담고 있습니다.

책 맨 뒤, 작가의 말로 끝내겠습니다. "그래도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아님 말고. 내일 밤부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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